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61회

새로운 만남

등록 2006.08.22 17:50수정 2006.08.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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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만남

세 번의 밤과 낮이 갈릴 때까지 키는 걷고 또 걸었다. 웬만한 뜀박질이나 걸음에는 단련되어 있는 솟이었지만 그런 그도 키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거친 길도 나는 듯이 달려가는 키를 솟은 때때로 놓치고는 뒤늦게 쫓아갔고 그럴 때마다 키는 솟을 기다리며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생명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

솟은 힘들게 숨을 헐떡이며 키에게로 다가와 저주 섞인 말을 내뱉었다.

-짐승의 먹이로도 시원찮을 네드인아! 대체 그 흉포한 짐승들과 맞서 싸울 자들이 사는 곳은 언제 만날 수 있는 거냐!

키는 서서히 일어나 걸어가며 손을 뻗었다.

-이제 저 구릉만 넘어가면 된다.


솟이 쫓아오든지 상관하지 않고 휑하니 가버리는 키를 향해 솟은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멀리 와서 돌아가는 길이나 알 수 있어! 그 동안에 수이는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고!


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항상 그렇듯이 바람이 전해준다. 수이는 무사하다. 그리고 이건 그 짐승들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키는 수이를 찾으러 가겠다는 솟을 설득해 이렇게 말한 바 있었다.

-둘이서 저 짐승들과 맞서 싸울 수는 없다. 다만 우리를 도와 줄 수 있는 자들이 살고 있는 곳만은 알고 있다. 그들은 다른 이들과의 접촉을 좋아하지 않지만 사정을 잘 얘기한다면 이루어 질 것이다.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솟은 키를 따라나섰지만 이렇게 먼 거리를 갈 줄은 몰랐던 터였다. 더군다나 가는 길에는 먹을거리는커녕 마실 물조차 충분치 않아 솟은 사소한 일에도 키에게 신경질을 부리고는 했다. 키는 그러한 솟에게 무 대응으로 일관했고 솟은 제풀에 지치고는 했다.

구릉을 넘어서자 솟은 갑자기 눈앞에 다가온 이질적인 풍경에 잔뜩 긴장이 되었다. 하늘을 빼고서는 암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고 주위는 괴괴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이곳이다.

키의 말에 솟은 기가 막히기 그지없었다. 한 눈에 보아도 주위는 적당한 사냥감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나무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척박한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누가 산다는 건가?

키는 대답대신에 돌 하나를 주워들어 바위에 내던졌다. ‘딱’하는 소리가 고요한 주위에 아늑하게 울려 퍼졌다. 키는 그런 행위를 두 번 더 반복했다.

-어?

멀리 암벽 한 모퉁이에서 무엇인가가 살짝 나왔다가 들어가는 것이 솟의 눈에 보였다. 그것은 분명 사람의 모습이었다. 키는 그 모습을 봤는지 못 보았는지 또 다시 돌을 주워들어 바위에 던져 대었다. 답답해진 솟은 사람의 모습을 본 암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봐 솟!

키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지만 솟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재빠르게 암벽을 기어 올라간 솟은 그곳에 사람이 겨우 드나들만한 조그마한 틈이 나 있는 동굴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솟은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섰다가 발밑에서 이상한 감촉을 느꼈다.

-조심해!

순간 뒤쫓아 온 키가 솟의 허리를 부여잡고 힘차게 뒤로 끌어당겼다. 솟의 눈앞으로 기다란 나무토막이 날아오더니 훡 하고 지나갔다. 키가 뒤로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나무토막은 솟의 머리를 맞추고 그 몸을 암벽 아래로 떨어트렸을 터였다.

-저게 뭐였어?

솟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애써 태연한 척 키를 돌아보았다. 키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해 보이며 솟을 틈 옆으로 몰아세우고서는 조용히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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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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