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건물 폐쇄·단전·단수하겠다"

통일축전 불허 강경대응... 통일연대 "협조 부탁" 갈등

등록 2006.08.13 20:03수정 2006.08.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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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연세대학교 학생이 대학생 통일축전 참가단을 환영하는 게시물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측의 통일연대 행사불허 방침으로 갈등이 일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후 연세대학교 학생이 대학생 통일축전 참가단을 환영하는 게시물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측의 통일연대 행사불허 방침으로 갈등이 일 것으로 보인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연세대학교(총장 정창영)가 14일과 15일로 예정된 통일연대의 '통일축전' 불허 방침을 고수하며 연일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학내 통일축전 개최를 막기 위해 설치된 기구인 연세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윤대희 교학부총장)는 13일 오후 "8·15 행사차량의 교내 무단 진입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행사를 강행할 경우 단전·단수 등 강력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4·15일로 예정된 통일축전은 원래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릴 계획이었으나 수해복구로 인해 연세대로 장소가 변경됐다. 통일연대는 장소 변경 결정 직후 연세대에 e-메일 협조공문을 보내 행사 개최 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연세대는 지난 4일 통일연대 교내 행사 불허 방침을 통보했고, 7일에는 경찰에 시설물 보호 요청을 했다. 또 학교 명의의 성명서와 비상대책위, 총장 명의의 협조 요청문을 거듭 발표하는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연세대 "통일연대 무법적 행동 개탄"... 경찰 개입 강력 요구

하지만 13일 오전 행사 진행 차량이 교내로 진입하자 비대위가 강경대응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한 것.

비대위는 성명서에서 "우리 대학교의 강력한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통일연대측은 행사준비 차량들을 강제 진입 시켰다"며 "이들의 무례하고도 무법적인 행동에 대해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현장에서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경찰의 태도도 유감스럽기 그지없다"며 "학교의 교육시설 보호 요청을 이처럼 묵살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행사를 계속 강행한다면 행사에 참가하는 단체들과 그 대표들에 대해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행사가 교내에서 강행되는 경우 단전과 단수 등 학교시설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행사기간 동안 건물을 폐쇄하고 출입을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또 정부에 대해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교육시설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즉각 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13일 오후 연세대 통일축전을 반대하는 학생이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13일 오후 연세대 통일축전을 반대하는 학생이 정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통일연대의 행사 강행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홈페이지(www.yonsei.ac.kr) 자유게시판에는 벌써 이 단체와 총학생회를 비난하는 글이 도배되고 있다. 지난해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윤한울(정외 02)씨를 중심으로 한 '연세대 권리장전 대책위원회'(http://club.cyworld.com/815billofrights)도 결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13일 오후에는 한총련 통일선봉대의 연세대 진입에 맞춰 연세대생 1명이 1인시위를 벌였다. 마침 정문을 지나던 정창영 연세대 총장은 차에서 내려 이를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연대는 연세대 행사를 계속 추진하고 있어 마찰이 일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대 "수해로 장소 변경... 양해해 달라"

통일연대는 12일 이 학교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남쪽의 2차례에 걸친 수해로 인해 이미 추진하고 있던 한강시민공원에서의 야외행사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일찍부터 8·15대회를 2만 연세인과 함께 만들어 가지 못하게 된 점과 재학생들에게 불편함을 주게 된 점에서 많은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불가피하게 연세대에서 행사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그러나 학교측이 행사 불허를 통보하고 강경대응 방침을 거듭 발표함에 따라 행사 진행 여부는 불투명하게 됐다. 지난해 연세대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통일축전 역시 학교와 총학생회의 반대로 경희대로 옮겨진 바 있다.

한편 한국대학총학생회(한총련) 소속 통일선봉대 등 3000여명은 13일 저녁 7시부터 연세대 대운동장에서 '연대 사태 10주년 기념대회' 등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들은 14일 오전 한나라당 당사 진격투쟁을 벌인 뒤 오후 3시 미대사관 앞에서 '반미자주 반전평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통일연대도 14일 저녁 7시부터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등에서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14주년 기념대회와 자주통일 결의의 밤 등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기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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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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