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개구리밥처럼 살면 좋겠습니다

[여행지에서 쓰는 엽서 42] 연꽃 가득한 청산수목원에서...

등록 2006.08.12 13:55수정 2006.08.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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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청산수목원에 연꽃이 가득합니다.

청산수목원에 연꽃이 가득합니다. ⓒ 구동관

태안반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청산수목원을 만났습니다. 연꽃이 가득한 그곳은 연꽃이 피는 7월과 8월에만 개방한다고 했습니다.

수목원에는 다양한 연꽃이 가득하였습니다. 연꽃에 취해 그곳을 거닐다가 문득 연꽃이 아닌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곳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떠올리게 하는 개구리밥이 있었습니다. 무성한 연잎 사이로 살짝 그늘진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a 개구리밥은 어린시절 소꼽놀이의 훌륭한 소품이었습니다.

개구리밥은 어린시절 소꼽놀이의 훌륭한 소품이었습니다. ⓒ 구동관

개구리밥을 만난 뒤, 연못을 조금 더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보다 보니 연꽃만 가득 찬 것으로 보이던 연못에 연꽃이 아닌 것들도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양귀비, 옥잠화, 물아카시아, 실말, 물칸나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종류들은 물속에서 살 수 있어, 물 안에 일부러 심어둔 것들이었습니다.

a 실말입니다. 실타래를 풀어둔 것 같았습니다.

실말입니다. 실타래를 풀어둔 것 같았습니다. ⓒ 구동관

그런 것들에 관심을 주다가 문득, 당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살 수는 없다는 말…. 물론 저도 어느 정도 그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제 생각입니다.

청산 수목원에서 만난 개구리밥은 제 할 말을 하는 녀석들로 보였습니다. 연못 가득 연꽃들이 차지하고 있어도, 제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a 물양귀비입니다. 얌전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물양귀비입니다. 얌전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 구동관

그곳에도 치열한 자리다툼이 있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몇 가지 수생식물들이 서로 엉켜있었습니다. 서로 밀어내며 제가 살 자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긴, 그런 자리다툼이 이해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든 곳도 있어 신기했습니다.

a 물아카시아가 연들의 틈바귀에서 제 영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물아카시아가 연들의 틈바귀에서 제 영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 구동관

커다란 잎이 주는 위압감에, 손으로 만져보기도 무서운 거친 가시를 지니고 있는 가시연은 커다란 잎을 펼칠 자리를 만들기 위해 다른 잎들을 서로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거친 잎조차 연약한 다른 연의 줄기에 잎이 찢긴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득 저 여린 줄기가 대단하였습니다. 그 여린 줄기는 생존을 위해 얼마나 거친 투쟁을 했을까요.


a 가시연은 제 영역을 지키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잎을 들어올렸습니다.

가시연은 제 영역을 지키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잎을 들어올렸습니다. ⓒ 구동관

문득, 그런 식물들에 부끄러웠습니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저 작은 풀들도 저런 노력을 하는데, 우리는 내 삶의 자리들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반성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여린 연줄기조차 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거친 가시연마저 밀어내는데, 과연 나는 내 양심을 말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부끄러웠습니다.

a 거친 가시를 가진 잎조차 연한 연줄기에 구멍이 뚫리고 말았습니다.

거친 가시를 가진 잎조차 연한 연줄기에 구멍이 뚫리고 말았습니다. ⓒ 구동관

청산 수목원을 돌아나오는 길. 마지막 들른 곳은 만(卍)자 정원이었습니다. 글자 모양과 같은 길을 만들고, 길 양쪽으로 연과 수생식물들을 심어둔 곳이었습니다. 북두칠성이 회전하는 모습에서 만들어진 글자이며, 불교에서 석가모니의 가슴과 발 등에 나타난 것을 '상서로운 상(相)'으로 여겨 복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문득 편한 길을 버리고 고난을 택했던 석가모니의 일생이 떠올랐습니다.


a 물창포입니다. 쭉쭉 뻗은 줄기의 선 모습이 예뻤습니다.

물창포입니다. 쭉쭉 뻗은 줄기의 선 모습이 예뻤습니다. ⓒ 구동관

기회가 된다면 당신도 청산수목원을 한번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환하게 핀 연꽃들에, 연향에 맘껏 취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연꽃이 아닌 작은 수생식물들도 눈여겨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식물들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 처절함까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a 물칸나입니다. 줄기가 칸나와 비슷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물칸나입니다. 줄기가 칸나와 비슷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 구동관

당신이 개구리밥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물아카시아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도 거친 가시연을 뚫고 나오는 여린 연줄기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자신의 양심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개구리밥처럼, 물아카시아처럼, 여린 연줄기처럼… 나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께서도 그렇게 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a 옥잠화입니다. 환경정화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식물입니다.

옥잠화입니다. 환경정화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식물입니다. ⓒ 구동관

덧붙이는 글 | 청산수목원은 충남태안군 남면 신장리에 있습니다. 연꽃이 피는 동안만 일반에게 공개가 되는데, 올해는 7월 22일~8월 20일까지입니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까지는 2000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청산수목원은 충남태안군 남면 신장리에 있습니다. 연꽃이 피는 동안만 일반에게 공개가 되는데, 올해는 7월 22일~8월 20일까지입니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청소년까지는 2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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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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