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치즈도 살 수 있어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파머스마켓'을 가다

등록 2006.08.27 13:24수정 2006.08.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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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마다 시내 중심가에는 '파머스마켓 Farmer's Market'이 열린다.
토요일마다 시내 중심가에는 '파머스마켓 Farmer's Market'이 열린다.한나영
"염소치즈예요. 아마 아이들이 좋아할 거예요."


아는 분 집을 방문했을 때 난생 처음 염소치즈를 바른 빵을 먹게 되었다. 치즈하면 보통 소젖으로 만든 것만 먹었던 터라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는 맛이 독특했다.

"이런 염소치즈는 어디서 사요?"

신선한 염소치즈를 팔아요. 시식도 환영!
신선한 염소치즈를 팔아요. 시식도 환영!한나영
염소치즈 때문에 알게 된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이었다. 파머스마켓은 농장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중간 상인 없이 농부가 직접 시장에 가지고 나와서 파는 시장을 말한다. 요즘은 파머스마켓이 슈퍼마켓처럼 가게의 형태를 이룬 곳이 많은데 내가 갔던 파머스마켓은 농부가 직접 트럭에 싣고 와서 파는 노천시장이었다.

파머스마켓이 열렸어요.
파머스마켓이 열렸어요.한나영
파머스마켓은 매주 토요일, 이른 아침에 문을 연다. 장소는 공공건물이 많은 시내의 널찍한 주차장. 7시가 되기도 전에 부지런한 농부들은 트럭에 싣고 온 자식 같은 수확물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파머스마켓을 찾는 이는 젊은이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주말의 시작인 토요일 아침이어서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오지만 젊은 부부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리고 보행이 불편한 장애 할머니도 휠체어를 타고 오기도 한다.


이곳에는 사람만 오는 게 아니다. 한 식구로 당당하게 대접을 받는 견공들도 주인과 함께 파머스마켓을 찾는다. 우리가 갔던 날도 몸집이 호랑이만한 견공이 주인을 따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다녔다.

남녀노소, 견공 가리지 않고 파머스마켓을 찾아요.
남녀노소, 견공 가리지 않고 파머스마켓을 찾아요.한나영
"와우, 엄청 크네. 저렇게 큰 개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엄마, 저 개는 커서 사람이 타도 될 것 같아."


함께 온 작은 딸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며 시장 곳곳을 훑고 다녔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이올린 연주 소리! 주위를 둘러보니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조악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는 1달러짜리 지폐가 그득했다.

파머스마켓의 또 다른 볼거리
파머스마켓의 또 다른 볼거리한나영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남자 옆에는 곤봉과 공으로 묘기를 부리는 아저씨도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옛날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직접 만들었어요. 모두 핸드메이드!
직접 만들었어요. 모두 핸드메이드!한나영
이곳에서는 집에서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도 선을 보였다. 천으로 만든 안경케이스와 동전 지갑도 보이고, 원피스와 수예품, 그리고 목걸이, 귀고리 등의 액세서리도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나와 있었다. 미국에도 솜씨 좋은 아줌마들이 많은 듯.

과일도 있고 꽃도 있어요.
과일도 있고 꽃도 있어요.한나영
파머스마켓은 과일과 야채 등의 농산물이 주요 상품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꽃과 나무 묘목을 팔러 온 사람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야말로 다양한 백화점식의 파머스마켓이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코너가 있었다. 바로 원예협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차지한 팸플릿 코너였다.

농약, 살충제 주의하세요!
농약, 살충제 주의하세요!한나영
이 코너에서는 각종 원예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농약이나 살충제에 대한 팸플릿은 다양한 종류가 비치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농약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방법' '농약에 붙은 라벨 이해하기' '농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 '농약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 등등. 농민들에게 농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안전한 농사짓기를 독려하고 있었다.

파머스마켓은 큰 장터는 아니지만 아쉬운 대로 소비자가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마침 이곳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장을 보고 있는 중년부부를 만났다.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다는 이 부부는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을 가 본 적이 있다고 했다.

2주일에 한번씩 파머스마켓을 찾는다는 빌과 호프.
2주일에 한번씩 파머스마켓을 찾는다는 빌과 호프.한나영
"얼마나 자주 파머스마켓을 찾으세요?"
"2주일에 한 번씩 와요."

"이곳은 일 년 내내 장이 서나요?"
"아니요. 5월에서 11월까지만 장이 서요."

"왜 대형 슈퍼마켓 대신 이곳을 찾는가요?"
"신선하기 때문이죠. 농장에서 바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신선해요. 값도 저렴한 편이고요. 신선하다는 게 이곳 파머스마켓의 장점이죠."


중간 상인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하는 미국의 파머스마켓. 나는 이곳에서 8달러를 주고 토마토 한 박스와 복숭아 한 봉지를 샀다. 대형 매장에서 사는 것 보다 훨씬 저렴했다.

파머스마켓은 이렇게 값이 싸고 신선하다는 게 무엇보다 큰 장점일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매력은 사람 냄새가 나고 인간미가 풍기는 시장이라는 점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파머스마켓을 이용할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이 교대로 팔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교대로 팔고 있다.한나영

덧붙이는 글 | 한나영 기자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한나영 기자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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