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으로 여름휴가를 가다

남편의 바이킹 공포... "차라리 나를 고마 쥑이라 쥑여!"

등록 2006.08.18 09:12수정 2006.08.18 17:4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번 여름 휴가 때 아이들 소원도 풀어줄 겸해서 놀이공원에 갔습니다. 왜 아이들이 제일 가고 싶어하는 일순위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놀이 공원 아니겠습니까?


때마침 회사에서 여름 휴가에 이용하라고 호텔 뷔페 식사권도 주더라구요! 그래서 이달 초 호텔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이후 놀이공원에 가서 노는 스케줄을 잡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막상 호텔 뷔페에 가보니 왜 그리 맛있는 음식이 많던지요. 식탐 많은 남편과 저는 난생 처음 본 음식을 이것저것 집어먹었습니다.

"여보 이거 봐라 이거 맛나게 생겼지? 내가 한 접시 가져다줄까?"

처음엔 돌아다니며 음식을 가져다가 먹는 일이 영 쑥스러운 남편도 조금 지나니 혼자서도 잘 가져다가 먹더군요. 이왕에 왔으니, 또 모처럼 회사에서 아이들을 챙겨주라고 준 뷔페 식사권 알뜰하게 써먹자는 생각에 남들은 두세 번 가져다 먹을 동안 우리는 다섯 번이나 가져다 먹었답니다.

그렇게 푸짐한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 가족은 이어 놀이공원으로 향했지요. 오랜만에 간 곳이라 아이들은 물론이고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이들은 놀이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야호! 신난다"라고 소리칩니다.


우선 아이들에게 사진을 한 판 찍어주고, 다음으로 우주 비행선을 태워주고, 매우 재미난 시간을 보냈죠. 아이들과 저는 마냥 신이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놀이기구를 탔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냥 사진만 찍어 주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놀이기구 타기를 극구 사양하더군요.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아이들과 저는 너무 신나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메가드롭(높은 곳에서 한번에 쏴악∼ 내려오는 놀이기구)을 타러 다가갔을 때 저는 남편에게 한번 같이 타자고 했지요.


"자기야? 저거 너무 재미나겠다. 우리 한번만 타자 응?"
"야야야! 저거 한번만 쓩∼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너무 비싸잖아? 다른 거 타자 응?"
"응? 그런가. 그럼 다른 거 탈까?"


남편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런 것 같기도 해서 일단 다른 것을 타기로 했지요. 메가드롭 옆에는 토네이도(회오리바람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기구)가 떡!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자기야? 저거 너무 재미나겠다. 저거는 몇 번 왔다 갔다 하니까 저거 타자. 응?"
"아! 배 아파. 배가 와 이리 아푸노? 내 화장실 쪼매 댕기올께 기다려라~"


남편은 배가 아프다면서 화장실을 가더라고요. 그때서야 저는 남편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편이 자꾸만 놀이기구 타는 것을 거절한 것은 겁이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했지요. 남편이 화장실 다녀오기 전에 얼른 바이킹 표를 사고 말았지요. 이윽고 남편이 우리 앞에 왔습니다.

"자기야, 메가드롭하고 토네이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안 되겠다."

그러자, 남편은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응! 그래? 그러면 우짜노. 여기까지 왔으면 한번 타야제?"

그제야 남편은 놀이기구 타는 것이 자신 있다는 말투로 한마디하더군요.

"그래? 내가 그래서 그거 말고 다른 표로 끊었다 아이가."
"뭐! 무슨 표를 끊었는데?"
"응, 바이킹 표 끊었다 아이가~"


그 동안은 아이들이 어려서 둘 중에 한 명은 아이들을 봐야 했기에 바이킹을 한 번도 못타봤죠. 이제는 아이들도 다 자랐고, 큰애가 동생을 보고 있겠다고 엄마 아빠 둘이 타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바이킹 타는 줄을 보더니 갑자기 남편의 태도가 달라지는 게 아니겠어요?

"아이구! 머리 아파라, 나는 머리 아파서 못 타겠다. 당신 혼자 타라."
"뭐! 뭐라꼬? 그러면 우짜노. 표는 이미 다 끊었는데. 그리고 한 번 봐봐라 애들도 다 타는데, 와 당신은 못 타노? 참말로 이럴끼가. 응?"
"그래 알았다 알았어. 탈께 타믄 되잖아~"


나의 협박에 못 이겨 우리 부부도 젊은 연인들처럼 나란히 바이킹에 올라탔죠. 드디어 바이킹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때 저는 느꼈습니다.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남편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식은땀을 줄줄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바이킹이 하늘로 거꾸로 치솟자 남편의 입에서 쏟아지는 비명소리….

"아이구∼ 나 죽네. 아이구∼ 엄마야! 빨리 세워 주이소. 내 죽심니더."

아이들도 그런 소리를 안 하는데, 남편이 그런 비명을 지르다니…. 남편의 얼굴은 노랗다 못해 새하얗게 질려 있더군요. 그리고 급기야 거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으흑흑. 이제 고만, 이제 고만!" 이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어디 그런다고 거기서 세워 준답니까. 계속 바이킹은 오르락내리락했지요. 우여곡절 끝에 땅으로 내려온 순간 남편은 점심 때 호텔 뷔페에서 먹었던 내용물을 다 토해내고 말았습니다. 비싼 호텔이라고 게걸스럽게 먹더니 나오는 것도 엄청나더라고요?

사색이 된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자꾸만 웃음이 나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실실 웃으니 남편이 저에게 눈을 흘기며 하는 말이 "내 이래서 놀이 공원에 안 온다 안하더나!"는 것이었습니다. 하하하! 아무리 겁이 많아도 그렇지, 어떻게 여자인 제가 타도 너무 신나기만한 바이킹을 남자인 남편이 그리 무서워할까요.

우리 남편은 그때 바이킹을 탄 후유증을 몹시 앓았습니다. 자리에 누웠다 하면 천장에 바이킹이 '왔다리∼ 갔다리∼'하고, 심지어 시계추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바이킹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에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더군요. 며칠 동안 방바닥에 딱 붙어서 시체놀이만 하고 있답니다.

집에만 오면 방바닥에 딱 붙어 있는 남편에게 "여보 우리 다음주에도 바이킹 타러 가요?"라고 말했더니, 우리 남편은 "어이구, 차라리 나를 고마 쥑이라 쥑여!"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생긴 건 산적에 소도둑형에, 덩치는 천하장사 씨름선수 저리 가라 하는 사람이 놀이가구를 겁내다니… 저, 이제부터 남편이 말을 안 들을 때마다 놀이기구 타러 가자고 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기사공모] 2006 이 여름을 시원하게

덧붙이는 글 ☞ [기사공모] 2006 이 여름을 시원하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