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덕수궁에 그림 보러 가세요

7월 30일까지 '근대의 꿈: 아이들의 초상'전

등록 2006.07.27 22:37수정 2006.07.28 14:02
0
원고료로 응원
a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 강희정


지난 일요일(23일)에는 아이들과 덕수궁 미술관에 갔다. 오랫동안 보지 못하던 친구들을 연락하여 함께 만나기로 하면서 모임 장소를 덕수궁 미술관으로 정하였다. 그림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아이들에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서 여러 모로 좋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에 덕수궁에 도착하였는데 이 때 마침 덕수궁의 ‘수문장 교대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지켜보았다. 나로서도 처음 보는 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도 함께 구경했고, 그 중에 외국인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우리 문화의 일면을 보여 줄 수 있게 한 좋은 기회였다.


‘수문장 교대의식’이 끝나고 덕수궁으로 들어가서 조금 기다리니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오랜만에 친구들끼리 아이들 데리고 만나는 자리여서 그동안 몰라보게 많이 자란 아이들도 볼 수 있었고, 새로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a 덕수궁의 역사 를 설명하는 사람

덕수궁의 역사 를 설명하는 사람 ⓒ 강희정


정문 입구에서 직원인 듯한 사람이 덕수궁에 대하여 소개해 주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들었는데 나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원래 덕수궁은 왕의 궁궐이 아니라 월산대군의 거처였는데 임진왜란 때 궁궐이 불타버리고 난 후에 되돌아온 선조가 임시 행궁으로 사용하였으며 이 때부터 경운궁으로 불렸다고 한다. 아관파천 이후에는 고종과 순종이 거처하였으며 순종 때에 덕수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덕수궁에 대한 역사적 설명을 듣고 덕수궁 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미술관 앞에는 전시회의 제목을 알리는 긴 휘장이 걸려 있었다. 제목은 '근대의 꿈: 아이들의 초상'이었다. 빨간 옷을 입고 수줍은 듯하게 아래로 시선을 내려 떨어뜨리고 있는 소녀(이인성의 그림)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a 덕수궁 미술관 앞모습

덕수궁 미술관 앞모습 ⓒ 강희정


표를 사들고 미술관 안에 들어가니 미술에 문외한인 내게조차 익숙한 화가들의 그림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김기창, 박수근, 이중섭, 배운성, 이인성, 장욱진 등 여러 유명 화가들의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낫을 들고 엄마와 함께 일하는 소년과(김기창의 그림) 어린아이를 업고 입는 여자 아이(박수근의 그림)등 어린이들일지라도 생활 속에서 각자가 맡은 몫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림 속에 나타났다. 요즘의 우리 아이들이 공부 외에는 일과 생활로부터 유리된 채 살아가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또한, 일제 식민지라는 암울한 시기로부터 이후에 터진 6.25 전쟁의 상처를 겪은 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우리의 근대는 아이들로부터 아이다움을 빼앗아 버린 혹독한 시련의 역사로 이어져 있었다. 그림을 통해 우리 근대사의 아픔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었다.


a 이만익의 그림

이만익의 그림 ⓒ 강희정


그러나 그 어두운 시대를 겪어 오면서도 어린이들답게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 돋보였다. 특히, 온 동네 아이들이 두 패로 나뉘어 줄다리기하는 모습을 그린 배운성의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놀이에 참여하고 있었다. 식민지 시대의 고통을 겪는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름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존재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시된 그림을 좀 더 오래 감상하고자 하는 엄마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금방 지루해하고 빨리 나가자고 보채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전시관 안에 마련된 ‘어린이 미술체험공간’에서 각자 그림들을 그려보게 했다. 그동안 친구들과 나는 더 자세하게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림을 다 보고 난 후에 우리는 덕수궁 미술관 앞 벤치에 앞에서 오랫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었다.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어색함이 없이 금방 친해져서 놀고 있었다. 낯선 사람에게도 편견이나 거부감을 갖지 않고 누구라도 함께 쉽게 어울리는 것이 아이들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근대의 꿈: 아이들의 초상' 전시회는 다음 주 일요일(7월 30일)에 끝난다고 한다. 아직 이 그림 전시회를 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친구들끼리 아이들 데리고 만나거나 아니면 가족들끼리 아이들과 함께 좋은 그림들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전시회는 마지막 전시일이 7월 30일(일)이다. 월요일은 휴관, 화·수요일은 오후5:30, 목·금요일은 오후8:30, 토·일·공휴일은 오후 6:30까지 개관한다. 
관람료 일반 : 3000원, 7~18세:1500원, 6세이하 무료(덕수궁 입장료는 별도) 
덕수궁미술관 http://www.deoksugung.com 
문의 02-2002~0600

덧붙이는 글 이번 전시회는 마지막 전시일이 7월 30일(일)이다. 월요일은 휴관, 화·수요일은 오후5:30, 목·금요일은 오후8:30, 토·일·공휴일은 오후 6:30까지 개관한다. 
관람료 일반 : 3000원, 7~18세:1500원, 6세이하 무료(덕수궁 입장료는 별도) 
덕수궁미술관 http://www.deoksugung.com 
문의 02-2002~0600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