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산 김민석 회장오마이뉴스 박수원
온 나라가 성인용 오락게임 '바다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도박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성인오락실 업주들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이하 한컴산)는 21일 하루 종일 분주했다. 바다이야기 폭풍이 성인오락실을 휩싸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 전국에 유통된 6만여대의 게임기를 압수하겠다고 밝혔다.
한컴산 김민석(41) 회장의 휴대전화는 10분 간격으로 울렸다. 언론사 기자부터 "단속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성인오락실 업주들의 문의 전화까지.
김민석 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인 오락실 시장이 최근 2년 사이에 100배 가까이 팽창하게 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김 회장은 "성인 오락실의 사행성이 문제가 된 근본 원인은 2004년 12월 31일 문광부가 발표한 '2004-14고시'에 있다"면서 "게임기에서 상품권을 강제로 배출하게 만든 이 고시 때문에 3800억원 시장 규모가 2년 사이에 28조원 규모로 팽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탁상행정과 비전문적인 요소가 결합해 성인 오락실의 사행성을 키웠다"면서 "한 사람당 1시간 투입액을 9만원으로 제한해 놓고, 한 사람이 게임기 접촉면에 재떨이를 올려놓거나 이쑤시개를 끼워놓고 여러 개 게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내용을 규제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성인 게임기의 사행성이 야기 된 데에는 업주들 문제도 있지만 제도적인 허점을 양산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면서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정치 공방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수조원의 상품권이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민석 회장과의 일문일답.
"문광부 2004-14 고시가 시장 규모 키웠다"
- 성인오락실 문제가 왜 이렇게 커졌다고 보나.
"상품권 강제 배출 규정 때문에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게임기에는 3개의 창이 뜬다. 돈을 넣은 금액이 표시되는 이용 요금(CREDIT)창, 사용자가 지정하는 배팅(BET)창, 그리고 당첨액(WIN)창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공히 이런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우리 나라 게임기에는 기프트(gift)창이 있다. 그런데 문광부가 2004-14 고시 경품제공방법 조항에 강제 배출 조항을 넣었다. 이 때문에 2만원이 되면 자동으로 상품권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 상품권 때문에 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임을 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돈을 넣고 게임을 해서 당첨이 되면 그 점수로 게임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가 못하다. 문광부 고시 이후 돈은 돈 대로 넣고, 당첨이 되면 그 점수만큼 상품권이 뽑힌다. 게임기가 거의 상품권 자판기 수준으로 변했다. 게임장에 가보면 사용자들이 한 손에는 현금을 또 한 손에는 상품권을 쥐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그 내용만 가지고 시장이 2년 사이에 100배 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
"문광부는 2004-14 고시에서 사행성 간주 게임물의 기준을 1시간당 총 이용금액이 9만원을 초과하는 게임으로 설정해 놓았다. 일본은 게임기에 사람 손이 감지가 돼야 움직인다. 1인 1게임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시중에 유통되는 게임기는 재떨이를 올려놓거나, 이쑤시개를 꽂아두면 자동게임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개의 게임기에서 게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용자들이 오락실에서 이쪽 저쪽으로 뛰어다니는 거다.
자동게임에 대해 논란 일자 경찰이 문광부에 불법 여부를 질의했다. 그런데 문광부는 질의 회신을 통해 재떨이를 사용하는 것도 사용자의 의지가 반영된 만큼 '반자동'으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1시간당 총 이용금액 9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이 완전히 무력화되면서 사행성이 커졌다. 이런 상태에서 100원을 넣었을 때 250만원까지 터지는 바다이야기가 나왔고, 게임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판돈이 커지는 게임기를 만들어냈다."
"문광부가 불법이었던 '자동게임' 사실상 합법화"
- 상품권 제도는 정부가 강제로 추진했나.
"아니다. 업계와 함께 추진했다. 하지만 상품권 발행업자들의 끈질긴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상품권 강제 배출 규정이 그렇게 시장규모를 키울 줄 업주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더구나 상품권 발행사가 19개나 난립하면서 상품권은 게임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쓸 수 없는 게임장용 상품권으로 변질됐다. 결국 상품권 발행사들만 떼돈을 벌었다."
- 사실 오락실 업주들이 상품권 환전소를 운영하면서 수수료를 챙기지 않았나.
"맞다. 하지만 그렇게 된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보통 게임기는 평균 환수율(승률)이 95%정도로 설계된다. 손님이 10만원을 투입하면 9만5000원을 가져가는 구조다. 그런데 상품권이 강제로 배출되다 보니 손님들이 돈을 넣고 상품권을 받아, 다시 환전소를 통해 현금으로 바꿔서 사용한다.
가령 10만원을 게임기에 넣으면 평균 회수율을 기준으로 보면 9만5000원을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돌려 받는 게 상품권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환전소로 가져가 현금으로 바꾼다. 그 과정에서 10% 수수료를 뗀다."
- 결국 상품권 수수료가 업주들의 주 수입원이었다는 이야기인데.
"틀린 말은 아니다. 업주들이 환수율 95%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수수료를 통해 돈을 벌 수밖에 없었다. 시장이 그렇게 왜곡되다 보니 손님들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 환수율을 100% 이상으로 하는 오락실도 생겼다. 수수료로 수입을 벌충한 셈이다. 수수료에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행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 이런 문제를 개선할 기회는 없었나.
"있었다. 문광부에 상품권 강제 배출 규정을 폐지하라고 공문도 보내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이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등위는 로비 온상... 공익근무 요원도 급행료 챙겨"
- 문광부나 영등위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 같다.
"전문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데다 운영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 로비 문제 때문에 업계와 별개의 인물들로 영등위가 구성됐는데 오히려 로비의 온상이 됐다. 심지어 영등위에 있는 공익근무 요원까지 급행료를 챙길 정도였다."
- 바다 이야기로 인해 검찰이 불법 게임기에 대한 압수에 나섰는데.
"정치권 이야기는 잘 모른다. 권력형 비리는 며칠 지나면 끝나지만 오락실에 생계를 걸고 있는 30만명(1만 5천여개 업소)은 그 사이에서 죽어난다. 오락실 업주들은 영등위에서 심의를 받은 오락기계를 산 죄 밖에 없다. 정부가 지금처럼 하면 시중에 돌고 있는 수조원 어치의 상품권은 휴지조각이 되고,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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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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