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로 샤워하는 곳... 상수 허브랜드

상수 허브랜드와 안심사

등록 2006.07.26 10:32수정 2006.07.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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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열단풍(공작단풍) 사이로 핀 야로우

세열단풍(공작단풍) 사이로 핀 야로우 ⓒ 문일식

문의면에서 대청호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면 문의대교를 건너고 우회전하여 12번,11번 군도를 타고 가면 17번 국도를 만나게됩니다. 17번 국도를 타고 다시 북쪽으로 가다보면 상수 허브랜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1000여 종이 넘는 허브를 가꾸고 있는 이곳은 허브를 직접 보고, 느끼고,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웰빙'이라는 단어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후 허브는 이제 웰빙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구나 직접 후각이나 미각을 통해서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감만족 추구'라는 미래지향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a 허브랜드,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던 허브랜드의 첫 모습.

허브랜드,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던 허브랜드의 첫 모습. ⓒ 문일식

17번 국도에서 상수 허브랜드 표지판을 보고 들어선 허브랜드의 첫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회색빛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허브를 심고 가꾼다면 적어도 널찍한 야외공간을 활용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티켓을 구매할 때까지는 그랬습니다.

허브랜드는 올림픽이 개최되던 지난 1988년 문을 열었습니다. 콘크리트 건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나마 위로를 해주는 것은 동양 최대규모의 알루미늄 유리온실을 만들어 둔 덕에 1년 내내 허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차디찬 겨울이 오면 다른 허브농원들은 내년 봄을 기약해야 하지만 상수허브랜드는 허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a 고추공룡 바위를 쓰다듬는 한 할머니.

고추공룡 바위를 쓰다듬는 한 할머니. ⓒ 문일식

허브랜드는 3000평 규모의 유리온실과 함께 야외정원으로 구분됩니다. 야외정원에는 허브 뿐만이 아니라 재미있는 여러가지 바위나 분재소나무, 철갑상어가 노니는 수족관 등 을 꾸며 놓았습니다.


그 중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고추공룡이라는 바위입니다. 앞에서 보면 남자의 성기를 연상시키고, 전체적으로 보면 공룡이 알을 낳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둘을 합쳐 고추공룡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속설에 따르면 고추의 형상을 하고 있는 앞부분을 만지면 아들을 낳고, 공룡의 엉덩이 부분을 만지면 딸을 낳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앞부분을 많이 만졌지만, 근래에는 뒷부분을 많이 만진다고 하니 아들 선호사상도 조금씩 깨져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모임에서 단체로 오셨는지 한 할머님 한 분이 바위의 앞부분을 연신 만지시며 넉넉한 웃음을 지으셨고, 옆에 계신 할아버지는 계면쩍은 듯 웃으시기만 하십니다.

a 열심히 꿀을 따고 있는 꿀벌... 노란꽃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열심히 꿀을 따고 있는 꿀벌... 노란꽃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 문일식

허브랜드를 수놓은 형형색색의 꽃들에는 사람들의 호의적인 손길 뿐 아니라 벌과 나비들의 축제장이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아니 사람의 손이 먼저 닿기 전에 그들은 꽃과 조우를 합니다. 한창 '작업' 중인 녀석들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손길은 달갑진 않을 겁니다. 사람의 손길에 놀라거나 귀찮아진 녀석들은 작은 날갯짓으로 멀리 날아갑니다.

a 세이지를 붙잡고 꿀을 채취하고 있는 어리호박벌

세이지를 붙잡고 꿀을 채취하고 있는 어리호박벌 ⓒ 문일식

'윙윙~' 귀가를 스치고 가는 한 녀석이 있었습니다. 순간 멈칫 놀라며 고개를 숙였는데, 저 앞에 가는 게 보였습니다. 덩치는 커다랗고 온 몸이 까만색인 녀석이었는데,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꿀을 따려는지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앉은 꽃이 바로 세이지였습니다. 세이지는 꽃의 지름이 그리 크지 않은 꽃입니다.

녀석이 달려든 세이지는 자신의 몸보다 훨씬 작습니다. 꿀을 따겠다고 앉은 모습은 사뿐이가 아닌 마치 위험한 지경에 있다가 벼랑끝을 붙잡은 형상입니다.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모습과 세이지꽃을 잔뜩 움켜쥔 다리와 꿀 따는 일에 열심인 모습에 왠지 웃음이 났습니다. 녀석을 찍기 위해 한 10여분 남짓 한자리에 있었는데 온몸에 쥐가 나는 듯 했습니다.

a 허브정원중 러브터널.

허브정원중 러브터널. ⓒ 문일식

야외에서 유리온실이 있는 실내로 들어서면 허브랜드의 진가를 보게 됩니다. 허브정원으로 명명된 곳은 그야말로 허브샤워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온실 내 수많은 허브 사이로 터널을 만들어놓고 그 사이를 통과합니다. 사방에서 맡을 수 있는 허브향과 색감이 발길과 시선을 머물게 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아 흠이긴 하지만 가는 곳곳마다 향기가 넘칩니다. 허브나라보다는 못하지만, 작고 이쁜 팻말에 명명된 이름을 새겨 넣었습니다.

a 쿠쿠시아와 안테로라벤다

쿠쿠시아와 안테로라벤다 ⓒ 문일식

너무도 많은 허브들 속에 이름 하나라도 외워보려 하지만 우선 카메라 셔터에 손이 가는 게 우선인가 봅니다. 찍어놓고 보자는 심산에 수많은 셔터를 눌러보지만 글을 쓰는 이 와중에는 생각나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메모를 해두었던 몇 가지만이 가물가물하게 떠오를 뿐 이었습니다.

알고 모르고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글을 쓸 때 만큼은 이름 하나하나가 아쉽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꽃, 이쁜 꽃'으로 일관된 필체에서 벗어나고픈 욕구가 높아지는 요즘입니다.

허브랜드를 나와 약 20분 정도를 가면 안심사가 있습니다. 뜻 그대로 '마음이 평안한 절'입니다. 산라 혜공왕때 진표율사가 창건하면서 제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으로 사명을 지었다고 합니다. 안심사를 찾아가면서 '우리 이제 안심먹으러 간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던 게 떠오릅니다.

a 보물 664호로 지정된 안심사 대웅전.

보물 664호로 지정된 안심사 대웅전. ⓒ 문일식

안심사는 입구로부터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안심사를 가로지르는 작은 천변을 따라 담쟁이를 가득 안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고 바로 경내에 이릅니다. 뒷편 동산에는 소나무군락이 자리잡고 있고, 낮은 팔작지붕을 가진 요사채 건물과 함께 정면에는 보물 664호로 지정된 대웅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조선 인조때 송암스님이 쓰러져가는 절을 중수했다고 하는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측면이 3칸인 팔작지붕이었는데 언제인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 대웅전 건물에는 재밋는 구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공포가 올려져 있는 다포집인데, 측면에도 빼곡히 공포가 올라와 있습니다. 다른 여느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a 안심사 대웅전 뒷벽. 양쪽 두칸은 공포가 있고, 가운데는 공포가 없고 널판으로 전체를 막았습니다.

안심사 대웅전 뒷벽. 양쪽 두칸은 공포가 있고, 가운데는 공포가 없고 널판으로 전체를 막았습니다. ⓒ 문일식

더욱 재미있는 것은 뒷벽입니다. 3칸 중 가운데는 공포가 쏙 빠져있고, 바닥부터 지붕 밑에 이르기까지 널판으로 막혀 있습니다. 가운데를 제외한 양 옆의 두칸은 보통의 전각들처럼 공포가 올려져 있습니다. 또한 기둥의 맨 윗부분을 가로지르는 평방과 창방 역시 양 옆 두칸에만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대웅전의 왼쪽에 자리잡은 전각은 삼성각이나 산신각 같은데 현판도 걸리지 않은데다 정면이 2칸으로 이례적입니다. 대체로 건물은 홀수의 칸으로 지어진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전각의 옆에는 충북 유형문화재 27호로 지정된 세존사리탑과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창건주인 진표율사가 창건 당시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했다고 하지만 부도의 유형은 석종형으로 조선시대의 것입니다. 세존사리탑 옆에 있는 비에 따르면 이 탑의 행방을 전혀 찾지 못하다가 고종 18년에 구룡산에서 찾아내 이 곳으로 다시 옮겨왔다고만 전해집니다.

a 세존사리탑 옆에 절대적 부조화를 누리고 있는 불상.

세존사리탑 옆에 절대적 부조화를 누리고 있는 불상. ⓒ 문일식

세존사리탑 옆에는 머리를 잃은 부처가 있는데, 누군가가 몸집과는 전혀 상관없는 불두를 얹어놓아서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처의 모습은 영화 '맨 인 블랙'에 나오는 우주인같아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그다지 잦지 않은 안심사, 사람들의 발길이 크지 않은 만큼 안심사 경내는 넉넉한 오후의 막바지 햇살속에 여유로움이 그득그득 했고, 대웅전 돌계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평온함이 내내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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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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