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세포복제 연구 재개' 놓고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20일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재평가 토론회'

등록 2006.07.23 20:27수정 2006.07.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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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호

체세포복제 배아 연구를 재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이화여대 이화-신계계관 101호에서 열린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재평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연구 재개 문제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토론회는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가 주관했다.

"배아줄기세포는 가장 이상적이다"

첫 번째 지정발제를 맡은 포천중문의대 정형민 교수(Stem Cell Institute)는 "줄기세포는 아직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지 않고 임상적 효능성과 안정성이 입증되어 있지 않아 전 임상 단계의 기초연구나 임상시험단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줄기세포가 갖는 엄청난 잠재력으로 전 세계는 정부 또는 민간차원에서 줄기세포의 선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론적으로 배아는 인간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이므로 잠재력이 성체줄기세포에 비하면 훨씬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현재까지 확립된 줄기세포는 수정란 유래의 줄기세포뿐이며 나머지 배아줄기세포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성공사례가 없어 연구개발에 성공하면 곧 독점적 권리를 받을 수 있는 최고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줄기세포로서, 성공한다면 세포치료제의 개발 시기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아래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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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호

정 교수는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그동안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해서 다소 소극적이던 국가들도 최근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발제문에 따르면, 인간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개시 허용 국가 및 연구진은 다음과 같다. 국가, 연구소, 책임자 순. ▲ 미국/Havard Stem Cell Institute(HSCI)/D Melton, K Eggan, G Daley ▲ 미국/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UCSF)/R. Rejjo-Pera ▲ 미국/Mem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L Studer ▲ 영국/University of Edinburgh/I Willmut ▲ 영국/University of New Castle/A Murdoch ▲ 영국/King's College London/C Shaw ▲ 스페인/Prince Pelipe Research Center/M Stojkovich ▲ 중국/Chinese Academy of Sciences Shanghai Institute for Biological Science/G Xu.

"치료용이나 번식용이나 모두 부당"


두 번째 지정발제를 맡은 강릉대 전방욱 교수(생물학과)는 "복제배아는 자연수정이나 인공수정에 의해 형성된 배아와 마찬가지로 사람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지며 따라서 동등한 도덕적 지위를 확보한다"며 생명윤리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인간 배아의 도덕적 지위에 관한 윤리적 함의는 명료한 철학적 사고로 뒷받침되는 종교적 확신과 사회적 가치의 문제임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최근에는 배아의 발달에 따라 도덕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타협적인 '발생학적 관점'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배아가 인간의 시작이라는 '상징적' 가치 덕분에 각 단계에서 배아는 '상당한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을 의도적으로 임신시키고 필요에 따라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태아를 유산시키는 것이 잘못이라면 배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그 줄기세포를 사용하기 위해 해체시키는 것도 잘못이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배아줄기세포를 치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복제로 인간 배아를 생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치료와 번식을 인간 복제의 수용가능성을 구분하는 범주로 사용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치료용 복제를 허용하는 순간 번식용 복제를 향한 미끄러운 경사길로 올라설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제로 "조작된 난자당 성체(다 자라서 생식 능력이 있는 동물)에 도달한 복제 동물의 퍼센트는 소에서는 0.3%, 양에서는 1% 이하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용 복제나 번식용 개체 복제나 모두 부당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한 전 교수는 연구와 치료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연구를 기술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는 치료용 오해(therapeutic misconception)를 증폭시킬 수 있으며 연구가 치료라는 것을 믿게 한다"는 비판이다. 유전자 치료라고 부르지 않고 유전자 이식 연구라고 명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는 치료용 복제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론회는 잠시 휴식한 후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체세포복제 배아 연구는 부정적"

인제의대 강신익 교수(인문의학교실)는 ▲ 역사적으로 이론적 가능성이 임상적 효과로 증명된 사례가 드물다는 점 ▲ 면역학적 동일성의 보장 불투명 ▲ 동물실험을 통한 안전성 확보 부족 ▲ 한 사람을 위해 여러 명에게서 난자를 추출해야 하는 건강불평등성 등을 이유로 체세포복제 배아 연구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매이저병원 권혁찬 부원장은 체세포 핵이식 배아 줄기세포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보았다. ▲ 먼저 안전성의 측면에서, 분화의 조절 문제 및 역분화, 비정상적 텔로머레이즈(염색체의 양쪽 끝에 말단소립을 부착해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 구성, 핵산구조의 비정상적 메칠레이션(유전체의 기본 단위인 핵산에서 메칠기가 형성되는 것으로 유전체의 발현을 억제하여 조절하는 기능을 함), 비정상적 유전체 발현 등의 문제점이 있고, ▲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2천여 개의 난자에서 단지 몇 개의 체세포 핵이식 배아가 성공했고, 체세포 핵이식 배아의 극히 일부가 포배기 배아 발달에 성공하는데 그 상당수가 염색체를 결손하고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발현하는 등 문제점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허라금 교수(여성학과)는 황우석 교수 사태에 대해 "이 시대의 사회, 정치, 경제적 요인들이 그 연구 방향과 심지어 그 내용까지도 만들어내는 정치·경제학적 각축의 장"이었다고 평가하며 "인간배아복제 연구에 대한 토론이 구체적인 우리 사회 현실의 맥락과의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허 교수는 "배아 및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배아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진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연구가 여성과 가난한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고 있지 않다"면서 "연구에 드는 재정이 공공건강의료제도 안에서 취약 계층이 의료적 수혜를 받는 것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경쟁력 확보해야"

연세의대 김동욱 교수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는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관계이지 대체하는 관계는 아니다"며 "잠재성이 다른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국가의 줄기세포 기술력이 입체적으로 향상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 교수는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나중에(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질병의 기작을 이해하고 재생의학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학자는 없으리라 여겨지며 따라서 이 연구의 중요성을 새삼 논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난자 2000개를 사용하고도 1개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수율과 관련된 기술의 문제이고 기술은 항상 진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김희원 과학담당 기자는 줄기세포가 임상 적용이 어려운 한계가 있지만 줄기세포 연구 과정에서, "특정 질병을 가진 환자의 세포에 대한 약물의 효과를 실험하는 연구는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기자는 난자 기증에서 ▲ 난자기증자에게 나타나는 의학적 부작용 ▲ 매매 유발 ▲ 환자 가족의 취약성 등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계속돼야 한다고 김 기자는 주장했다. 김 기자는 "법으로는 현행법을 유지해 연구 허용의 길을 열어두되 국가생명윤리위원회 같은 기구를 통해 엄격히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AIST 한용만 교수(생명과학과)는 "각 연구 분야가 안고 있는 한계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배아와 성체줄기세포 양쪽 분야에 대한 연구를 모두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미래에 난치질환치료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제 사회적 공감대를 통한 투명한 줄기세포연구의 활성화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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