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전 날 서울에선 친미 구호가
"부시와 미국 국민에게 신의 가호를"

[현장] 보수단체 '한미동맹강화 국민대회'

등록 2006.08.14 18:05수정 2006.08.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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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4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북 핵·미사일 도발규탄 한미동맹 강화 국민대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이 성조기와 유엔기를 흔들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북 핵·미사일 도발규탄 한미동맹 강화 국민대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이 성조기와 유엔기를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행진 시작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이뤄진 인공기 화형식에 대해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며 불을 끄려하자,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을 붙잡으며 제압하고 있다.

행진 시작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이뤄진 인공기 화형식에 대해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며 불을 끄려하자,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을 붙잡으며 제압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통령님은 국민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더 이상 국민을 괴롭히지 말고, 하루 속히 자리에서 물러나십시오…. 제발 김해에 내려가 편히 쉬시길 부탁드립니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

"존경하는 부시 미합중국 대통령님!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귀 대통령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귀하와 미국 국민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빕니다." (부시 미합중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묘공원에서는 전시작통권 환수를 비난하고 한미동맹 강화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또 지난 11일 서울역 집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도 요란했다.

송영선 "작통권 가져오려면 대통령이 돈을 내라"

반핵반김국민협의회(운영위원장 박찬성 목사)는 이날 오후 2시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핵, 미사일도발 규탄·한미동맹강화 국민대회'를 열고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정기승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북한이 지금 원하는 것은 주한 미군을 철수시켜 재침의 길을 열겠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발맞추는 것이 바로 전시작통권 환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전시작통권 환수는 사이비 자주국방론"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또 참여정부를 향해 "독립국가의 자존심 때문에 돈을 쓰더라도 작전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해야겠다는 것은 국가안보를 무덤에 파는 바보이거나 나라를 적에게 팔아먹으려는 역적의 도당"이라고 비난했다.

연사로 나선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도 "지금 논의되는 작통권 환수는 (참여정부의) 공갈"이라며 "속지 말자"고 거듭 강조했다. 송 의원은 또 '작통권을 가져오면 수백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데 국민들은 돈없으니 대통령이 그 돈을 내라"고 비꼬았다.


a 행진 도중 주최측 관계자가 모형 대포동 미사일과 포승줄에 묶인 김정일 위원장 인형을 실은 트럭에서 인공기를 불태우고 있다.

행진 도중 주최측 관계자가 모형 대포동 미사일과 포승줄에 묶인 김정일 위원장 인형을 실은 트럭에서 인공기를 불태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집회 참가자가 한미 동맹 강화를 촉구하는 영문 피켓을 들고 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집회 참가자가 한미 동맹 강화를 촉구하는 영문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북 핵·미사일 도발규탄 한미동맹 강화 국민대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북 핵·미사일 도발규탄 한미동맹 강화 국민대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국 대통령은 '저주', 미국 대통령은 '찬양'

특히 대회 참가자들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을 "나라와 국민에 재앙이 되는 지도자"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대통령" 등으로 표현했다. 또 노 대통령을 향해 "하루 속히 물러나 김해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유와 민주주의, 세계평화를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는 대회 참가자 명의로 낸 '부시 미합중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한국 국민은 최근 미국 정부가 전시 작통권을 한국군에 되돌려주는 시기를 2010년 이전에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존경하는 부시 미합중국 대통령님"으로 시작하는 메시지에서 이들은 "미국 정부가 전시작통권을 빨리 가져가라고 한 것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동맹국과는 동떨어진 태도를 보인 데 따른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조차 필요를 인정한 전시작통권 이양의 정당성을 모두 참여정부의 '반미성향' 탓으로 돌린 셈이다.

이들은 또 "설혹 지금 한국 정부가 서운케 하는 점이 있다 하더라도 미국과의 우정을 이어가고자 하는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을 생각해주기 바란다"며 "현재의 정권은 영원한 게 아니며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메시지의 마지막 문장은 "귀하(조지 부시)와 미국 국민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는 말로 끝났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 500여명은 이날 오후 3시 20분 종묘공원을 출발해 광화문 교보빌딩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행진 도중 곳곳에서 인공기를 불태워 이를 진화하기 위해 소화기를 뿌리던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는 광복절인 내일(15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또 다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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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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