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아저씨는 컴퓨터 선생님!

사랑의 컴퓨터 교육 펼치는 육군 전진부대 통신중대 장병들

등록 2006.08.21 11:15수정 2006.08.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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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는 장병들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는 장병들 ⓒ 김영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소재의 사회복지법인 시설인 평화원에서는 매주 토요일 이색적인 교실이 열린다. 육군 전진부대 11연대, 통신중대 장병들이 매주 '평화원'으로 주말 외출을 하여 이뤄지는 출장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 개인적인 외출이 아니라 장병 선생님들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주말 과외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11연대 통신중대, 일명 8191부대 장병들이 이곳 '평화원'과 연을 맺기 시작한 건 아주 작은 인연이 시작이었다.

1998년 이 부대의 정훈부 담당인 김정환 원사(55)가 개인적으로 이곳 시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을 후원하게 되면서부터 이다. 개인적인 후원자로서 후원을 하던 김 원사는 이곳의 실정을 알게 되면서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부대의 장병들이 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평화원은 6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초중고생들로 나눠있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이곳의 복지사들은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뒷바라지 해주고 있다. 김 원사가 생각해 낸 것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좀더 배울 수 있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부대에 돌아온 김 원사는 정식회의 안건을 내고 '평화원'에서의 봉사활동을 토의하게 되었다.

중대의 성격만큼 장병들이 모두 전공이 컴퓨터나 전산 전기 전자 쪽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 사설학원 등 사교육을 받는데 비해 사교육의 기회가 없던 아이들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를 주어보자고 '평화원'측에 제의를 했다. '평화원'측에서는 물론 적극 환영이었다.

그렇게 해서 통신중대 소속 장병들이 매주 토요일 서로 격주로 아이들의 컴퓨터 수업을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과목은 워드 프로세서, 컴퓨터 활용능력 등 단계별로 자격증 취득에도 도움을 실질적인 도움을 줄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졌다. 강사들은 당연히 모두 입대 전 과외경력이나 컴퓨터 관련분야에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선발된 유능(?)한 강사진으로 구성되었다.

선발된 장병들 중엔 과외교사만 있는 게 아니다. 매주 출강하는 장병들 중엔 전자과를 전공한 2명의 정비전문기사도 함께 한다. 평화원에서 고장 난 가전제품이나 시설물 등의 수리는 이들 장병들의 몫이다. 3년째 이곳 평화원의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아름(25) 복지사는 평화원 식구들이 이들 장병들에게 너무나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한다.


a 컴퓨터 교육 2

컴퓨터 교육 2 ⓒ 김영진

때로는 아이들에게 큰형처럼

2004년 겨울, 김 원사는 내년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봉사가 '평화원'에 필요한가를 의논하던 중 그동안 고민 중이었던 남자아이들의 목욕에 관한 안건이 토의 되었다.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모두 여성인 탓에 남자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있어 어느 부분에선 제한되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생긴 프로그램이 주말 온천욕 즐기기.
남자아이들과 장병들과의 함께 목욕하기 는 아이들의 정서안정이나 위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해 주는 것만큼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은 없다고 사회복지사들은 입을 모은다.


일병 때부터 이곳에 오게 되었다는 이정석(24) 장병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자원봉사라는 것을 경험해 본적이 없다. 처음 방문을 앞두고 "내가 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까?" 라고 고민도 되었지만 막상 평화원에 들어서면서 구김살 없이 반겨주는 초등학생들을 보았을 때 어색함은 금방 온데간데없고 아이들과 어우러져 동심에 빠져 들었다고.

이정석 병장에게 처음 맡겨진 임무는 우선 고장 난 컴퓨터를 고치는 일. 수리해야할 컴퓨터를 다 고치고 나서던 발길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었단다. 이렇게 봉사가 거듭되면서 다음에 방문할 때는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아직 반년이라는 군 생활이 남았지만 벌서부터 자신의 후임들이 평화원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으면 바람을 한다고. 사회에 나가서도 평화원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그동안의 봉사소감을 피력한다.

a 전자제품을 수리해 주고 있는 장병들

전자제품을 수리해 주고 있는 장병들 ⓒ 김영진

즐겁게 배우는 컴퓨터 교실

컴퓨터 수업을 맡아 진행하는 통신중대 장병들은 모두 6명. '즐겁게 배우는 컴퓨터 교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격증반(워드 프로세서,컴퓨터 활용), 취미반(컴퓨터 기초)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8월 27일 실시되는 워드 자격시험 2급에 응시하기 위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더위에도 열심히 수업을 하는 교실을 들여다봤다.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도 열강을 하던 조윤장 상병은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따라와 주는 것이 가장 보람 있다고.

이번시험에 응시할 계획이라는 곽경식(15)군은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컴퓨터를 배우는 것도 즐겁고 재미있지만 이렇게 든든한 형아들이 자신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어 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옆에서 이번 자격시험이 어려울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던 김하늘(17)양은 앞으로 사회복지사가 되는게 꿈이다. 지금 파주공고에 재학 중이지만 진학반에 들어 내신도 꽤 좋은 편 이어서 어떻게든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공부할 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하신 원장님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어떻게 보면 사회와 격리되어 있는 '군' 이라는 공간에서 시작된 봉사활동, 그것이 지금 8191 통신부대 장병들에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색다른 체험을 넘어 앞으로 사회에 나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길잡이까지 되어주고 있다. 강의가 있는 토요일은 병사들에겐 황금 같은 시간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땀 흘려 애쓴 만큼 평화원의 꿈나무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외출을 반납하고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평화원으로 달려간다.

덧붙이는 글 | - 나눔의 사회라고 하지만 이렇게 제한된 여건속의 시간들을 나눔의시간으로 할애하는 장병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덧붙이는 글 - 나눔의 사회라고 하지만 이렇게 제한된 여건속의 시간들을 나눔의시간으로 할애하는 장병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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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시작한 글쓰기에 첫발을 내딛으며 여러 매체에서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어 등록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인터넷 조선일보'줌마칼럼을 썼었고 국민일보 독자기자를 커쳐 지금은 일산내일신문 리포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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