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드라마에 '아침'은 없다

등록 2006.08.21 16:01수정 2006.08.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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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는 늘 욕을 먹는다. 불륜, 여성의 성 역할 고정, 여성에 대한 편견 강화 등의 문제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청자단체는 “주 시청자가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나이 든 여성들이라는 점을 아침드라마 제작진이 악용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현재 방영중인 아침드라마에 대한 모니터를 통해 문제점과 대안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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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현재 방영중인 아침드라마는 늘 그렇고 그런 모습이다. KBS 1TV <강이 되어 만나리>, KBS 2TV <그 여자의 선택>, MBC TV <있을 때 잘해>, SBS TV <사랑하고 싶다>의 주된 내용은 남편의 외도와 아내의 일탈, 출생의 비밀, 사랑과 배신 등 아침드라마가 마르고 닳도록 담아온 것들이다.

‘아침드라마=불륜 드라마’라는 공식은 변함없이 적용된다. 아침드라마에는 도덕과 인륜 따위를 비웃는 인물들이 활개 친다. <강이 되어 만나리>에는 친구의 연인을 비열하게 가로채 결혼하는 남자가 나온다. <그 여자의 선택>에서는 출생의 비밀을 지닌 사촌 자매가 사랑했던 남자를 주고받는다.

뿐이랴. <사랑하고 싶다>에서는 남편이 연하남과 사귀는 아내의 도피 여행을 돕는다. 심지어 과외 선생이 여고생을 임신시키기까지 한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나 나올 법한 내용이 버젓이 아침드라마로 소개되고 있는 것. 시청자들이 “가도 가도 너무 막 간다”며 쓴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침드라마의 또 다른 문제점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낡은 인식을 드러내며 상투적으로 갈등을 만들어낸다. <강이 되어 만나리>에는 깐깐한 시어머니의 전형인 강학실(반효정)과 심통 사나운 시어머니 오복자(장정희)가 등장한다. <사랑하고 싶다>의 시어머니 심여사(윤소정) 역시 며느리에게 매정하고 싸늘하게 대한다.

a ‘아침드라마=불륜드라마’라는 공식을 탈피 교육·입시등 다변화된 소재로 변해야 한다고 시청자단체들이 지적하고 있다. 사진 위쪽부터 ‘그여자의 선택’과 ‘사랑하고 싶다’

‘아침드라마=불륜드라마’라는 공식을 탈피 교육·입시등 다변화된 소재로 변해야 한다고 시청자단체들이 지적하고 있다. 사진 위쪽부터 ‘그여자의 선택’과 ‘사랑하고 싶다’ ⓒ 우먼타임스

또한 결혼생활과 육아의 짐을 여성에게 강요하는 못된 시어머니를 등장시켜 여성의 성 역할을 고정시키고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대화시킨다. 한 남자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두 여성의 갈등을 그려내는 것 역시 아침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이다.

아침드라마는 안일하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고 여성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는 등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남자 잘 만나 뒤웅박 여자 팔자 고쳐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 상류층 집안으로 시집가서 신분 상승을 하려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는 것.


이처럼 아침드라마가 늘 지적되는 문제점을 고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자단체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이하 미열사)은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부정적인 내용의 드라마가 계속 방송되는 것은 제작진이 시청자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못 박는다. 아침드라마의 주시청자인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 시청 소감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진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열사는 “연하남과의 도피 행각이나 첫사랑과의 재회가 주부들의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제작진의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아침드라마 제작진이 “교육, 입시, 군대, 재테크 등 주부들의 절박한 관심사에 눈을 돌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변할 수 있을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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