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받기 위해 도보행군으로 저수지로 오고있는 해병대원들입니다.이승숙
갈래머리를 땋은 소녀 시절엔 괜히 군인만 보면 가슴이 설레었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정류장에서 휴가 나온 군인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안 보는 척 하면서 몰래 훔쳐보곤 했다.
후방인 경상도에서는 군인을 볼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휴가를 나온 친구 오빠들은 우리 소녀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손을 대면 베일 것 같이 쫙 편 군복 바짓단 주름이며 파리가 낙상을 할 만큼 반짝이던 군화는 우리들에게 군대에 대한 외경심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군대와 군인에 대한 환상을 품었던 소녀 시절을 지나 이제는 다 큰 아들을 군대에 보낼 나이가 되었다. 더러 일찍 결혼한 친구들 중에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지나가는 군인들이 다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 모두가 다 내 아들 같이 보인다.
얼마 전 대구에 사는 고향 친구들이 내가 살고 있는 강화도로 놀러온 적이 있었다. 친구들을 위해서 강화 이곳 저곳을 두루 안내해 주었다. 강화는 대구에서 워낙 먼 곳이라 친구들이 다시 올 기회가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인돌 광장을 향해서 가는 길에 물어 보았다.
"경상도에서는 철책 보기 힘들잖아. 철책 보러 갈래?"
"철책이 뭔데?"
"북한이 바라보이는 바닷가를 둘러서 철조망이 처져 있고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해. 말하자면 비무장지대 비슷한 곳이지."
"그래? 북한이 바로 보인다 말이야?"
강화는 북한과 가까운 섬이다보니 경계 철조망이 쳐져 있는 곳이 있다. 강화의 북단인 양사면 철산리와 송해면에서는 북한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날이 맑은 날에는 손에 잡힐 듯이 북한의 산이 바라보인다. 그래서 나는 강화에 놀러오는 내 지인들에게 즐겨 이곳을 안내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