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갑니다. 남강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강들이 힘들어 합니다.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배만호
그것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고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이 늘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알 수 없는 곳,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할 것입니다.
흔히 여행을 간다고 하면 자동차나 열차를 타고 떠나기도 하고 비행기로 가는 여행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주 먼 거리를 갈 수 있고, 아주 빨리 갔다 올 수 있지요. 그리고 멀리 갔다고 하여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요즘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여행의 본래 뜻은 숨겨두고, 그냥 흥청망청 놀고 온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남강을 사랑하는 시민 40여 명은 지난 8월 9일(수)부터 14일(월)까지 5박6일의 일정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경남 함양 백무동 계곡에서 시작하여 산청을 지나 경호강을 따라 남강댐을 둘러보며 진주로 걸어왔습니다. 진주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이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생을 비롯하여 고등학생,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참가자 40여 명 모두가 끝까지 함께 걸었습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도보순례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다들 나름대로의 목적과 의미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단순하게 '걷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적지까지 걷기 위해 하루 동안 걸어야 할 거리를 정해 두고 걷는 것이지요. 그렇게 힘들게 걷다 보니 낯선 사람들끼리 빨리 친해지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면 걸었던 기억만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진주환경운동연합의 '남강도보순례'는 그 목적과 의미가 다릅니다. 뜨거운 태양과 아스팔트 위를 걸으면서 강한 인내심을 기르는 것보다는 환경의 소중함, 물의 순수함, 땅의 진솔함 등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지요.
'저 길이 아스팔트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덥지 않았을 텐데.'
'저 물이 조금만 더 맑았으면 풍덩 뛰어 들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