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스를 입고 비틀즈 음악을 듣는가

[서평] 마케팅 관점에서 살펴 본 <컬트 팩터>

등록 2006.08.16 10:25수정 2006.08.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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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팩터>의 겉표지
<컬트 팩터>의 겉표지이지북
컬트는 카오스다. 질서와 규범이 만들어내는 직선의 세계에서 ‘컬트’는 쌍곡선을 지향한다. 정의할 수 없는, 아니 정의해서는 안 되는 속성을 가진 컬트의 본질은 우리의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대상이다.

컬트무비의 대명사 <록키 호러 픽쳐 쇼>가 첫 상영 참패 후, 심야 상영에서 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열광적인 골수팬을 만들어 낸 것은 ‘컬트’를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교과서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의 마니아들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력에 빠져들었다고 증언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그들로 하여금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만들었는가?

<컬트 팩터>(클라우스 슈메 지음·이지북 펴냄)는 컬트의 존재를 마케팅적 관점에서 살핀다. 롤렉스시계부터 예거 마이스터까지 42개의 성공스토리를 토대로 오늘날 신화로 일컬어지는 ‘브랜드의 혁명’을 파고 들어가 그 성공요인을 분석한다.


이 책은 일반적인 시장 법칙으로는 그 폭발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없고, 또 이해할 수도 없는 초유의 브랜드 탄생을 발자취를 따라가며 탐미한다. 문자 그대로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열광 속에 그들만의 카테고리를 형성한 42개의 성공 사례를 통해 신화 속에 숨겨진 비법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실용적 지식에 굶주려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호재다.

불필요한 설명이나 이론은 깔끔하게 배제한 후 사례에 직접 뛰어 들어가 오직 그 사례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이나 성공요인 등에만 집중한 저자의 통찰은 이 책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일조한다.

컬트라고 해서 전부 컬트는 아니다

직선에서 일탈한다고 해서 모두 컬트는 아니다. 개념을 남용하면 종종 본질이 희석되어 그 존재의 가치가 퇴색한다. 저자는 현대 대중문화에서 ‘컬트’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과도하게 사용되다 보니 거의 불가항력적으로 의미 자체가 불분명해졌다고 지적한다.

딱딱하지만 사전적인 의미는 이런 때 유용하게 쓰인다. 컬트란 ‘과도한 숭배행위 혹은 보호육성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개념의 제 1의 의미가 종교성을 띄고 있다는 것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활용하는 ‘컬트’의 의미에 제한성을 가한다. 그 제한된 범주 안에서 컬트는 숨을 고르게 쉴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상품, 문화현상 등) 속에서 간추린 42개의 신화적 컬트는 4가지 제한사항을 입고 탄생했다. 그것은 이러한 제한된 속성이 반영된 컬트라야 진정성을 갖춘 개념이 될 수 있다는 지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숭배행위는 반드시 능동적이어야 하며 대중적인 현상으로 인식되어야 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흘러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숭배 대상에서 종교는 제외 돼야 한다는 것. 이 4가지 사항이 충족된 경우에 비로소 컬트다운 컬트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위의 사항을 절대조건으로 간주하여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신화를 펼쳐 보인다.


비이성적이며 동시에 이성적인

컬트는 일반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차츰 자신들의 틀을 다져가기 시작하면 금방 주변 세력을 흡수하는 흡인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포괄성을 읽을 수 있다. 속살을 드러내 보이기까지는 아무도 내막을 알 수 없지만 일단 발을 담그면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이성으로는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이제부터 자신의 판단을 지배하는 것은 비이성이다.

이성적인 요소가 배제되었다고 해서 컬트 대상이 갖춘 질적 수준까지 낮춰서 보면 곤란하다. 컬트 추종자들은 타 대상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요소를 통해 이성적인 근거를 초월 할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딱정벌레차나 시트로앵 2CV가 기술적으로는 이미 한물 간 상태에서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컬트는 다분히 도그마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대상을 숭배하고 혼을 다해 추종하는 모습에서 이성적인 판단과 기준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면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컬트의 존립 이유가 이성이 개입되면 와해될 수 있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컬트는 열광적인 반응과 당혹감을 동시에 유발하며, 오로지 찬양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천대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신세다. 두 개의 가치로 양분된 컬트는 그래서 모호하다.

컬트의 세계는 계속 진화한다

책에는 다양한 범주의 컬트 대상이 등장한다.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 <제임스 본드> 시리즈 등의 문화적 컬트가 자신의 고유 가치를 뽐내고, 컬트 신봉자들의 우상이 된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하이노 등의 인물을 탐구하기도 한다. 또한 저자가 주력하고 있는 마케팅 관점에서의 컬트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단서를 제공해준 컬트 상품들이 그들만의 영향력을 과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컬트 대상에 순위를 매겨 서열화 했다는 점이다. 이는 컬트의 세계 역시 만만치 않는 경쟁 관계가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다시 컬트를 둘러싼 컬트가 부단히 그리고 폭넓게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며 그 시세를 통해 고유의 가치를 안착시키려는 의도와 맞닿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컬트 역시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철저히 ‘관리’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가 맺는 결론이다. 컬트가 컬트로서 대접을 받고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지속적이며 능동적인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은 바로 그런 컬트의 상품성에 주목한다.

리바이스 501을 입고, 예거마이스터를 홀짝이며 비틀즈의 음악을 듣는 것에서 유희를 만끽하는 인물이라면, 그리고 만약 당신이 컬트 메이커를 꿈꾼다면 이 책에서 적잖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컬트 팩터 - 마케팅에서 신화로 롤렉스 시계부터 예거마이스터까지 42개의 성공 스토리

클라우스 슈메 지음, 배진아 옮김,
이지북,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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