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이 짝짓기를? 그게 아니었습니다

'팔공산밑들이메뚜기'의 짝짓기

등록 2006.08.02 16:13수정 2006.08.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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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작년 가을 메뚜기 짝짓기하던 그곳에 어린메뚜기가 자라고 있다.

작년 가을 메뚜기 짝짓기하던 그곳에 어린메뚜기가 자라고 있다. ⓒ 권용숙


그동안 메뚜기과 곤충들은 벼가 익을 무렵에 때맞춰 날개까지 달고 나타나는 줄 알았던 무지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메뚜기과 어린 곤충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날개도 돋지 않은 어린 곤충들은 아주 작은 몸이었지만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잠시도 쉴 틈 없이 톡톡 튀어 다니며 풀밭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였습니다. 간혹 점프를 잘못한 어린 메뚜기는 거미줄에 걸려 거미의 먹이가 되는 것도 지켜봤고, 뛰어야 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뛰어내려 흐르는 개울물에 떠내려가는 어린 메뚜기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살아남은 곤충들은 머리 밑 부분에서 작은 날개가 나오기 시작하여 요즘은 제법 날개가 자라 몸을 덮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메뚜기과 곤충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어릴 때부터 날개를 달고 나오는 줄 알았는데… 별걸 다 알아가고 있다고 내심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a 검은다리실베짱이 유충,  어른베짱이와 너무 달라 놀라게한 녀석

검은다리실베짱이 유충, 어른베짱이와 너무 달라 놀라게한 녀석 ⓒ 권용숙


a 섬나라메뚜기

섬나라메뚜기 ⓒ 권용숙


a 어린 등검은메뚜기

어린 등검은메뚜기 ⓒ 권용숙


a 어린사마귀

어린사마귀 ⓒ 권용숙


a 이제 날개가 막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제 날개가 막 자라나기 시작했다 ⓒ 권용숙


a 베짱이,  자세히 보면 날개가 1/3쯤 자랐다.

베짱이, 자세히 보면 날개가 1/3쯤 자랐다. ⓒ 권용숙


구부린 등위를 반도 못 덮은 베짱이의 덜 자란 날개가 귀엽기도 하고, 언제 커서 날개를 비벼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걷던 길에 그만 못 볼 것을 본 것 같아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뚜기가 벌써 짝짓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날개도 돋지 않은 어린 곤충만을 찾아보기로 했는데 우째 이런 일이! 짝짓기를 한다는 것은 다 자랐다는 말인데 날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장마로 비가 많이 내리다 보니 녀석들이 급해졌나 별 상상을 다하며 주위를 살펴보니 다른 커플도 눈에 띄었습니다.

막 짝짓기에 들어가려던 암컷은 널찍한 환삼덩굴 잎사귀 위에 등을 보이고 가만히 앉아있고, 수컷은 며느리배꼽 가시 돋친 줄기 위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습니다. 짝짓기 들어가는 전과정을 지켜보겠다 라며 삼십 분 이상 노려보았지만 한치의 움직임도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a 팔공산밑들이메뚜기 , 짧고 붉은 날개 보이나요?

팔공산밑들이메뚜기 , 짧고 붉은 날개 보이나요? ⓒ 권용숙


a 넓직한 잎사귀위의 암컷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숫컷,  30분이상 움직이지 않고 노려만 보고있었다

넓직한 잎사귀위의 암컷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숫컷, 30분이상 움직이지 않고 노려만 보고있었다 ⓒ 권용숙


칠월에 메뚜기의 짝짓기라!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나만의 특종이라 생각했지만, 이 녀석들은 다 자란 성충이 맞았고 이름은 '팔공산밑들이메뚜기' 이었습니다. 무늬인줄 알았던 빨간 점이 둘째 마디까지 내려오는 아주 짧은 날개, 그리고 다른 메뚜기과 곤충들과는 달리 벼과 식물을 먹지 않고 활엽수 잎을 먹는 어른 메뚜기였으며 메뚜기 계의 두더지란 별명도 붙은 다 자란 어른 메뚜기였습니다.


밑들이메뚜기 종류인 '팔공산밑들이메뚜기'는 우리나라 이외에서는 분포가 밝혀지지 않은 종이라고 합니다.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자면 메뚜기 이름 앞에 대구의 팔공산이란 지명이 붙은 것으로 보아 팔공산에서 처음 발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을이 오기 전 이른 짝짓기에 들어간 메뚜기를 '불량메뚜기'로 오해한 무지를 다시 한번 반성하며 몇 일 째 그들을 찾아보았으나 짝짓기 이후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은 사람의 고정관념을 가끔씩 화들짝 깨주어 참 재미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칠월말경 서울 지양산 주변에서 촬영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칠월말경 서울 지양산 주변에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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