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 닭죽 드세요

정성과 땀으로 끓인 닭죽

등록 2006.08.07 14:15수정 2006.08.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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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언제나 평화로워 보이는 곳

언제나 평화로워 보이는 곳 ⓒ 박준규

지난 6일 춘천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손자, 손녀 뻘 되는 사람들이 정성들여 끓인 닭죽으로 맛있는 파티가 열렸습니다. 인터넷 봉사모임인 '춘천 따듯한 세상 만들기'(이하 춘천 따세) 회원들은 근 몇 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춘천시 동면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시설에서 생활하시는 노인 분들을 찾아뵙고 청소·목욕 자원봉사를 해 오고 있습니다.


매주 첫째 주 일요일 찾아뵙는데 이 번 달은 기나긴 장마의 끝과 바로 찾아온 무더위에 더욱 기운이 없으실 어르신들을 위해 닭죽을 점심 메뉴로 정하고 참여 회원들(10명 내외) 절반이 정성스레 죽을 끓이며 점심 준비를 했습니다. 개인마다 분담된 일을 열심히 하는 회원들. 이들의 모습에선 불볕 같은 햇살도 힘을 쓰지 못할 만큼의 사랑이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a 연료는 가스 대신 장작!!

연료는 가스 대신 장작!! ⓒ 박준규

춘천따세 회장 아빠곰(대화명)님은 이날도 두 팔 걷어붙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드실 닭죽을 직접 끊이셨습니다. 얇은 냄비에 가스 불이 아닌 아주 커다란 가마솥에 장작불로 끓이는 닭죽. 그 정성과 맛은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느끼실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온 몸이 땀에 젖어도 정성스레 그 뜨거운 가마솥 옆에 서서 죽이 눌어붙지 않도록 1시간이 훨씬 넘게 젓고 계셨으니 그 마음으로도 천의진미가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더불어 아빠곰님 옆에서 그림자처럼 보조를 맞추어준 남자 회원의 노력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a 가마솥 옆을 못 떠나는 두 요리사

가마솥 옆을 못 떠나는 두 요리사 ⓒ 박준규


a 보글보글 끓는 닭죽

보글보글 끓는 닭죽 ⓒ 박준규

이렇게 오전 내내 끓인 닭죽을 점심시간에 맞춰 준비하여 노인 분들의 전용식당에 차려 드리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서는 2층(중증환자 수용실)으로 가져가 호호~ 불어 식혀가며 떠먹여 드리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오전엔 할아버지님들 목욕시켜 드리고 구석구석 방청소도 하고 일부 회원은 30~40명이 드실 닭죽과 이런 저런 먹을거리 준비하느라 지쳤을 텐데도 모두들 밝은 얼굴로 할머니, 할아버지들 식사를 챙겨 드리고 나서 느지막이 단출하게 모여 식사를 했습니다.

a 맛 있는 점심식사

맛 있는 점심식사 ⓒ 박준규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까지 한 뒤 이번에는 할머니들의 목욕시간.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빨래들. 일요일 한나절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 버리고 말았습니다. 20여 분 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목욕시켜 드리고 침대시트 갈아 드리고 뽀송뽀송한 옷으로 입혀드리고,그 끝에 새하얗게 세탁한 빨래를 화창한 햇살 아래 널고 났을 때의 그 기분이란 진정 동참해 보지 못한 분들은 느낄 수 없는 그 무엇일 것입니다.


일주일, 한 달 열심히 일하고 쉴 수 있는 일요일 하루를 이렇게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또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낼 줄 아는 마음이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a 한가롭게 보이는 빨래와 널려진 침대시트

한가롭게 보이는 빨래와 널려진 침대시트 ⓒ 박준규

유난히도 더웠던 2006년 8월 첫째 주 일요일. 춘천 따세 회원들은 쉴 새 없이 땀을 흘렸지만 그 땀은 머지않아 각자의 작은 행복으로 찾아들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다음>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미디어다음>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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