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민기자가 되었습니다

당당하게 '기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등록 2006.08.24 09:26수정 2006.08.2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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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를 알게 된 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오마이뉴스>가 생기고 오래지 않아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문구를 보고 가입을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글을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용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다른 분들이 올린 글들만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글을 하나 올려 보았습니다. 그게 2002년 가을입니다. 당연히 정식 기사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기대한 것이 없었기에 실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때 정식 기사로 채택이 되었다면 지금의 저는 더 오만해졌을지도 모릅니다. 덜 익은 과일이 맛이 없는 것처럼 그때는 제 글이 아직 익지 않았으니까요.

한동안 읽기만 하였습니다. 책도 읽고, 인터넷 기사들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생에 대한 경험도 많이 쌓았습니다. 막노동판에서 대리운전에, 공장일까지 하면서 경험을 쌓아 갔습니다.

그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지난 2월에 처음으로 제 글이 기사화되어 올라왔습니다. 추운 날 봄을 준비하며 일한 것을 기사로 올린 것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도 없어 휴대전화에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올렸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휴대전화에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디지털 카메라를 빌려 사용하였습니다.

진주교대 이지호 선생님과 어린이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입니다. 지난 7월에 원고료 받은 걸로 초대를 했습니다.
진주교대 이지호 선생님과 어린이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입니다. 지난 7월에 원고료 받은 걸로 초대를 했습니다.배만호
그렇게 하여 받은 원고료로 제 삶의 이정표가 되어 주신 두 분 선생님을 모시고 합천 삼가에서 소주를 한 잔 했습니다. 가난함의 대명사 같았던 제가 술을 산다고 하니 많이 불안해하시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몹시 좋아 하셨습니다. 글을 쓰는 힘이 되어 주신 분들께 글을 써서 받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술을 사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제대로 된 글, 약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글을 써야 하겠지요.

<오마이뉴스>에 처음 글이 올라올 때에 제 느낌은 첫발을 내딛기 위해 발을 들어 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마운 선생님께 술을 한 잔 부어 드리는 것은 들어 올린 발을 앞으로 내밀어 내려놓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젠 다른 쪽 발을 들어서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하겠지요.


빌려 쓰는 카메라의 불편함이 몸에 익을 즈음에 작은 카메라를 하나 샀습니다. 글을 써서 받은 돈은 모두 글을 쓰기 위해 투자를 한 셈입니다. 가끔씩 원고료를 받아 카메라를 샀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런 글을 읽을 때마다 저도 다짐을 하곤 했었지요. 하지만 고가의 카메라보다는 작지만 실용적인 카메라가 취재를 하는 데는 더 좋았습니다.

지난주에는 mp3 녹음기도 하나 샀습니다. 기자들의 인터뷰를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은 메모를 하며 듣는 저를 보며 약간의 경계심을 가졌습니다. 게다가 전문기자가 아니다 보니 빨리 적지를 못합니다.


앞으로 많은 고민을 던져 줄 명함과 취재수첩입니다.
앞으로 많은 고민을 던져 줄 명함과 취재수첩입니다.배만호
오늘은 <오마이뉴스>에서 만들어 주는 시민기자 명함을 받았습니다. 책상 위에 하얀 명함과 까만 취재수첩 두 권을 올려놓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 이름 앞에 붙은 ‘시민기자’라는 글과 붉은 글씨로 크게 써져 있는 ‘ohmynews'를 보며 과연 저걸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보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때 그 가치가 더 높게 매겨질 테지요.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변화된 것이 많습니다. 우선 메모하는 습관이 들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메모를 하며 듣다보니 기억을 오래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을 묻다 보니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변화된 것이 많습니다. 우선 메모하는 습관이 들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메모를 하며 듣다보니 기억을 오래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을 묻다 보니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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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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