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

[서평] 유정수의 〈쓰레기로 보는 세상>

등록 2006.07.24 15:05수정 2006.07.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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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불철주야 신제품 연구개발에 몰두한다. 그렇지만 최신기능을 갖춘 제품을 생산했다고 하더라도 10년이 지나면 대부분 구물(舊物)이 되고 만다. 그만큼 새로운 제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까닭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구물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10년 전의 제품과 10년 후의 신제품 사이에 연결고리가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이다. 이를테면 신제품에 맞게 쓸 수 있는 부품이 구제품에는 드물거나 아예 없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재활용은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고, 대부분은 폐기물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일본의 한 기업은 최근 그 문제를 열심히 풀어가고 있다. 내셔널이나 파나소닉으로 알려진 일본의 마쓰시다 전기가 그곳이다. 그들은 4, 5년 전부터 만드는 기술뿐만 아니라 부수는 기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른바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이다. 그들은 부품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각 소재의 재 이용이 가능한 해결책을 찾았다. 이른바 소형파쇄기가 그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만드는 기술 못지 않게 부수는 기술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자원순환형 사회'와 '자원재활용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 한 권이 나왔다. 유정수가 쓴 〈쓰레기로 보는 세상〉(삼성경제연구소·2006)이 그것이다.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연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는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할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사회가 아닌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는 이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을 통해서 그 해답을 하나씩 찾아 나서보자."(프롤로그)

사실 인류가 환경문제를 국지적인 차원이 아닌 지구 전체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그것은 1969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가 전송한 푸른 별을 띤 지구의 사진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 전까지만 해도 무슨 개발을 해도, 얼마만큼의 쓰레기를 버려도, 또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물질을 버려도 전혀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불과 10년 사이에 세계 각 국은 오존층의 파괴로, 지구 온난화로, 각종 환경오염물질의 국가 간 이동으로, 그리고 폐기물의 재활용 방안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선진국형 환경국가로 불리는 독일이나 파리도 예외가 아니고,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도, 그리고 신흥경제대국을 꿈꾸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그 가운데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면 '용기포장재'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포장은 보통 저장이나 분류, 그리고 운반과 같은 기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마시는 음료 같은 경우엔 유리병이 그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안정성과 품질 보존성이 뛰어나고 재사용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리병이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무겁고 깨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휴대가 편하고 비용도 적게 드는 제품을 고심했는데, 그게 바로 페트병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페트병 맥주까지 등장할 정도로 그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페트병 같은 용기포장재가 세계 각 국마다 넘쳐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그것들을 어떻게 회수하고 재활용할 것인지가 그것이었다. 이에 대해 독일에서는 생산자 책임에 의한 재활용 즉, 재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페트병을 화학원료로 재활용해서 옷이나 커튼을 만들기보다는 그대로 씻어서 페트병으로 다시 쓰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는 생산자의 재활용이라는 측면보다는 지자체가 분리와 수집을 하고, 회수된 용기포장재의 재활용을 생산자에게 맡기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재활용하는 업체를 적극 활용한다. 각 기업이 용기포장리사이클협회에 재활용의 비용을 부담하면 그 비용을 실제로 재활용하는 업체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자체가 용기포장 폐기물을 수집하고 분리하며 압축과 보관까지 도맡아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지자체의 재활용과는 별개로 수많은 영세업체들과 개인들이 있어서 잘 존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민간 수집업자를 매개로 하는 재활용 시장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없어진다면 우리나라의 재활용 시스템은 큰 혼란과 붕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하여 일본에서는 쓰레기나 폐품들을 중국으로 많이 내다 판다고 한다. 만일 그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진행된다면 국내에서의 재활용 시스템도 순식간에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서 만약 우리 모두가 재사용 용기를 사서 쓴다면 재활용이 필요한 용기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용기포장의 재활용품 시장은 자연 시 소멸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닐까?"

부수는 기술에도 박차를 가했으면

한편,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도 나라마다 다양하다. 필리핀은 쓰레기 처치를 대부분 매립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도 매립이긴 하지만 금속류나 용기포장, 종이류, 플라스틱 같은 것은 선별한 후, 나머지 것들을 모아 생물학적 처리를 거친 후 소각하여 매립토록 한다. 그래서 양질의 퇴비를 만든 후, 좋은 비료나 흙으로 사용한다. 이는 프랑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비료를 와인 제조용 포도밭에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쓰레기 매립장이 있다. 그 중 유명한 한 곳을 꼽으라면 서울의 난지도가 아닐까 싶다. 그곳 옆에 축구장이 생겼고, 그 매립지 위에서 골프도 즐겼다. 그만큼 대규모 공원이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그 밑에 깔려 있는 쓰레기들이 얼마만큼의 생물학적 처리를 거친 후 매립되어 있는지, 또 얼마만큼의 쓰레기들이 묻혀 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그것이 훌륭한 공원이라곤 하지만 과연 우리의 후손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아무쪼록 쓰레기를 묻되 최대한도의 생물학적인 처리를 거친 후 소각해서 매립했으면 한다. 간편하고 편한 페트병 같은 용기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조금은 힘들더라도 쓰고 또 쓸 수 있는 유리병 같은 용기를 사용하면 좋겠다. 단기적인 이득에만 눈 먼 채 신상품 개발에만 눈독을 들일 게 아니라 10년 뒤에도 부품만 바꿔서 쓸 수 있는 멋진 제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도 만드는 기술 못지 않게 '부수는 기술'에도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부수는 기술이란 단순히 때려부수는 기계적인 기술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음세대를 잇는 생물학적 기술이요, 곧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어 가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쓰레기로 보는 세상 - 자원 재활용의 허와실

유정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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