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한 한국인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

충남서부평생학습관, 코시안어린이들에게 한글교육 실시해

등록 2006.08.02 09:35수정 2006.08.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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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학년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기
1,2학년 어린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기안서순
'쏜-짭고 모이자 도그락케- 소벽치며 다라 부르자~’

초등학교 1, 2학년 어린이들이 창작동요 따라 부르기를 하고 있는데 발음이 영 이상하게 들린다. 이 어린이들은 '코시안(kosian : 한국인과 동남아시아 인 사이에 태어난 2세)이다.

충남서부평생학습관이 '코시안 여름교실’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는 것. 이 여름학교에는 1학년 11명, 2학년 11명, 3학년과 4학년 11명 등 총 33명의 초등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충남서부평생학습관에서 학습을 총괄하고 있는 정선경(42·여) 학습사는 "1, 2학년 코시안 어린이들의 경우, 거의 한글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우리말을 구사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3, 4학년 어린이들도 학력이 뒤쳐지기는 마찬가지. 대부분 한글 받침을 모른다. 한글로 된 교과서를 읽을 수가 없고 제대로 뜻을 알 수가 없어 학교에서의 성적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코시안어린이들의 언어구사와 수학 등 기초학습이 뒤쳐지는 것은 아버지의 경우 생계유지 등을 위해 일에 쫓겨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고 엄마는 한글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 한글로 된 '교과서'를 해득할 수 없어 아이들을 도와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못 가르치면 아버지가 해야 되는데 오히려 '한글문맹 엄마'에게 자녀교육을 떠맡기고 있어 자녀들의 학력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시안의 엄마들 중에는 속셈학원에 보내면 '한글'도 가르쳐주고 기초학력도 키워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이 여름방학교실은 코시안 어머니들의 호소에 의해 만들어졌다. 정 학습사는 "외국인 부인들에 대한 상담결과 자녀학습에 대한 어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 데다 이들이 자녀들의 학습향상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어 이번에 이들 자녀들에 대한 학습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여름방학교실을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자어린이들의 전통예절교육 '큰절하기'
여자어린이들의 전통예절교육 '큰절하기'안서순
충남서부평생학습관은 지난 7월24일 '코시안여름교실’의 문을 열었으며 오는 25일까지 4주간 계속한다. 1학년은 1학기 국어책 복습과 2학기 국어책 예습, 간단한 덧셈과 뺄셈을 2학년은 한글쓰기와 한글받침, 구구단까지 마칠 예정이다.

3, 4학년도 한글받침공부와 1학기복습과 2학기 예습(국어, 수학)까지 할 계획이다. 학년마다 전직 교장이나 교감출신의 선생님들이 담임을 맡으면서 '큰절' '식사예절' '웃어른을 대하는 태도 등 전통예절까지 가르치고 있다.


학습관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잘 따라오면 1학기보다 2학기에는 향상된 학습효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여름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 어린이들은 지금 신났다. 선생님들이 '기초학습을 지도해 주는데다 방학숙제까지 지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글을 정확히 쓰고 발음하라고 '바른 글씨, 예쁜 글씨 쓰기'도 지도해 주고, 창작동요까지 배울 수 있기 때문.

1학년 담임인 김화자(65·여·전 초등학교교장) 선생님은 "이 아이들이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에요"라며 "가정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있지 못해 그런겁니다"라고 말했다.

이 학습관의 이석규(26) 사서는 "학습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등 스스로 한국인이라며 떳떳하게 행동한다"며 "이 아이들의 경우 학습능력향상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여름학교에 참가하고 있는 박아무개(명지초 4학년) 양은 "학습관에 오면 재미있는 수업이 너무 많아 다른 애들도 좋아한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쌓아야 떳떳한 한국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 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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