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우리 어릴 때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다 닭을 키웠지요. 어디 나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 닭이 마당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푸근해져요.이승숙
한때는 토종닭이 30∼40마리도 넘게 집 뒷산을 돌아다닌 적도 있어요. 우리 집은 처음에 토종닭 몇 마리로 시작했는데, 그게 2년쯤 지나니까 그렇게 많이 불어나더라고요. 유정란도 하루에 열댓 개씩 나왔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때 참 인심도 많이 썼어요. 누구든지 우리 집에 오면 유정란을 주었거든요.
그렇게 닭들의 세상이었는데, 지금은 지리멸렬입니다. 닭들이 활개 치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놈의 삽살개들 때문입니다.
삽살개가 한 번 끈을 풀고 나서는 날이면 양들의 침묵이 아니라 '닭들의 침묵'이 됩니다. 발바리들은 닭들과 평화롭게 잘 지냈는데, 이상하게 진돗개나 삽살개는 사냥 본능이 있는지 끈만 풀리면 왕창 사냥을 해버립니다. 그때마다 맥이 풀린 남편은 몽둥이를 들고 개를 으르고 했지만, 이제는 우리 남편도 도가 통했는지 그러면 그랬냐, 또 부화하면 되지 그런 식으로 나갑니다. 개가 닭을 사냥하는 거, 그건 개의 본능이 아니라 개의 업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