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힘 빼고 몸을 쉬게 해 주세요

운동과 좋은 음식에 대한 강박은 몸에 안 좋을 수도

등록 2006.08.21 12:02수정 2006.08.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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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우선 긴장을 풀고 몸을 쉬게 해 주자.
건강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우선 긴장을 풀고 몸을 쉬게 해 주자.여성신문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재즈, 사교댄스, 에어로빅, 필라테스, 요가, 등산, 무용 등 요즘 사람들은 몸에 좋다면 별의별 운동을 다 하고 별의별 것들을 다 먹으려 한다. 이렇게 늘 무엇인가를 하려 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그에 앞서 몸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간은 수많은 동물 중 유일하게 직립보행을 한다. 즉 인간의 몸은 누워 있을 때를 제외하곤 늘 중력에 저항하고 있다. 이 중력을 우리 몸의 척추가 받쳐주고 있다. 따라서 척추를 바르게 하지 않으면 디스크는 물론 다른 병들까지 생길 수 있다.

별의별 운동을 다 하더라도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아니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된다. 운동 이전에 몸을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며칠 전, 문득 딸아이를 보니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여 오른 어깨가 약간 내려가고 왼 어깨가 살짝 올라간 비뚤어진 자세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본인은 자기 자세의 문제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를 지적해 주었으나, 엄마 말이라 그런지 별로 먹히지 않았다. '대장간에 식칼이 논다'는 속담처럼 한국 최고의 몸 움직임 전문가로 인정받는 내가 딸 앞에선 그냥 무력한 엄마에 불과하다니.

그 일 이후 지하철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왜 그리 비뚤어진 사람들이 많은지. 어깨가 비뚤어진 사람, 상체를 뒤로 젖히고 다니는 사람,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다니는 사람, 심지어는 골반이 비뚤어진 사람까지.

내 눈으로 본 것만 따져보면 사람들의 70% 이상은 몸의 어딘가가 비뚤어져 있고 90% 이상은 심하게 긴장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자세로 걷고 뛰고 운동한들 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국민을 상대로 바른 자세 운동이라도 펼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바른 자세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몸을 쉬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건강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왜 몸에 좋다는 운동은 다 하려 하고 좋다는 음식은 다 먹으려 하는지.


하루 종일 중력에 저항하며 긴장해서 살아야 했던 몸을 적당히 쉬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운동이란 미명 아래, 종일 일한 당신의 몸에 또 뭔가를 시키면 몸이 배겨나겠는가.

어떻게 하면 몸을 제대로 쉬게 해 줄 것인가. 우선 중력에 저항하느라고 긴장했던 몸을 중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해 줘야 한다. 무용을 가르치다 보면, 몸이 너무 긴장되어 있어 잘 이완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 무용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나름대로 몸에 대해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몸에 힘과 권위가 들어가서 일반인보다 이완이 더 어렵다.


몸을 이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으니 독자들께서도 한번 시도해 보시길. 온 몸에 힘을 빼는 것, 특히 목에 힘을 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른바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사람들일수록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자, 이제 몸과 마음을 비우며 가능한 한 몸을 쫙 펼치고 바닥에 누워 다시 온몸, 특히 목에 긴장을 풀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상상해보라. 자신의 몸이 이 지구의 기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당신의 등이 지구의 한가운데로 쭉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또는 대서양 한가운데서 수압을 그대로 받으며 바다의 바닥으로 쫙 내려가고 있다고.

이것이 가능하다면 이제 당신은 몸이 자유롭게 허공을 날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단 몸을 완전히 비웠을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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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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