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1시 포항시 형산강 둔치. 50여명의 노동자들이 한창 무대의 위치를 바꾸며 다음날의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김호중
27일 낮 1시 포항시 형산강 둔치. 50여 명의 노동자들이 한창 무대의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지난밤 내린 비로 진창이 돼버린 둔치 위에 쏟아지는 햇볕 속에서 구령에 맞춰 "으샤, 으샤"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방금 집회를 마친 이들은 내일의 또 다른 집회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서자 당장 "뭐냐"는 반응이 살벌하게 터져 나왔다. "어디 기자야? 이거 찍어도 되는 거야?". 건장한 남자들이 다가와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기자임을 알자 사람들은 "인터뷰 안 한다"며 삽시간에 흩어졌다. 돌아선 등 뒤로 "개XX들"이라는 욕설이 흘러나왔다. 정부와 언론에 대한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의 분노는 그만큼 깊었다. 상처도 컸다.
"TV를 깨버리고 싶었어. 박살내버리고 싶었지. 신문도 찢어버리고 싶었고. 우리가 죽을 죄를 졌나? 남들 다 하는 주5일 근무 해보자는 게 그리 큰 죈가?"
"다 이탈하고 1000명 남았다고? 그렇게 쓰는 의도가 뭐야?"
돌아선 조합원들 중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두 사람을 따라잡았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각각 20년 이상 일했다고 했다. 쉰살이 훨씬 넘어 보이는 두 사람은 이름조차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파업투쟁 동안 언론이 보여준 태도를 비난하기는 거침없었다.
"언론이고 국회의원이고 다 XXX들이야. 어떻게 신문기자라는 놈들이 죄다 있는 놈 편만 들어. 언론에서 뭐? 포스코 점거 농성하는 사람들이 다 이탈하고 1000명 남았다며? 그것도 극렬분자만 남았다고? 내가 그 속에 있었어. 2400명, 2500명 다 있었지. 근데 그렇게 써버리는 의도는 대체 뭐야? 우리 죽이자는거 아니겠냐구."
실제로 그랬다. 13일 밤 포항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뒤 각 언론사는 "불법 파업을 엄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뿐만 아니라 사설, 기고문이 총동원됐다.
"그러니까 니들하고는 더 할말 없는 거야. 우리가 왜 파업했는지, 거기에 대해서 알아? 우리 편 들어달라는 게 아냐. 왜 포스코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으면서…."
한 사람이 열변을 토하는 동안, 또 다른 사람은 말이 없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이어진 문답은 "더 할말 없다"는 손사래와 함께 끝났다.
"진짜 우발적으로 들어간 거예요. 조합원들이 흥분한 상태에서. 근데 계획적인 범행이라나 뭐라나…. 화염방사기? 그거 라면 끓여 먹으려고 갖고 들어간 가스통일 뿐이에요. 근데 경찰이 우르르 올라오니까 '이거 죽겠구나' 싶더라구. 그런 상황에서 누가 방어를 안하겠어요? 딱 그런 것만 찍어서 내보내는거야."
경찰이 우루루... "이거 죽겠구나 싶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