혼란의 밤 지샌 노동자들, 9일만에 집으로

포스코 농성, 21일 새벽 6시께 자진해산... 지도부 등은 경찰에 연행

등록 2006.07.20 20:06수정 2006.07.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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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9일 포스코 본사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노조원들의 대치상황. 포스코와 경찰은 본사 건물에 전기를 끊고 음식물 반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지난 19일 포스코 본사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노조원들의 대치상황. 포스코와 경찰은 본사 건물에 전기를 끊고 음식물 반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 추연만



[5신 : 21일 오전 8시 15분]

농성 조합원 128명 경찰에 연행


포항건설 노동조합이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 9일째인 21일 새벽 6시께 자진해산했다.

농성을 주도한 이지경 위원장과 지도부 8명는 이날 새벽 6시를 기해 농성장인 포스코 본사를 빠져나왔다. 이로써 총 2435명이 참여했던 포스코 점거농성 사태는 9일만에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포스코 본사에 남아 농성 투쟁을 벌였던 조합원은 1530명. 이 가운데 128명(사전구속영장 발부 17명 포함)은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인원은 간단한 확인서에 서명한 뒤 귀가조치됐다.


[4신 : 21일 새벽 0시 20분]


"상황 종료됐다"→"철회, 재투쟁한다"
혼란의 밤 보내는 포스코 점거농성장


20일 밤새 포항의 포스코 본사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점거 농성 9일째인 이날 1000여명의 포항지역 건설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은 '자진해산을 통한 현장복귀'와 '약속위반에 따른 재투쟁 결의'로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왜 그랬을까.

노조의 자진해산 결정은 이지경 포항 건설노조 위원장이 이날 오후 농성중인 각 분회 집행간부들에게 정부 등과의 막후 협상과정을 설명하면서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합원들의 안전귀가 보장과 이번 농성으로 인한 포스코쪽의 손해배상 청구 철회 등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저녁 7시께부터 농성 집행부의 '자진해산을 통한 현장복귀' 결정이 내려지면서, 포스코 농성은 자진해산으로 가닥을 잡은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10여명의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빠져 나왔다. 이어 일부 조합원들은 5층의 계단에 설치돼 있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을 지휘하던 경찰관계자는 노조가 자진해산을 통보해 왔다면서, 일부 경찰 병력을 5층으로 전진 배치했고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약속 어겼다"-"약속한 적 없다"... 그 내용은?

하지만 1시간여 지난 저녁 8시 30분께. 상황은 급반전됐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쪽에서 자진해산을 철회하고 재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경찰 등 관계당국에서 당초 약속을 파기했다는 것이다.

이 '약속'의 내용은 노조나 경찰쪽 모두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다. 대신 노조 쪽에선 관계당국에서 집행부를 포함해 노조원의 안전귀가와 함께 손해배상 철회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찰 쪽에서 조합원 손해배상 청구 등은 하지 않기로 해놓고, 뒤늦게 그와 같은 부분을 들어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면서 "집행부에서 재논의를 한 결과 재투쟁을 결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쪽은 농성 집행간부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미 노조 간부 등 18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는 상태다. 대신 단순 가담자의 경우는 간단한 조사후 안전 귀가를 보장한다는 방침은 여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 부분도 경찰쪽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경북본부는 21일 오전 10시께 포항시청앞에서 건설노조원의 재투쟁 결의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또 이날 오전 포항시 호동 근로복지회관에선 경북지역 노동자들의 점거농성 지지 집회가 예정돼 있다. 경찰도 공권력 투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다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21일 0시 현재, 포항 본사 건물은 다시 노조와 경찰의 숨막히는 대치와 긴장 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


[3신 : 20일 밤 8시 15분]

포스코 농성, 자진해산 놓고 혼란 양상


a '배 고프다' 포스코 본사 농성장. 19일 오후 3시 30분 경, 포항민주노총 황우찬 의장은 현재 농성자는 1700명이라고 밝혔다.

'배 고프다' 포스코 본사 농성장. 19일 오후 3시 30분 경, 포항민주노총 황우찬 의장은 현재 농성자는 1700명이라고 밝혔다. ⓒ 추연만

자진해산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포항지역 건설노동조합이 경찰의 약속 파기를 이유로 재투쟁 돌입을 선언하는 등 혼란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경북본부쪽은 이날 저녁 9시 30분께 언론사에 "쌍방간의 약속이 파기돼서 재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약속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농성 지도부의 신변보장과 함께 노사간 재교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농성 조합원의 자진해산을 유도하면서, 집행부를 제외한 일반 조합원에 대해서만 간단한 조사를 거친 후 안전귀가를 약속한 바 있다. 지도부의 신변보장을 두고 경찰 쪽과 농성 지도부 사이의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노조 쪽의 재투쟁 돌입 선언으로 경찰의 건물 5층 계단의 바리케이드를 철거작업도 중단됐다. 하지만 경찰은 자진해서 건물 밖으로 나오는 조합원에 대해선 당초 예정대로 간단한 조사 후 귀가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건물에 남아있는 1000여명의 농성 조합원 가운데 일부 조합원들은 층별로 자진해산과 재투쟁 돌입을 놓고 서로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신 : 20일 저녁 8시 50분]

포스코 농성, 8일만에 자진해산으로 가닥


포항지역 건설노조원의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가 노조원의 자진해산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20일 저녁 7시 30분께부터 노조 조합원과 경찰 병력 일부가 본사 건물 5층 계단에 놓여 있던 바리케이드를 자진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어 저녁 8시 30분께 경찰 병력 일부가 5층으로 들어갔으며, 조합원들은 일부 해산을 주춤하긴 했지만 점차 하나둘씩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이지경 포항 건설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상황은 종료됐다"면서 자진해산을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집행부는 자진해산 방침을 경찰 쪽에 전달했다. 경찰은 질서유지 차원에서 병력을 5층 등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조원들이 모두 빠져 나오는대로 포항 북부와 남부 경찰서 등으로 분산 이동시키고, 농성 가담 동기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집행부를 제외한 농성자 전원에 대해 간단한 조사를 한 뒤 안전 귀가할 수 있도록 약속한다"고 안내방송을 했다.

노조원들의 자진해산 방침에 따라 포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는 8일 만에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1신 : 20일 저녁 8시 5분]

몸낮춘 건설노조 "농성은 우발적 사태... 대화를 원한다"


a "대화로 평화적인 해결 원해"...포항민노총 등 5개 노동단체 회견

"대화로 평화적인 해결 원해"...포항민노총 등 5개 노동단체 회견 ⓒ 추연만

포스코 본사 점거투쟁을 벌이는 포항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이 20일 오후 4시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여 "대화와 교섭으로 사태 마무리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췄다.

이 위원장은 "건설노조 파업으로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면서 "포스코 본사에 들어오겠다는 계획은 애초 준비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사태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포스코와 포스코개발 그리고 전문건설업체들이 의도적인 교섭 회피로 사태를 극단적으로 몰아간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건설노동자는 노동법에 규정된 하루 8시간 노동과 주5일 근무제를 희망한다"며 "이 요구는 건설일용노동자에게는 너무나 절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에는 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 등 5개 노동단체들도 포스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력진압을 포기하고 대화와 교섭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청와대가 그나마 물밑에서 진행되던 교섭통로를 차단하고 폭력진압 수순을 밟고 있다"며 "대화와 교섭을 통한 평화적인 해결 노력을 호소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어 "폭력진압이 되면 불가피하게 결사항전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와 경찰에 있다"고 경고했다.

a 20일 오전 경북 포항 포스코본사 건물에서 농성중인 건설노동자들의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회사 정문까지 왔다가 경찰에 제지당한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일 오전 경북 포항 포스코본사 건물에서 농성중인 건설노동자들의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회사 정문까지 왔다가 경찰에 제지당한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한 가족이 농성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한 가족이 농성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경찰과 포스코는 19일 오후 3시부터 포스코 본사 건물에 물공급을 중단했다. 전날 취해진 전기·음식물 반입 중단에 이은 단수조치로 인해 경찰투입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설득력을 더해가는 분위기다.

포스코 정문 앞에는 노조원 가족들이 음식물 반입을 요구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위를 벌였다. 가족들은 "죄인도 밥을 주는데 밥은 먹여야 되지 않느냐"면서 "밥만 넣어주면 갈 것이다"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의 거부로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70세의 한 할머니는 "우리 아들이 저기 있다, 아들에게 밥 줘야 한다"며 애타는 모정을 드러냈다.

또 남편이 토목일용직인 64세의 권아무개씨라고 밝힌 부인은 "육십이 넘게 포항 공사판을 돌아다녔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이렇게 밥을 준비했는데 못 들어간다니, 노동자가 너무 불쌍하다"며 울먹여 주위를 숙연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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