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가, 자랑스런 공군이 되렴"

[입영일기] '날라리' 작은 아들이 '예비군인'이 됐습니다

등록 2006.08.10 09:34수정 2006.08.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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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작은 아들이 공군에 입대했습니다.


입대를 하루 앞둔 날 아들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의 가사처럼 친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찾아 뵙고 큰 절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기어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 손주가 어느새 자라 입대를 하게 되었다며 기특해 하시고 또 서운해 하십니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사랑한다.김혜원
어깨까지 더부룩하게 내려오던 긴 머리도 잘랐습니다. 미용실 언니의 익숙한 솜씨에 노랗게 물들였던 머리칼이 힘없이 잘려나가고 단 10분 만에 '노랑머리 날라리'는 짧은 머리의 예비 군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밤새 잠은 잤을까요? 다음날 아침 일찍 아들을 데리고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로 향했습니다. 38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입영대상자들의 가족, 연인, 친구들은 쉽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놓지 못합니다.

"잘 가."
"건강해야해."
"잘 해야해."
"사랑해."

거수경례로 인사하는 아들들.
거수경례로 인사하는 아들들.김혜원
짧은 머리 입영대상자들 속에 섞여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오래 지켜보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 아가야.
돌아선 너의 뒷모습이 너무나 슬퍼 엄마도 많이 울었단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을 믿는다. 언제나 그랬듯 넌 아무일 없었던 듯 그렇게 웃으며 엄마 앞에 나타날 거야.
아들아. 네가 늘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공군이 되려므나. 멋진 군복을 입은 너의 모습을 볼 날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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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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