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에게 맞아죽을 각오도 했다"

[현장] 한국·대만·일본 시민 600여명, 야스쿠니 참배 반대시위

등록 2006.08.16 09:55수정 2006.08.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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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히부야 공원으로 진입하는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시위대.

히부야 공원으로 진입하는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시위대. ⓒ 김기

a 15일 야스쿠니는 참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가운데 극우단체들은 신사주변을 완전히 장악한 채 각종 연설 및 이벤트를 벌였다.

15일 야스쿠니는 참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가운데 극우단체들은 신사주변을 완전히 장악한 채 각종 연설 및 이벤트를 벌였다. ⓒ 김기

a 히부야 공원에서 연설하는 대만 원주민 대표 진쑤메이 대만입법의원. 그녀는 15일 새벽에 목숨을 걸고 고이즈미의 참배를 저지하고자 나섰다.

히부야 공원에서 연설하는 대만 원주민 대표 진쑤메이 대만입법의원. 그녀는 15일 새벽에 목숨을 걸고 고이즈미의 참배를 저지하고자 나섰다. ⓒ 김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 강행에 맞서 한국·대만·일본인 등으로 구성된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5일 이른 아침부터 도쿄 시내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 아침 공동행동 600여명은 도심을 통과해 히부야 공원까지 행진하며 고이즈미 규탄 시위를 계속했다.

공원에서 시위를 마친 공동행동은 자리를 정리하고 근처 변호사회관 10층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공동행동은 고이즈미 일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대만 대표인 진쑤메이(대만입법의원)씨는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일본 극우세력들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와 기자회견 내내 침통한 모습이었는데,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격렬하게 북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대만 원정팀은 이날 새벽 5시경 야스쿠니 신사에 기습적으로 진출해 1시간 30분 가량 도로를 점거했다.

이로 인해 일본 극우세력들과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져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고이즈미의 참배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공동행동의 기자회견 등 일정으로 인해 야스쿠니 신사를 떠남으로써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찬성 뒤섞여 아슬아슬한 야스쿠니


a 야스쿠니반대 일본시위대 뒤를 쫓으며 소음에 가까울 정도의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일 극우단체차량.

야스쿠니반대 일본시위대 뒤를 쫓으며 소음에 가까울 정도의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일 극우단체차량. ⓒ 김기

한편, 고이즈미의 신사참배 이후 야스쿠니 신사 주변은 공동행동 이외에도 일본 내 다른 야스쿠니 반대단체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신사 주변을 돌고 시내를 행진할 때 바로 뒤쪽에서는 극우단체 회원들이 방송차를 타고 따르며 대형확성기를 통해 큰 소리로 방해를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북새통에도 이날 야스쿠니 신사는 참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특히 태평양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유수칸에는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야스쿠니 신사 주변은 극우세력들이 온통 장악해 각종 연설과 이벤트로 일반 참배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에 비해 대부분 참배객들의 반응은 조용했다.

이외에도 이날 가토 고이치(68) 자민당 전 간사장의 자택 겸 사무실이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전소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입장에 서온 인물이다.

공동행동의 국제시위, 신사참배를 막지는 못했지만

a 15일 아침 도쿄 도심을 가로질러 고이즈미를 규탄하는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15일 아침 도쿄 도심을 가로질러 고이즈미를 규탄하는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 김기

이날 기자회견을 끝으로 야스쿠니에 합사된 한국·대만의 징용자, 희생자 분사를 위한 공동행동의 8월 일정은 일단 끝났다.

이번에 공동행동의 국제적 시위는 결국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70년대 이후로 일본에서 볼 수 없었던 강한 반대 시위를 보여주었다. 이로써 일본 내 일반시민 및 아시아 평화를 지키려는 양심세력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국 시위대는 이날 각 해당 그룹별로 평가회의를 갖고 향후 야스쿠니로 상징되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에 대체할 각자의 행동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이번 활동에 대해 향후 운동 방향과 해결해야할 문제점들을 자체적으로 판단하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자체 평가를 내렸다.

한국에서 참가한 팀 중 선박을 이용해 일본으로 건너온 청소년과 대학생팀들은 오사카를 향해 출발했으며, 항공편 참가자들은 나라의 미군기지를 보기 위해 나라로 향하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16일 한국인 희생자 유골이 안치된 우천사 등을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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