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못 이루는 서울, 쇼도 보고 영화도 보자... 공짜로!

국립극장, 여름 특산물 '열대야 페스티벌' 오는 3일 개막

등록 2006.08.01 11:59수정 2006.08.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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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야 피서한다는 편견을 버리자!

물 폭탄에 초토화된 한반도이지만, 그 이전에 가벼워진 도시 서민들의 여름은 마땅한 피서 계획을 세우지 못해 마음이 물난리보다 오히려 더 황폐해진다. 그러나 생각만 조금 바꾸면 돈 안들이고 멋진 피서를 만끽할 수 있다.


서울을 떠나야만 피서? 아니다 서울 중심에서도 얼마든지 일원 한 푼 들이지 않고 피서를 즐길 수 있다. 남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먼저 이마의 땀을 식히고, 이어 멋진 가수와 밴드의 쇼, 심야에 노천에서 감상하는 로맨틱한 영화 한 편으로 열대야는 얼씬 못할 청랑한 밤이 될 것이다.

국립극장(극장장 신선희)은 매년 여름마다 서울의 지붕 남산을 끼고 있는 천혜의 자원을 십분 활용한 시민축제를 열고 있다. 이른바 '열대야 페스티벌'.

국립극장은 1500여 평의 넓은 문화광장에 특설무대와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축제 기간은 오는 3일부터 5일까지 저녁 7시 30분부터 사흘 동안 계속되며, 매일 국악 콘서트와 록 콘서트, 가족영화 순으로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올해는 '신국악단'이라 불리는 신세대 국악 그룹 '소리아'의 신명나는 국악 콘서트와 신효범, 마야, 김종서 등 실력 있는 대중 록 가수들의 열띤 무대가 마련된다. 더불어 <사랑해 말순씨>, <빨간 모자의 진실>, <드리머> 등 열대야를 잊게 만들 국내외 우수 영화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a 국립극장의 여름 특산물인 열대야 페스티벌 현장 모습

국립극장의 여름 특산물인 열대야 페스티벌 현장 모습 ⓒ 국립극장

돗자리와 가족들이 나눠 먹을 도시락 하나면 올 여름 피서 끝!


남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극장 문화광장은 도심보다 3도 정도 기온이 낮다. 그러나 건물의 복사열 등을 감안한다면 실제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극장 관계자의 말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시원하겠지만, 그래도 맨바닥에서 몇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니 널찍한 돗자리나 야외용 매트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남산의 시원한 공기도 공짜, 쇼도 공짜, 그리고 영화까지도 모두 공짜지만, 식음료는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돗자리와 더불어 먹고 마실 것은 직접 챙겨 가는 것이 진짜 실속피서 수칙 중 하나.

물론 국립극장에 식당도 있고, 매점도 있지만 모처럼의 가족, 연인 나들이에 어릴 적 소풍 가듯이 소담스러운 도시락을 준비하면 낭만은 그지없을 것이다.

영화는 보고 싶은데, 쇼는 별로다 싶어도 걱정할 것이 없다. 같은 기간 동안에 국립극장 내 3개 극장에서 쉴 새 없이 좋은 공연들이 준비되어 있다.

해오름극장에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8월 15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는 국립극단의 <우리 읍내>(8월 6일까지)가 올려지며, 별오름극장에서는 국립무용단의 여름방학용 실험무대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8월 2일∼27일)가 열리고 있어 공연 관람과 함께 계획할 수 있다. 다만 이들 공연은 모두 유료이다.

'어찌 밤만 피해서야 피서겠느냐'고 항의하고픈 사람은 조금 서둘러 집을 나서면 된다. 노란색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남산 꼭대기의 서울타워에 올라 여름의 짙은 푸름에 시원한 차 한잔을 하고, 국립극장까지 차량 통행이 없는 남산 길을 따라 걸어내려 오면 도심 삼림욕에 유산소 운동까지 곁들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a 국립극장 열대야 페스티벌에 상영되는 영화들

국립극장 열대야 페스티벌에 상영되는 영화들 ⓒ 국립극장

축제 프로그램은 이렇다. 첫날 3일은 '작정하고 놀자'가 주제인데, 퓨전국악밴드 소리아의 오프닝 무대 후에 인기가수 신효범의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만끽할 수 있는 콘서트가 열린다. 콘서트가 끝난 후 영화 상영작은 <사랑해 말순씨>이다.

<사랑해 말순씨>는 뽀글뽀글 촌스런 파마머리의 화장품 방문판매원 엄마와 함께 사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다. 1970년대 초반의 서울을 배경으로 옆집누나, 동네 바보, 행운의 편지 등 당시의 분위기를 정답게 그려낸다. 개봉 시기를 놓쳤다면 이번 기회에 온 가족이 같이 보면 좋을 것이다. (한국 드라마 / 박흥식 감독 / 문소리 주연 / 12세 이상 관람가 / 상영시간 93분)

둘째 날에도 역시 오프닝은 소리아가 무대에 선다. 그리고 '진달래꽃'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가수 마야의 뜨거운 콘서트가 바로 이어진다. 마야의 파워 넘치는 무대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영화는 <빨간모자의 진실>이다.

<빨간모자의 진실>은 요리책 도난사건을 파헤치는 추리 애니메이션. 불량소녀 빨간 모자, 음흉한 늑대, 따듯한 할머니, 도끼 들고 설치는 도끼맨 등 요리책 도난사건의 용의자들이 모여 서로의 주장을 펼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말려 들어간다. 숲의 평화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번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이번 영화엔 한국 배우들(강혜정, 김수미, 임하룡, 노홍철)이 각각 개성 있는 목소리로 입혀 들려준다. (추리 애니메이션 / 코리 에드워즈 감독 / 전체 관람가 / 상영시간 80분)

마지막 날인 5일에는 대표적인 남성 록가수 김종서의 무대가 열린다. 올해 독일 월드컵을 맞아 '조국찬가'를 샘플링한 'C.O.R.E.A'를 부르기도 했던 김종서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열대야마저 녹여버릴 김종서의 콘서트는 좋을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축제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는 <드리머(Dreamers)>이다. 할리우드에서 제일 잘 나가는 꼬마 배우 다코타 패닝의 주연작. 경주마 소냐도르와 열 한 살 소녀 케일과의 우정을 통해 가족간의 사랑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미국 드라마/ 존 거틴즈 감독/ 다코타 패닝 주연/ 전체 관람가 / 상영시간 107분)

그리고 다음날은 일요일. 집에서 사흘간의 피서를 조용히 마무리하면 된다. 공짜로 피서 잘했으니 절약한 돈 일부를 수재의연금으로 내겠다는 결심까지 가면 이번 공짜 피서는 절약과 더불어 보람까지 거두게 되는 최고의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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