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외침 "하 동지를 편히 보내고 싶다"

[현장] 민주노총, 포항서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등록 2006.08.19 21:43수정 2006.08.1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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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이제야 다함께 다리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이제 오늘처럼 포스코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엽시다."

포항 건설노조 조합원을 포함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7천여명은 19일 오후 5시 40분께 포스코 본사(포항시 남구) 앞 대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오후 3시부터 연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본사 앞까지 행진을 마친 뒤 마무리 집회를 연 것.

사회자는 이날 노동자들이 형산대교를 건넌 사실을 강조하며 다음 집회도 본사 앞에서 열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파업기간 50일 동안 포항에서 두 차례(8월 4일, 8·9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지만 다함께 형산대교를 건너 포스코 본사 앞까지 행진한 것은 처음이다. 대부분 형산대교 앞 형산로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해산하기 일쑤였다.

노동자들은 이날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4시간 동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5호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4시 30분부터 형산로터리-형산대교-포스코 본사 앞까지 약 2km를 행진했다. 오후 5시 40분께 본사 앞에 도착한 이들은 한 시간 동안 마무리집회를 연 뒤 행사를 마쳤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마무리집회에서 "포스코가 불법대체근로로 파업사태 원인을 제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노동자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이들은 포스코를 향해 노조탄압 중지·손배소 철회와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행진 도중에는 형산대교 앞에서 경찰의 경고 방송이 있기는 했지만 이들은 평화적 행진을 계속했고 경찰도 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교통 통제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우린 폭도가 아니다, 마음을 열어달라"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형산대교를 건너 포스코 본사로 향하고 있다.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형산대교를 건너 포스코 본사로 향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형산대교를 건너 포스코 본사로 향하고 있다.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포항지역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형산대교를 건너 포스코 본사로 향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집회는 지난달 16일 집회 도중 사망한 고 하중근 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집회 곳곳에는 하씨의 영정 사진이 서 있었고, 일부 노동자들은 왼쪽 팔에 검은 띠를 둘러 상중(喪中)임을 알렸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노동자를 때려 죽였다"며 "하중근 열사의 죽음값을 받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찰청창과 당시 현장 책임자 처벌 및 노무현 대통령의 사죄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 ▲하씨 유족들에 대한 보상 등을 촉구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전날(18일) 포항시민들의 파업 중단 촉구 집회에 대해 "우리 노동자들도 빨리 집회를 끝내고 싶다, 돌아가신 하중근 동지를 편하게 보내고 싶다"고 토로했다.

문 대표는 "하지만 단 한 명의 시민이라도 포스코를 찾아가 '노동자들이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물어봐 주신다면, 파업은 곧 타계될 것"이라며 "마음을 열고 노동자들을 받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폭도도 아니고, 포항시 경제를 망치려고 나선 것도 아니다"며 "노동자가 잘 살아야 포항시도 잘 살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집회에는 5주째에 아이를 유산한 건설 노동자 부부가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지아무개씨는 남편이 포스코 본사 안에서 점거 농성을 하던 중 도시락을 전하려 했는데 이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실신해 병원에 이송된 뒤 뱃속의 아이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에 이어 27일 부산에서 고 하중근씨 추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형산대교를 건너 포스코 본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은 바리케이트를 쳐놓은 포스코 본사 입구.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형산대교를 건너 포스코 본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은 바리케이트를 쳐놓은 포스코 본사 입구.오마이뉴스 남소연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포스코 본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뒤 정리집회를 하고 있다.
19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포스코 본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뒤 정리집회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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