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서 많은 피를 흘리는 하중근씨가 치료를 받고 있다.민중의소리 제공
"돌멩이가 날아와서 다쳤다더라구…. 삼척동자도 웃을 얘기지. 자기들끼리 치고 받은 것도 아니고, 엄연한 살인 아냐? 아직 죽지는 않았으니 적어도 살인미수는 되는 거 아니냐구…. 그런데 아무런 책임지는 놈이 없어.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고."
27일 오전 10시 경북 포항 동국대병원 중환자실. 열흘째 환자 가족 대기실을 지키던 하승근(56)씨는 억울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바로 옆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는 하중근(44)씨. 12살이나 어린 막내동생이다. 팔순 노모를 부양하며 어렵게 생활을 이어오던 하씨는 지난 16일 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밤에 숙소에 돌아와서 씻고 누우려는데 전화가 와요. 동생이 많이 다쳤다나봐. 울진 고리에서 포항까지 달려왔지. 처음엔 별것 아닌 줄 알았어요. 그런데 뇌사라는 거야."
나이 차이가 많고 각자 노동일을 하며 바삐 살아온 터라 형제는 자주 연락도 못했다. '그저 잘 살겠거니' 하며 떨어져 지내온 하씨에게 막내동생의 중상 소식은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노인네가 병원 와서 얼마나 울던지…."
포항건설노조 소속 조합원으로 파업 투쟁에 나섰던 동생 하씨는 지난 16일 오후 길거리에서 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이 방패를 치켜들고 해산 작전을 펼친 직후다. 당시 하씨는 물론 동료 조합원들에게는 아무런 무기도 없었다.
"들어보니까 경찰이 방패를 이렇게, 이렇게 (직각으로) 들고 밀어닥쳤다는거야. 그 다음에 동생이 발견됐고…. 머리 뒤쪽에 크게 상처가 났더라구. 내가 왔을 땐 1차 수술이 끝났는데 2차 수술도 해야된데요. 그래서 심각하다고 생각했지만, 저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말을 이어가는 하씨의 입에서 한숨이 새나왔다. 동생 하씨는 44살이 되도록 혼자 살았다. 가족이라곤 팔순 노모와 형제들. 자식도, 많은 재산도 없는 일용직 노동자로 평생을 살아온 동생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팔순 노모가 대성통곡하는 모습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제일 충격이 크지….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데. 노인네가 병원에 와서, 너무 많이 울어서 할 수 없이 집으로 모셔갔지. 그 나이에도 밥 한 공기를 다 드시는 분인데, 지금은 반의 반도 못 먹어. 마누라가 어머니도 탈나시겠다고 걱정인데…."
하씨는 "정치나 노조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말했지만 누군가는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노동자들 불쌍해…. 도시락 싸갖고 다니는데 비올 때면 천막 밑에 모여서 밥 먹지. 포스코 직원들 하얀 식탁보 깔린 데서 밥 먹는 거에 비하면 얼마나 불쌍한 지.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어야지. 정부나 관계기관에서 책임지고 노력해야 돼."
"불법 파업 참가자는 죽어도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