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런데 비판하면서 갈 수 있는 탈출구가 없다. 경제계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염불처럼 외니까 '좋다, 그럼 한 번 타개하자, 대신 당신들은 뭐 할 거냐,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결단할 수 있는 것이 뭐냐'는 식이다. (기업에게)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의사가 있는지 질문하고 약속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 톤이 어느새 올라가 있었다. 이른바 '김근태의 뉴딜'이 재벌 편향적인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다. 하지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생각은 분명해 보였다. 현재의 서민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선 결단이 필요했고, '사회적 대타협'은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IMF 이후 9년이 됐는데 미국식 시장근본주의가 들어와서 저투자·저성장·저고용의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면서 "이를 탈출하지 못하면 미래는 밝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젊은 사람들에게 괜찮은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고 있고, 서민 경제는 어렵다"면서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가 문제의 중심이고 핵심"이라고 말했다.
개혁진영으로부터의 비판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김근태가 전향이나 배반한 것 아니냐, 한 건 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면서 "하지만 거래(deal)는 결단을 필요로 하고, 서로 주고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비판하는 사람의 대안이 무엇인가"라고 묻고, "도덕적 비판은 다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가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재벌문제에 대해서도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에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을 추진하는 대신,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이다.
기업인들은 김 의장의 발언에 대해 속 시원하게 느끼는 것 같지 않다고 얘기하자 이에 동의했다. 그는 "기업인들이 불확실하게 보는 부분이 있다"면서 "그렇다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고, 국회 제1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한미 자유무역투자협정(FTA)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FTA는 적극적으로 추진할 만한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미국과의 FTA인데, 미국은 전세계 수퍼파워이며 한미간 교섭력이나 협상력은 격차가 크다"고 토로했다.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협상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주요한 의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끝내기로 한 협상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했다. 김 의장은 "미국이 정한 내년 6월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시한이지, 우리의 시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일정한 선을 그었다.
김근태 의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1시간여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김근태 의장과의 경제부문 일문일답.
- '뉴딜 정책'을 내놓았을 때 의아했는데, 처음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정책을 첫눈에 반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뉴딜'이라면 사회·세계사 교과서에서 1930년대 후반기에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한 것, 댐 공사 등을 연상케 한다. 뉴딜은 '새로운 거래를 하자'는 말이다. 거래는 주고 받는 것 아닌가. IMF 위기 이후 '모두 부담을 공평하게 나눠 짊어지자'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앞으로 가자'고 합의했다. 그런데 '누가 어느 만큼 부담을 짊어질 지'에 대해서 합의하지 않았고, 세월이 가니까 흐지부지됐다.
지금도 IMF 위기를 충분히 극복하지 못했다. 사회적 대타협의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갈 것이냐, 아니면 누가 더 양보하고 책임질 것이냐 등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미래는 밝지 않다. 지금 계획은 다음 주 중반까지 경제단체를 방문하고, 그 뒤 노동단체, 사회단체를 순방할 것이다. 네 번째로 경제 부처의 정책 결정자들을 만나고, 끝으로 가능하면 각 당 대표들, 정책위원장, 원내대표들을 만나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다. 우리는 뚜쟁이, 타협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겠다."
"김근태가 전향, 배신한 것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