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으면, 신선한 감동이 어느새

도장산 산행길에 떠오른 생명의 소중함

등록 2006.08.05 10:22수정 2006.08.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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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끔찍한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더해 가던 지난 3일 나는 경상북도 문경 도장산(道藏山, 827.9m)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를 따라나섰다. 도장산은 경상북도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와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를 가르고 있는 산이다. 아침 8시 마산에서 출발한 우리 일행은 11시 15분께 용추교를 건너서 쌍룡계곡을 끼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쌍룡계곡을 끼고 문경 도장산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
쌍룡계곡을 끼고 문경 도장산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김연옥

쌍룡계곡.
쌍룡계곡.김연옥
골이 깊고 물이 맑아 청룡과 황룡이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쌍룡계곡. 그곳 군데군데 텐트를 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쏟아져 내리는 따가운 햇살을 느긋하게 즐기는 듯 보였다. 아마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시원한 물속이 있기 때문이리라.


도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바라본 아름다운 경치.
도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바라본 아름다운 경치.김연옥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 오르니 숨이 차고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찜통더위로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길을 걷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청승맞다.

그래도 산이 좋은 걸 어떡하나. 초록빛 나뭇잎이 싱그러운 호젓한 숲길을 걸으면 신선한 감동이 어느새 내 마음 속에서 물결치듯 일렁이는 것이 산을 그리워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문경 도장산 정상.
문경 도장산 정상.김연옥
도장산 정상에 오른 시간이 낮 1시 35분께. 에워싸고 있는 나무들에 가려 조망을 즐길 수가 없어 좀 아쉬웠다. 정상 한쪽에서는 다른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이 맛있는 점심을 하고 있었다.

정상에 먼저 와 있는 우리 일행 몇몇과 이야기를 잠시 나누며 가쁜 숨을 가라앉혔다. 나도 그곳에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올라온 그 길을 그냥 내려갔다.

한 번 지나간 길을 다시 걷게 되면 낯설지 않는 느낌에 마음마저 편안해진다.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혼자 걸어도 심심하지 않다. 망설임 없이 거친 바위를 가뿐히 타게 되고 조금 전에 눈길을 주었던 그 나무를 또 보니 반갑다.


1시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나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심원사로 가는 길로 내려갔다. 그 길은 처음 가는 길인 데다 혼자이다 보니 조금 무섭기도 했다.

30분 남짓 걸었을까. 경쾌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전통사찰로 지정됐다는 심원사가 보였지만 글에서 접한, 예전의 그 위용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느낌을 받았다. 1958년에 큰 불이 나서 건물 모두가 불타 버렸다고 하더니 아마 그것이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심원사.
심원사.김연옥

심원사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 꽃. 이 코스모스 꽃을 보자 내 마음이 설레었다.
심원사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 꽃. 이 코스모스 꽃을 보자 내 마음이 설레었다.김연옥
그래도 심원사에 들어서자 예쁜 코스모스 꽃이 내 마음을 몹시 설레게 했다. 그 코스모스는 산을 내려온 지금도 내 마음에 머물러 있다. 나는 코스모스라 하면 늘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가녀린 모습만을 떠올리곤 했는데 6월부터 꽃이 핀다고 한다.

안타까울 만큼 초라한 대웅전과 미소를 엷게 지으며 시원한 물을 건네주던 친절한 스님을 뒤로 하고 다시 걸었다.

갑자기 우렁찬 폭포 소리가 들려와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름다운 심원폭포다. 비단결 같이 고운 물줄기에 맑디맑은 용소가 내 마음을 그만 빼앗아버렸다.

아름다운 심원폭포.
아름다운 심원폭포.김연옥
사람이 모두 벽이라고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사람은 모두 문이다
우리들이 몸부림쳐서라도
열고 들어가야 할
사람은 모두 찬란한 문이다.
(김준태의 '사람')


문득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시인 김준태의 글이 떠올랐다.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는 아마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심원폭포에서 좀 더 걸어가니 시원한 폭포가 또 있었다. 작은 폭포이긴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반가운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어 참 기뻤다.

마산으로 돌아오는 차창 밖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시뻘건 해가 마치 우리와 같이 달음박질치며 즐겁게 노는 듯했다.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해를 바라보며, 나는 살아가면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겸허의 자세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젖었다.

김연옥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점촌/함창I.C→문경시→함창읍 32번 지방도→농암면 좌회전→6km→쌍룡계곡→도장산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점촌/함창I.C→문경시→함창읍 32번 지방도→농암면 좌회전→6km→쌍룡계곡→도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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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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