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조롱조롱 옥구슬이 달렸네요.이승숙
푸른 미명 아래 대지가 눈을 뜬다. 밤새 촉촉하게 이슬이 내렸다.
찬거리를 장만하러 텃밭으로 나가는데 여기저기에 거미줄이 널려 있다. 그냥 무심코 가다가는 영락없이 거미줄을 뒤집어쓰게 된다. 거미줄은 끈적끈적해서 잘 뜯어지지도 않는다. 얼굴에 묻은 거미줄을 다 뜯어낸 뒤에도 괜히 얼굴이 스멀거린다.
거미줄마다 아침 이슬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바로 그 옥구슬이다. 가만 보면 거미줄은 늘 같은 자리에 쳐져 있는 것 같다. 분명 어제 걷어내었는데 오늘 또 가보면 그 자리에 그 모양으로 거미줄이 쳐져 있다.
거미들도 자기만의 영역이 있는지 왕거미가 거미줄을 친 자리엔 항상 왕거미 줄이 쳐져 있었고 무당거미는 또 다른 자리에 거미줄을 치고 잠복해 있다.
거미줄은 벌레들이 많이 다닐 것 같은 그런 통로에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나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통로 같은 바람 길이다. 추녀 밑에 달려 있는 야외등 밑에도 거미줄이 쳐져 있다. 그 어디건 벌레들이 많이 날아들 것 같은 곳엔 어김없이 거미줄이 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