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폭포의 위용에 여름이 옷을 벗다

[여행] 경남 밀양시 구만산 산행을 떠나다

등록 2006.07.31 09:53수정 2006.08.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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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푸른 하늘에 햇빛이 쨍하게 비친 지난 29일, 나는 경상남도 밀양 구만산(785m,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를 따라나섰다. 오전 8시 마산서 출발한 우리 일행은 10시 10분께 인곡마을(밀양시 산내면 가인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구만폭포의 위용에 여름이 옷을 벗었다!
구만폭포의 위용에 여름이 옷을 벗었다!김연옥
한가로운 풍경의 인곡저수지를 지나 계속 걸어가다 보면 계곡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하얀 바위 사이로 부서져 흐르는 차고 투명한 물을 바라보며 잠시 가쁜 숨을 돌린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1시간쯤 갔을까. 어느새 계곡의 경쾌한 물소리가 아득하게 들리고 초록빛 숲길이 이어졌다.


초록빛 숲길을 걸어가다.
초록빛 숲길을 걸어가다.김연옥
나는 온통 초록빛인 숲길을 걸어가면서 풋풋한 풀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자연의 은은한 향기는 맡을수록 좋다. 그런데 앞에 가는 여자 분이 진한 화장품 냄새를 풍겨 할 수 없이 멀찌감치 떨어져 걸었다. 나도 이따금 화장을 짙게 하고 싶지만, 그래도 산에서만큼은 자연의 싱그러운 향기에 흠뻑 취하고 싶다.

구만산 정상.
구만산 정상.김연옥
구만산(九萬山) 정상에 이른 시간이 낮 12시 15분. 구만산은 임진왜란 때 9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난을 피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구만계곡이 절경이다. 양쪽으로 높은 절벽이 솟아 있는 구만계곡은 골짜기가 좁고 길어서 통수골이라 부르기도 한다.

구만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
구만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김연옥
구만산 정상은 조망이 없지만, 구만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조망을 즐길 수 있다. 가파른 길을 30분쯤 내려가니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구만폭포를 볼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렜다. 좀 더 걸어가자 점차 구만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구만폭포로 가기 위해 비탈길을 조심조심 걸어 내려갔다. 구만폭포는 높이가 40m 정도의 수직 폭포로 무척 아름답다.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쏟아져 내리는 구만폭포의 위용에 여름이 옷을 벗었다!

높이 40m 정도의 구만폭포. 그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높이 40m 정도의 구만폭포. 그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김연옥
나는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내 일행 몇몇과 함께 점심을 나누어 먹었다. 시원한 폭포를 바라보며 밥을 먹기란 난생 처음이다. 그저 시원한 폭포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문득 인생은 게임이 아닌 즐거운 여행이 되어야 한다는 고암 정병례 선생의 글이 생각났다. 평생 전각 외길을 걸어온 그는 자신의 삶을 버텨 준 버팀목이 예술이라고 했는데, 내 삶의 버팀목은 과연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김연옥
구만폭포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사람들.
구만폭포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사람들.김연옥
구만폭포 아래 맑은 소(沼)에서 얼굴을 씻으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의 휴대 전화나 디카에 구만폭포의 모습을 담으면서 즐거워하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내 귓가에 맴돈다. 나는 못내 아쉬웠지만 구만폭포를 뒤로 하고 오후 1시 50분께 다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돌이 엄청 많은 너덜겅을 지나갔다. 그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돌을 하나씩 쌓아서 만든 듯한 큰 돌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 길을 지나다니면서 저마다 어떤 소원을 간절히 빌었을까?

구만계곡을 흐르는 물은 바닥에 깔린 잔돌까지 환히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그리고 군데군데 조그마한 못이 형성되어 있다. 첨벙 뛰어들고 싶을 만큼 물이 투명하다. 아슬아슬한 철계단을 내려가거나 로프를 잡고 지나가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양쪽으로 높은 절벽이 솟아 있는 구만계곡은 통수골이라 부르기도 한다.
양쪽으로 높은 절벽이 솟아 있는 구만계곡은 통수골이라 부르기도 한다.김연옥
구만계곡.
구만계곡.김연옥
구만계곡은 참으로 길다. 나는 계곡이 좋아 가다가 쉬기를 되풀이했다. 산악회 버스가 있는 봉의마을에 이른 시간이 오후 3시 40분께. 그래도 따가운 여름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길을 참으로 오랜만에 걸었다. 폭우를 잘 견뎌 낸 탐스러운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사과나무도 보기 좋았다. 얼음골과 가까운 곳이라 그곳 사과도 맛있을 것 같았다.

마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차례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다. 여름이 점점 무르익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언양I.C→ 석남터널(국도 24호)→산내면 가인리 인곡마을.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언양I.C→ 석남터널(국도 24호)→산내면 가인리 인곡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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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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