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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호 태풍 '우쿵'이 한반도를 지나간 8월 19일 해질녘에 지리산 산내면을 찾았습니다. 다행이 우쿵은 세력이 약해져 우려했던 피해는 태풍의 소멸과 함께 근심 속으로 사라져서 다행스러웠습니다.
지리산의 운해를 보고 싶다던 아내가 산내면으로 산악회 회원들과 산행길에 오른던 차, 운전수를 자처하고 전남 구례를 거쳐 성삼재에 올라 산내면 민박집에 들어섰습니다. 산님들은 벌써 민박집에 자리를 펼치고 먹거리를 준비하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댔습니다.
그 운전길을 오가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셔터를 눌러 보았습니다. 독자분들은 이해하시라, 사진의 초보임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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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삼재를 오르는 길에 운무가 피어오릅니다. ⓒ 최향동
하지만 비가 내리고 운무가 피어오르며 어둠과 만나는 지리산의 자태는 삶의 일상을 송두리째 잊을 만 했습니다. 산은 그렇게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고 그리 멀지 않은 좌우혼란의 시절에는 피난처이자 생명의 창고였으며 불나방처럼 스스로를 불태웠던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불현듯 오랜 기억 속에 기억나는 노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골 깊은 허리에도 울부짖는 가슴에도 덧없이 흐르는 산하~
나는 저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
눈 쌓인 저 산만 보면 지금도 들리는 빨치산 소리
내 가슴에 살아 들린다"('지리산 노래'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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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서히 어둠이 깔리며 나타나는 산그늘의 자태가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온후해 보입니다. ⓒ 최향동
그 눈 쌓였던 산에 비가 소록소록 내리면서 운무가 피어오릅니다. 비와 운무가 만나 '나빌래라'같은 춤사위를 펼치고 어둠이 스며듭니다. 어머니의 입김같은 운무는 지리산의 신록을 감싸고 산은 그렇게 한반도 남단을 자랑처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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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와 운무, 그리고 어둠의 삼위일체 ⓒ 최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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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무는 마치 '나빌래라'춤사위 같습니다. ⓒ 최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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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리는 山비가 마치 눈발처럼 투영돼 보입니다. ⓒ 최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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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무춤은 계속됩니다. ⓒ 최향동
삶이 늘 아쉬운 듯 두고 온 아쉬움도 지리의 어둠 속에 스며듭니다. 내일이면 펼쳐질 지리산 반야봉의 운해, 그 산바다가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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