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은 결단, 서로 주고 받는것"
"미국은 수퍼파워... FTA 협상 적극 공개해야"

[인터뷰①-경제 부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록 2006.08.06 12:41수정 2006.08.07 08:44
0
원고료로 응원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런데 비판하면서 갈 수 있는 탈출구가 없다. 경제계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염불처럼 외니까 '좋다, 그럼 한 번 타개하자, 대신 당신들은 뭐 할 거냐,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결단할 수 있는 것이 뭐냐'는 식이다. (기업에게)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의사가 있는지 질문하고 약속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 톤이 어느새 올라가 있었다. 이른바 '김근태의 뉴딜'이 재벌 편향적인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다. 하지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생각은 분명해 보였다. 현재의 서민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선 결단이 필요했고, '사회적 대타협'은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IMF 이후 9년이 됐는데 미국식 시장근본주의가 들어와서 저투자·저성장·저고용의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면서 "이를 탈출하지 못하면 미래는 밝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젊은 사람들에게 괜찮은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고 있고, 서민 경제는 어렵다"면서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가 문제의 중심이고 핵심"이라고 말했다.

개혁진영으로부터의 비판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김근태가 전향이나 배반한 것 아니냐, 한 건 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면서 "하지만 거래(deal)는 결단을 필요로 하고, 서로 주고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비판하는 사람의 대안이 무엇인가"라고 묻고, "도덕적 비판은 다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가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재벌문제에 대해서도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에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을 추진하는 대신,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이다.

기업인들은 김 의장의 발언에 대해 속 시원하게 느끼는 것 같지 않다고 얘기하자 이에 동의했다. 그는 "기업인들이 불확실하게 보는 부분이 있다"면서 "그렇다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고, 국회 제1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한미 자유무역투자협정(FTA)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FTA는 적극적으로 추진할 만한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미국과의 FTA인데, 미국은 전세계 수퍼파워이며 한미간 교섭력이나 협상력은 격차가 크다"고 토로했다.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협상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주요한 의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끝내기로 한 협상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했다. 김 의장은 "미국이 정한 내년 6월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시한이지, 우리의 시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일정한 선을 그었다.

김근태 의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1시간여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김근태 의장과의 경제부문 일문일답.

- '뉴딜 정책'을 내놓았을 때 의아했는데, 처음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정책을 첫눈에 반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뉴딜'이라면 사회·세계사 교과서에서 1930년대 후반기에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한 것, 댐 공사 등을 연상케 한다. 뉴딜은 '새로운 거래를 하자'는 말이다. 거래는 주고 받는 것 아닌가. IMF 위기 이후 '모두 부담을 공평하게 나눠 짊어지자'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앞으로 가자'고 합의했다. 그런데 '누가 어느 만큼 부담을 짊어질 지'에 대해서 합의하지 않았고, 세월이 가니까 흐지부지됐다.

지금도 IMF 위기를 충분히 극복하지 못했다. 사회적 대타협의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갈 것이냐, 아니면 누가 더 양보하고 책임질 것이냐 등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미래는 밝지 않다. 지금 계획은 다음 주 중반까지 경제단체를 방문하고, 그 뒤 노동단체, 사회단체를 순방할 것이다. 네 번째로 경제 부처의 정책 결정자들을 만나고, 끝으로 가능하면 각 당 대표들, 정책위원장, 원내대표들을 만나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다. 우리는 뚜쟁이, 타협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겠다."

"김근태가 전향, 배신한 것 아니냐고?"

오마이뉴스 이종호
- 투자활성화를 위한 경영권 보장, 출총제 폐지, 기업인 사면 등을 보면서 일각에서 '김근태가 이런 모습을 보이나' 하는 아쉬운 목소리도 있는데.
"(웃음) 이런 이야기가 있다. '김근태가 전향하는 것 아닌가, 배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고, 또 한편에서는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한다. 그리고 '한 건' 하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 (그런 의견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다. 거래는 결단을 필요로 하고, 주고 받는 것이다. 과거 한-칠레FTA 협상에서 국내 피해계층에 보상하는 과정이 있었다. 지금은 교착돼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괜찮은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고 있고, 서민 경제가 어렵다.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가 문제의 중심이고 핵심이다. 그냥 갈 수 있지만, 사회적 긴장이 감당할 만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 투자가 대기업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 너무 재벌에게만 '당근'을 주는 것 아닌가.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이대로 가는 것이다. IMF 이후 9년이 됐는데 미국식, 영미식, 시장 근본주의가 들어와서 저투자·저성장·저고용의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 비판하는 사람들의 대안은 뭔가. 자기 입장에서 작은 문제를 지적할 수 있지만, 국민과 나라 전체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문제에 동의하지 않나. 대안을 제시하면서 비판해야지.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다.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김상조(한성대·경제개혁연대 준비위원장) 교수는 '투자율이 높다'고 말하지만, (제조업과 설비 투자를 합해서) 투자율은 전년 대비 1.2% 정도고, 96년 투자율을 회복하는 데 6∼7년 걸렸다. 대부분 재벌 대기업의 해외투자다. 국내에는 젊은 청년들의 괜찮은 일자리가 없다. 도덕적 비판, 하나 하나 따지고 보면 다 일리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자는 것인가? 나는 돌파하자는 것이다. 다시 일어서자는 것이다. 비판적으로 분석해서 주고받는 것에 용기를 내지 못하겠다면 이대로 가라."

"기업인들 아직 믿지 않지만... 국민 관심끄는 데 일단 성공"

- 당 일부에선 출총제 폐지에 대해 순환출자 금지 등 대안도 나오고 있는데, 확정된 것이 있나.
"오늘 시시콜콜히 이야기하지 말자. 유신 독재가 시작됐을 때, 맞서 싸울 것이냐, 그저 준비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있었다. 80년 광주민주화항쟁 이후 신군부가 집권했을 때, 맞서 싸우고 감옥 가고 매 맞고 모욕 받을 것이냐의 문제를 갖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듯이 싸우는 게 맞았다. 국민들이 짜증내고 신뢰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고 극복해야 한다.

출총제에 대한 문제제기의 핵심은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 자본을 만들고 한 쪽 투자가 실패하면 모두가 실패해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다 맞다. 그런데 비판하면서 갈 수 있는 탈출구가 없다. 경제계에서는 출총제를 염불처럼 외니까 '좋다, 그럼 한 번 타계하자, 대신 당신들은 뭐 할 거냐,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결단할 수 있는 것이냐'는 식으로 나온다. 기업은 자기 확장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 한다.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의사가 있는지 질문하고 약속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 최근 기업인을 만나보니까 반응은 어떤가. 분위기는 좋지만, 김 의장 생각대로 반응은 오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 두 가지를 강조하는데, 첫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달라. 위험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 누구든 돈 벌 수 있는 영역이라면 다 들어가지 않겠나. 그게 경제계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 아니냐. 정부와 국민이 부담을 짊어진다? 이건 곤란하다. 그래서 두 번째 요구하는 것이 투자는 하되 하도급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하청에 대한 '팔 비틀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취약계층, 노동자를 배려해달라는 요구인데, 믿지 않는다."

- 재계 쪽은 여당이 어떻게 나올 지 몰라 불안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 불확실성이 있다. 그렇다고 환히 보일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열린우리당은 제1당이다.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입법권으로 정책과 제도를 변경하고 뒷받침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 관심과 주목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하고 있는 과정이다."

"부동산 다시 들썩이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필요"

오마이뉴스 이종호
-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정부 쪽과는 아직 시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엮어서 발언하고 공감대를 확대하는 것이다. 도시계획 같은 정책은 정부와 세밀하게 의논해서 결정해야 하지만 오늘날 교착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를 관료들과 합의해 세밀하게 하려면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다 같이 춤 출 멍석을 까는 것이다. 경제계, 노동계 들어오고, 서로 낯설면 경제계, 노동계, 공무원이 춤 출 멍석을 따로 깔고, 사회단체가 뒤에서 풍악을 좀 잡아주면 된다."

-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어 소신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여전한 소신이고, 아파트 분양원가는 2004년 열린우리당의 총선 공약이었다. 총선 공약은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이다."

- 그런데 지금은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지 않나.
"안 지키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부동산 투기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기로 떼돈을 버는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국민경제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 분양원가공개를 확실히 밀고 갔으면 부동산 투기는 3년 반만에 잡았을 것이다. 그런데 '장사 논리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총선 공약을 무력화시켰다. 그래서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동산 투기를 일단 멈추게 하지 않았나. 부동산 투기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면 정책적 결단을 다시 살릴 필요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필요하다고 보나.
"한·칠레 FTA를 통해 가장 손해를 본 곳이 프랑스 포도주 업계란다. 값이 싸서 포도주 수입이 급증했다고 들었다. 우리로서는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과의 FTA인데, 미국은 전세계 수퍼파워다. 한미간 교섭력이나 협상력은 격차가 크다. 우리가 유리하게 협상을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전력 투구하는 협상단의 자세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해 분명히 보고받고 쟁점이 뭔지 이해할 때 협상력이 생긴다."

"FTA 주요의제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것"

- 내용 비공개 등 협상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 점이 있다. 예를 들자면, 70년대 초 철도이동수송관으로 근무했는데, 폼 잡는 권총을 찼다.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협상을 하는 사람들은 다 비밀로 하려는 마음이 은연중에 있을 것이다. 전문가가 되면 잘못 알아듣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은…, 그런 것이다. 그 분들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해야 본인들의 주가가 높아지는 것 같은 심리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어떻게 지원하고 보상할 지에 대한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 주요한 의제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공감대를 만들어야 협상력이 발생한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국회에 FTA특위를 만들고 당에도 특위를 만들었는데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 한미FTA 일정을 보면 미국 의회 일정과 연동이 돼서 내년 상반기에 끝낼 예정이다. 기업인들조차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참 여러 가지 복잡한 게 있다. 한·칠레 문제는 첫 번째라 4년 걸렸다. 그렇게 걸릴 일은 아니었다. 미국과의 FTA는 또 다른 점이 있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찬성하면 친미주의자, 반대하면 반미주의자'라는 레테르가 붙는 것에 걱정한다.

한국은 미국과 민주주의 가치, 동아시아 전략적 균형과 안정 등을 이루는 데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누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역할을 할 지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여기에 친미 대 반미의 구도가 있고, 미국식 가치와 제도를 한국사회에 어느 정도 뿌리 내리게 할 지를 둘러싼 영역이 있다.

일부에서는 'IMF가 충격적이었지만 극복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열고 가자'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은 규칙을 만들 수 있는 나라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다자 협상의 결렬을 선언하면서 미국이 한국과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FTA를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가 많이 알아야 한다. 전문적인 소양도 높여야 하고 쟁점을 잘 구별할 능력도 길러서 협상에 철저히 임해야 한다."

- 협상에서 속도조절론이 필요한 것 아닌가.
"미국이 정한 기한인 내년 6월까지를 염두에 둘 필요는 있을 것이다. 체결 과정에서 행정부가 하는 것이 의회가 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의회는 보호적이고, 여러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협상에 진척이 잘 안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건 미국의 협정 시한이지, 우리의 협상 시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 미국의 협상 시한에 꼭 맞출 필요는 없다는 것인가.
"협상에서 제일 협상력이 없는 게 언제까지 협상을 마감하겠다고 하면 벼랑으로 밀린다. 다만 계산을 해서 미 행정부와 함께 하는 것이 의회와 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런 측면이 있다. 고려해야 한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