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을 둔 가족에게 도움될 14가지 아이디어

칭찬과 격려, 스킨십, 평안한 마음유지가 제일

등록 2006.08.05 16:07수정 2007.06.1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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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관호

오늘은 어머니가 식사를 잘 못하신다. 맵고, 싱겁다고 하신다. 소금으로 간을 맞춰드렸더니 이번에는 짜다고 하신다. 그리고 잘 드시던 밥도 남기고 못 먹겠다도 하신다.


가만히 지켜보니 어린아이들이 하는 투정과 비슷하다. 그래서 빵과 바나나 우유를 드렸더니 맛있다고 하시며 잘 드신다. 딸 아이들 키울 때 본 모습 같다. 서재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웃음도 나오고 발을 씻겨 드렸을 때 어머니가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내가 도로 받네. 아들 어릴 때 내가 이렇게 해줬는데. 호호호."

빵과 우유로 식사를 마치신 어머니에게 매일의 일과인 퍼즐 맞추기를 하시도록 했다. 그랬더니 다른 날 같지 않고 잘 못 맞추신다. 역시 짐작했던 결과다. 어머니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이 무엇이지 알아봐야 했다. 퍼즐의 결과는 어머니를 진단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마음이 초조하고 불편하실 때 머릿속 지우개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어머니 마음이 불안하세요?"
"아니 괜찮아."
"괜찮으니까 뭐 마음에 불안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잠시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옷이 없어져서. 아들이 사준 것인데 없어. 아무개가 왔었는데 가져간 것 같아."
"어떤 옷요?"
"보라색 옷."

나는 어머니 방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옷이 없었다. 며칠 전에 입으셨던 옷인데 없었다. 어머니 침대를 자세히 보니 침대보 밑이 두툼했다. 옷을 잘 두신다고 침대보 밑에 두신 것이었다. 나는 옷을 찾아서 "여기 잘 두셨네요"라고 말하고는 어머니의 불안증을 풀어 드렸다. 노인들에게 있어 '마음의 안정'은 최고의 약이다.

이런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제법 의사 같은 진단법도 생기고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어머니의 행동과 대처 방법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다.

먼저, 머릿속 지우개 증세가 자주 나타나는 경우는 이렇다.


1.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릴 때
2. 어두컴컴한 환경이거나 실내 공기순환이 잘 안 됐을 때
3. 시간이 뒤엉켜 옛 생각(스트레스 받았던)으로 불안해 할 때
4.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5. 문 단속이 잘 안되어 있고, 물건을 잃어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6. 누군가 집에 온다는 말(옛 기억의 혼선)을 자주 할 때
7. 자신의 물건(옷, 지갑, 가방 등)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보일 때
8. 꿈을 많이 꾸고 자기 한탄이 많아질 때

내가 효과를 본 방법은 이렇다.

1. 무조건 편안하게 해드린다. - 칭찬과 격려, 스킨십(발 씻겨 드리기 등)
2. 염려하는 부분을 해결해 실제로 보여드린다. - 지갑, 옷 등 찾아 보여주기
3. 퍼즐 요법 - 60피스 정도의 퍼즐을 맞추게 한다
(주의사항: 못 맞춘다고 스트레스 주지 말 것)
4. 소리 내서 책을 읽게 한다.(성경책, 동화책 등) - 쓰기도 좋다.
5. 단백질 섭취(쇠고기)를 권한다.
6. 초콜릿을 드린다. - 노인들은 단 것을 좋아하신다.
7. 좋은 음악을 헤드폰을 꽂고 듣게 한다.
8. 손빨래(수건, 본인 팬티 등)를 직접 하게 한다. - 손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9. 강아지나 화초에 관심을 갖게 한다.
10. 본인과 가족의 옛날 사진을 보게 하고 기억을 더듬어 옛이야기를 하게 한다.
11. 저녁 산책을 하고 지나가는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게 유도한다.
12. 가족들의 이름과 본인의 이름, 나이 등 단순한 기억을 매일 반복 확인시킨다.
13. 많이 웃게 만든다. - 좋은 드라마, 유머 있는 프로그램을 보고 같이 웃는다.
14. 사소한 것을 질문해 답하도록 한다. - 꽃 색깔이 뭐예요?


a 어머니의 퍼즐 맞추기.

어머니의 퍼즐 맞추기. ⓒ 나관호

이상과 같은 방법이 절대화 될 수는 없지만 지우개의 활동을 더디게 만든 것은 확실하다.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적용 방법은 달라야 하겠지만 응용해 적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일종의 임상 실험을 거친 것이라서 부작용(?)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편안한 마음'이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큰소리를 치지 말고 힘들어도 차근차근 반복시키면 어른들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신다.

예를 들어 혼자서 화장실을 못 찾는 분이 계신다면 계속 데리고 다니면서 "여기가 화장실 입니다"라고 말씀해 드리고 혼자서 찾으시는지 점검하면 된다.

우리 어머니처럼 퍼즐 맞추기를 잘 못하실 때는 옆에서 위치를 정해주고 본인이 직접 넣도록 한 다음 칭찬을 많이 하면 좋아하신다. 오랜 시간 동안 못 맞추고 계실 때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격려와 칭찬요법을 함께 사용하면 좋다.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갖고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또한 집을 나가려고 자주 옷을 찾아 입는 분들에게는 자식들이 옷을 입혀 주고 외출을 한 다음 "혼자서 옷을 입지 마시고 이렇게 옷을 입혀 드릴 때만 나가시는 겁니다"라고 반복해서 주입시키면 효과가 있다. 그리고 신경질을 잘 내고 헛소리를 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쇠고기나 초콜릿 같은 먹을 것을 드리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한다. 그래서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노인성 치매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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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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