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도장산 정상.김연옥
도장산 정상에 오른 시간이 낮 1시 35분께. 에워싸고 있는 나무들에 가려 조망을 즐길 수가 없어 좀 아쉬웠다. 정상 한쪽에서는 다른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이 맛있는 점심을 하고 있었다.
정상에 먼저 와 있는 우리 일행 몇몇과 이야기를 잠시 나누며 가쁜 숨을 가라앉혔다. 나도 그곳에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올라온 그 길을 그냥 내려갔다.
한 번 지나간 길을 다시 걷게 되면 낯설지 않는 느낌에 마음마저 편안해진다.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혼자 걸어도 심심하지 않다. 망설임 없이 거친 바위를 가뿐히 타게 되고 조금 전에 눈길을 주었던 그 나무를 또 보니 반갑다.
1시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나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심원사로 가는 길로 내려갔다. 그 길은 처음 가는 길인 데다 혼자이다 보니 조금 무섭기도 했다.
30분 남짓 걸었을까. 경쾌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전통사찰로 지정됐다는 심원사가 보였지만 글에서 접한, 예전의 그 위용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느낌을 받았다. 1958년에 큰 불이 나서 건물 모두가 불타 버렸다고 하더니 아마 그것이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