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울타리에 살던 말벌집 퇴치작전

119 구조대에 신세 한번 졌습니다.

등록 2006.08.03 14:40수정 2006.08.0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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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언제부터 지었는지 모르는 말벌집의 실체.

언제부터 지었는지 모르는 말벌집의 실체. ⓒ 양동정


서울 송파구 장지동사무소 울타리에 벌집을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출입하는 주민이나 직원들이 벌에 쏘일까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확인을 해보니 작은 수박덩이 만한 말벌집이 동사무소 주차장 개나리 울타리에 집을 짓고 부지런히 꿀을 물어 나르는 것이 아닌가?


10여 년 전, 같이 근무하던 동료의 모친이 사망하여 문상을 한 적이 있다. 동료 모친이 그해 추석 때 성묘 갔다가 말벌에 쏘여 사망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동사무소 출입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제거하든지 아니면 이사를 보내야 하는데 적절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렸을 적 고향집 사랑채 처마에 말벌이 집을 짓고 있어 이를 몰아낸 적이 있었다. 처마 밑에 화로를 놓고 담배 잎 같이 독한 연기가 나는 풀로 몇 일 동안 연기를 피워 몰아낸 것이다. 하지만 동사무소 벌집은 도심주택가라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직원들과 이런 저런 궁리 끝에 119구조대의 도움을 청하기로 결정하고 연락을 했더니 10분도 되지 않아 구조대가 도착했다.

a 결국은 살충제로 벌들을 죽이고, 벌집 제거 작전개시

결국은 살충제로 벌들을 죽이고, 벌집 제거 작전개시 ⓒ 양동정


구조대원에게 죽이지는 말고 벌집만 제거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죽이지 않은 상태에서 벌집 제거 작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벌들의 저항이 너무나 완강하여 벌을 죽이지 않는 방식의 제거작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은 살충제로 벌들을 죽이면서 벌집을 제거하는 작전은 순식간에 마무리 되었다. 힘없는 곤충이지만 생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벌들을 보면서 본의 아니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특히 벌집이 제거된 후 꿀 따러갔다 돌아온 벌들이 살충제 냄새나는 벌집 근처를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안 스럽다.

하지만 혹시나 벌에 쏘여 발생할지도 모르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송파소방서 119구조대 여러분 더운 날씨에 이런 일로 출동하게 하여 미안합니다. 신세 한번 졌습니다.


a 제거한 벌집을 구조대원이 들어 보이고 있습니다.

제거한 벌집을 구조대원이 들어 보이고 있습니다. ⓒ 양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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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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