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이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

텃밭 가꾸기도 다 요령이 있었어요.

등록 2006.07.23 14:19수정 2006.07.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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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배움의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빈 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배움의 열기가 뜨거웠습니다.이승숙
"농업기술센타에서 텃밭 가꾸기에 관한 교육을 한다는데 같이 안 갈래요?"


아는 분이 전화를 주셨다. 텃밭 농사라면 따로 교육을 받지 않아도 어느 정도 기본은 할 수 있는데 또 배워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는데 그 분 말씀이 나무전지 기술도 가르쳐 준다는 거였다. 나무 전지 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말이 내 귀에 확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강화읍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도 텃밭교육 신청자를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두 말하지 않고 같이 가자고 약속을 했다.

긴 장마 속에 그 날은 하루 종일 날씨가 좋았다. 하늘이 어찌 알았는지 부조를 톡톡히 해주었다. 강화군 불은면 삼성리에 있는 강화농업기술센타로 들어서는 들머리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에 농업기술센타가 있었는데 시원하게 잘 지어진 기술센타를 보자 선진농업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역동적인 힘이 느껴졌다.

강화군에는 행복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도시에서 이주해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해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강화군에서는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농업기술센타에서 하는 '텃밭가꾸기교육’이다.

강화군농업기술센타에서는 지난 2005년 7월에 '도시민을 위한 전원생활, 텃밭 및 정원수 가꾸기' 교육을 실시했다. 2003년부터 준비를 해서 실시한 첫 교육에는 약 120여 명의 수강생들이 교육을 받았다. 2006년 3월에 2차 교육이 있었고, 7월 19일에 실시한 3차 교육에는 모집 정원인 80명을 훌쩍 뛰어넘어 150여 명이 신청했다.

교육장인 대강의실을 꽉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서 여분의 의자에도 사람들이 앉았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교육이 실시되었는데 중간에 빠져나가는 사람 하나 없이 아주 호응이 좋았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40대에서 60대 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조금 나이가 드신 분들은 돋보기안경을 끼고서 열심히 설명을 따라 적고 있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지요. 모르는 것을 배울 때는 모두 다 학생입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지요. 모르는 것을 배울 때는 모두 다 학생입니다.이승숙
그 동안 두 번에 걸친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농업기술센타에서는 자신 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갔는데 참가자들 모두가 매우 만족해했다. 텃밭 농사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역시 배운다는 건 훌륭한 일이었다. 모르는 걸 하나씩 배우는 과정도 즐거웠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오후에는 유실수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나무를 고르는 방법과 심는 요령, 그리고 감나무 묘목장에 가서 유실수 전지법을 실례를 들어가며 배웠다.

해마다 봄만 되면 한두 그루씩 과일나무들을 집 주변에 심었다. 나무는 심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모양을 다듬어주면서 키워야 된다. 그런데 가지 자르는 법을 잘 몰라서 그냥 대충 잘라 주었더니 우리 집 나무들은 제 멋대로 자랐다. 이번에 전지하는 법을 조금 배우고 보니 나무를 다듬어 줄 수 있는 겨울이 기다려진다. 전지가위를 들고 나무를 다듬을 생각을 하니 저절로 흥이 났다.

고구마를 잘 키우는 방법도 배웠다. 고구마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이다. 일단 심어만 두면 가을에 캘 때까지 따로 손이 가지 않는다. 고구마 심는데도 다 요령이 있었다. 고구마를 심을 때는 고랑을 좁게 해주고 그리고 한 뼘 정도의 간격으로 심어주면 적당한 굵기의 고구마를 캘 수 있다.

고구마는 영양상태가 좋은 밭에서는 크기가 너무 커져서 안 좋으니까 되도록이면 환경을 악조건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퇴비를 많이 하고 비닐을 덮으면 고구마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린다. 그러면 캘 때 힘이 든다.

토마토는 순따기를 잘 해주어야 합니다.
토마토는 순따기를 잘 해주어야 합니다.이승숙
사실 우리도 몇 해 전에 고구마를 심었다가 고생한 적이 있었다. 고구마를 캐려고 삽으로 땅을 팠는데 고구마가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 힘주다가 그만 삽자루에 금이 가고 말았다. 비닐을 덮어준 우리 밭의 고구마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렸고, 나중에 보니까 고구마 길이가 두 뼘씩 되는 것들도 있었다.

집에서 먹는 고구마는 모양이 아무렇게 생겨도 상관이 없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고구마라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주먹만한 크기여야 한다. 고구마도 잘 키우는 방법이 있었다. 우리는 그걸 모르고 무턱대고 고구마를 심었다가 캘 때 고생을 한 거였다.

감나무 접 붙이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감나무 접 붙이기를 배우고 있습니다.이승숙
그 동안 농업기술센타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나와는 상관없는 곳으로 알고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 아주 유용한 곳이었다. 특히 농기계를 빌려주는 '농기계은행'은 앞으로 이용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 농사 조금 짓는 거 가지고 농기계를 장만할 수는 없어서 그 동안 밭고랑을 만들 때면 삽으로 만들었다. 일일이 삽으로 밭고랑을 만드느라 고생을 했는데 내년 봄부터는 관리기를 빌려와서 편하게 농사를 지어봐야겠다. 또 굴삭기나 그 외의 농기계들 다루는 법도 가르쳐 준다고 하니 이번 참에 남편에게 굴삭기 좀 배워보라고 권해봐야겠다.

오늘은 오랜만에 햇빛을 볼 수 있었던 하루였다. 마당에 나가서 전지를 안 해줘서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을 보았다. 군더더기 가지를 잘라주는 전지는 나무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 하는 거라고 배웠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전지가위를 들고 배운 대로 조금 실습을 해보았다. 빨리 겨울이 와서 이번에 배운 것을 실제로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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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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