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호와 유엔 사무총장

동원호 피랍 후 100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부

등록 2006.07.26 10:17수정 2006.07.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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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9시 뉴스에 우리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당선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엔사무총장이 우리나라에서 나온다면 대한민국 국민인 나도 매우 자랑스러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 축포에 찬물을 끼얹는 TV프로그램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MBC < PD수첩 >이다.

과거 황우석 사건, 최근 한미FTA 진실을 파헤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 PD수첩 >은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던 동원호를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맞다. 그 일은 분명 우리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던 사건이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원양어선 동원호. 100일이 지났는데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하려 하지 않고 있다.

어느 새 언론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래 그러기엔 우리에게 너무 사건이 많았다. 그 일등공신은 월드컵이다. 월드컵 전 마땅한 빅뉴스가 없던 시절엔 너도나도 나불대더니 월드컵이 시작되자 뉴스는 온통 붉은색 물결이었다. 어떤 날은 뉴스의 70~80%가 월드컵 관련 뉴스였다. 이 정도면 이 사이에 동원호가 낄 자리는 이미 없다고 봐야 한다.

쓰디 쓴 동원호가 맛있는 월드컵과 만나니, 쓰레기통에 던져질 것은 자명하다. 월드컵이 끝나자 지방선거가 시작됐고, 결과는 한나라당의 대승리였다. 승리에 도취한 한나라당과 초상집 분위기의 열린우리당이 동원호를 생각할 여유는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북한 미사일 문제가 터졌다.

우리 안보와 직접 연결된 것이니 당연히 우리 동원호 선원들은 희생돼야 마땅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자신의 가족들이 아니라고 너무도 쉽게 잊어버렸다. 아니 지워버렸다는 편이 맞다.

그 자리에 매체가 뿌려주는 잡다한 사건들을 들어 앉혔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우리 동원호가 그 자리에서 사라지거나 우리 기억 속에서 사리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아직도 머나 먼 타국에서 한국인의 이름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임은 직접적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자국 글씨도 모른다는 해적 두목을 두고, 해적들의 언론플레이 등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외교통상부 직원의 말은 탁상공론에 그쳐 보인다.

선원들 중 중국교포출신들을 중국 대사관에서 빼내려 시도했다는 말은 조선족이라도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중국의 외교정책이 우리보다 훨씬 인간미 넘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비록 프리랜서 PD지만 한국인이 직접 들어가서 취재할 정도로 열려 있는 소말리아 해적 소굴에 위험하다며 아무도 파견하지 않은 우리 정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라의 녹을 받고 있는 것일까?

우리 정부의 외교 능력은 앞선 여러 사건에서도 그 무능함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일본, 중국과의 어업협상, 미국과의 FTA, 차세대 전투기 도입 등 우리나라 외교 능력은 이미 바닥을 쳤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는 우리 정부를 믿고 싶었다. 더구나 선거 때 현 정부를 적극 지지했던 나로서는 그 믿음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임기 말 낙하산 인사로 진흙탕을 만들고 있는 이 정부에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본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신화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다 좋다. 어차피 말아먹은 임기. 그냥 해외에 억류돼 있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도 제대로 구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반(半) 장관이 반(反) 장관이 되지 않으려면 유엔사무총장에 목숨 걸기 전에 우리 동원호 선원들 목숨부터 구해주기 바랄 뿐이다. 자국 국민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세계평화의 상징을 누가 믿어준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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