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론 "이제 야스쿠니 참배가 싫다"

등록 2006.07.25 13:20수정 2006.07.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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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지난 2004년 10월 17일 도쿄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지난 2004년 10월 17일 도쿄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그동안 팽팽한 평행선을 그어온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찬반여론이 '반대'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2일~23일 양일간 실시한 전국 여론 조사에서 차기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반대가 60%를 기록, 20%의 찬성을 크게 웃돌았다. 또한 <마이니치신문>이 동일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54%로 과반수를 넘어 33%의 찬성을 크게 앞질렀다.

앞서 지난 1월 <아사히신문>의 조사에서는 동일 질문에 대해 '반대'가 46%, '찬성'이 26%였으나, 같은 기간에 실시된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각각 47%로 여론이 양분되며 혼선 양상을 보였었다.

이런 결과들을 감안할 때 이번 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얼마나 급증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쇼와 일왕 메모에 돌아선 일본 국민들의 마음

일본 여론들은 이처럼 일본 국민들의 여론이 '반대'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한중 양국관계 악화 ▲쇼와 일왕이 A급 전범 합사에 불쾌감을 느끼고 참배를 중단했다는 내용의 메모 공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총리의 참배에 대해 찬반을 결정할 때 쇼와 일왕의 메모를 '중시'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60%를 넘어선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반대 여론 역시 급격히 확대되었다.


<아사히신문>의 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9월말 임기 중 참배'에 대해 '반대'가 57%로 29%의 '찬성'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로 따돌렸다. <마이니치 신문>의 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8월 15일 참배'에 대해 반대가 54%, 찬성이 33%를 기록했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의 취임 직후인 2001년 5월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8월 15일 참배'에 대한 '반대'가 7%에 불과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4일 이처럼 야스쿠니 참배 반대 여론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 "(조사 결과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야스쿠니 참배는 지지율로 결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차기 총리의 참배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유"라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데 그쳤다.

아베 장관, '포스트 고이즈미' 레이스 승승장구

a 지난 2004년 7월 11일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당원들 이름 위에 붉은 장미꽃을 꽂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와 박수를 치고 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오른쪽).

지난 2004년 7월 11일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당원들 이름 위에 붉은 장미꽃을 꽂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와 박수를 치고 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오른쪽). ⓒ AP/연합뉴스

한편, 차기 총리 '0순위'로 꼽히고 있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국민적 인기를 과시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가장 어울리는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 아베 장관이 44%를 기록, 7%의 아소 다로 외무상과 3%의 다니카키 사다즈카 재무상을 큰 차로 따돌렸다.

<닛케이신문>이 21일~23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아베 장관이 42%를 차지하며 독주 양상을 보였다. 지지 이유에 대해서는 '인성과 이미지'40%로 가장 많았고, '외교와 안전보장정책에 대한 태도'가 28%로 4포인트 상승하며 그 뒤를 이었다. 신문은 상승 이유에 대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등이 극민들에게 어느 정도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했다.

'아베-후쿠다' 대결 구도를 그려온 일본 언론들은 아베 장관의 최대 라이벌로 지목되어 온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지난 21일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아베 장관의 '포스트 고이즈미' 레이스에 날개가 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정계에서 '아베 차기 총리'는 기정사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장관의 차기 총리 기정사실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4일 국민과의 대화격인 '타운 미팅'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아베 장관에게 "총리가 되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괴로움을 극복해 나가는 데 인생의 즐거움과 의의가 있는 것 아니냐" 며 아베 장관의 '차기총리 기정사실화'에 힘을 실어주었다.

또 자민당 최대 파벌이자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장관이 속한 모리파의 영수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이 날 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베 장관을 차기 총리로 전제한 발언을 했다.

그는 "경제계와 지방 등에서 후쿠다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고이즈미 총리의 정책에 대한 안티테제다, 아베 장관은 이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며 '고이즈미 개혁 노선'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 이 발언 역시 아베 장관을 차기 총리로 염두에 두고 한 조언이다.

자민당 내 '비 아베' 세력들은 이런 독주에 제동을 걸고자 후쿠다 전 장관을 대신할 후보 옹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마땅한 후보가 없어 '아베 대세론' 에 이변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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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국제부에서 일본관련및 일본어판 준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채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일 통번역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는 휴학중입니다만, 앞으로 일본과 한국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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