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코리아 회장의 열정을 탐내다

[서평] <백만불짜리 열정>

등록 2006.08.13 10:47수정 2006.08.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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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형

'미래의 리더는 단지 그 자신만을 리드한다. 자신의 열정으로 스스로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되,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자신의 사람들에게 저절로 내뿜게 된다.'

서두에 있는 이 말에 끌려 중간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열정에 관해 이보다 명료하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에 대한 열정이 주변을 끌고 간다. 어쩌면 지나가면서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허리케인처럼 한 사람의 진정하고 올바른 열정은 그의 곁에 있는 모두를 열정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도 있음직하다.


GE코리아의 이채욱 회장. 사실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물론 노는 물의 격차가 워낙 커서 먼발치에서 본 일도 없다. 책에 관해 담소하기 좋아하는 스마트한 후배가 빌려 줄때만 해도 요즘 한 자리 했다하면 글쓰기 좋아하는 그저 그런 CEO겠거니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그의 일에 대한 열정들이 마음 한 귀퉁이에서 잠자고 있던 나의 열정들을 두드려 깨워갔다.

그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SKY' 대학 출신이 아니다. 우리의 기준으로 봐서는 세계 굴지의 GE그룹의 동남아, 태평양을 총책임자의 출신성분치고는 초라하다. 하지만 GE는 그의 사람의 마음을 터치하는 리더십과 그에 따른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그의 미래를 샀다. 그리고 그는 그만큼의 성과를 냈다.

그가 말하는 열정은 단순한 의욕이 아니다. 구체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그런 열정을 말한다. 그것을 그는 현명한 열정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라! 우리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는 일을 하면서 보낸다. 그런데 그 현장에 기쁨이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여러 가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것은 신이 주신 우리 인생에 대해 너무 소극적인 태도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날의 일터에서, 더구나 늘 업무 스트레스와 불평불만이 쌓여가는 곳에서 유연한 사고를 가진다는 것은 성인군자라도 쉽지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불평불만만 쌓은 채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이 도태될 것이며, 그것은 더 나아가 국가와 사회에도 결코 이롭지 않음을 경고한다.


그가 말하는 리더의 첫째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열린 귀'이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늘 자신의 말만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리더들의 능력은 모두가 인정할 수 있다. 그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지식과 경험들을 쌓았겠는가?

하지만 조직은 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갈 때 진정한 창조적 아이디어가 생산된다는 것이다. 리더가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할 때 부하직원들은 입을 다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적 기업마인드는 더욱 그렇다. 그들이라고 아이디어가 없겠는가! 그들은 그것을 펼칠 장을 만들기 위해 언젠가는 리더의 위치에 오르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위치가 되면 또 자신의 말만을 고집하는 외통수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악순환이다. 그 고리를 끊으려면 리더 스스로가 길을 열어야 한다. 귀를 열어야 한다.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리더는 슈퍼맨이 아니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잘하는 사람에게서 그 또한 배워야 하는 것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이면 평사원들과 가벼운 점심을 즐긴다는 그의 모습에서 리더의 역할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재경영이다. 실제로 GE는 최고의 인재를 뽑는데 아주 적극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최고의 인재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출신성분은 아니다. 결국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어떤 자세로 일에 임하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후배경영에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직에 대한 생각이다. '부디 쓸모없는 선배는 되지 말라'는 그의 말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져 자기 살길만을 찾는 이 땅의 많은 조직의 선배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는 선배로서도 적극적으로 후배에게 정보를 나누어주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의 진정한 멘토가 되어주는 것이 선배로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유능한 후배가 나타나면 긴장부터 하고 자신의 자리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결국 자신의 무능력함을 폭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한다. 후배의 장점을 인정하고 그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때 진정한 선배로서 자리매김하고 오히려 자신의 능력도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선배는 그를 통하여 자꾸 사람들이 조직을 떠나게 만든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재들이 떠난다면 과연 자신의 안위를 지킬 수 있을까? 아마도 그곳에서 가장 먼저 떠나야 할 사람은 그 자신일 것이다.

실패에 직면하는 자세에서 그의 삶에 대한 생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실패를 실패로 남겨둘 때 그것이 진정한 실패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할 일을 찾아 그 일을 완수하면 그것은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에 손실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제대로 수습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때 그것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담당자, 즉 실패한 당사자다. 만일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실패에 부딪혔을 때 성공적으로 실패를 마무리해야 하고, 자존심을 걸고 책임을 완수한다는 마음으로 실패를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실패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삶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행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셀프리더로서 한 가지 자격을 더 갖추게 된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나의 직업은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자신을 향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일을 하며 지낸다. 그런 삶의 현장에서 안일하고 경직된 사고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신이 우리에게 맡겨준 본분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일일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열정을 불어 넣는 일, 그리고 구체적인 비전을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여야 한다.

혹시 뜨거웠던 '첫 마음'이 있었는가? 그렇다면 그 첫 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 첫 마음 안에 자신이 일하는 이유와 행복한 이유가 숨어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되풀이되는 일상에 젖어들다 보면 우리는 너무도 익숙해진 직장 생활 속에 맥없이 묻혀 버리고 만다.

우리에겐 늘 새로움이 필요하다. 그 새로움은 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 첫 마음을 기억할 때 우리의 마음은 다시 새로움을 경험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백만불짜리 열정

이채욱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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