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각에서 내려다본 구강포김정봉
백련사에 가려면 강진읍을 벗어나 구강포를 끼고 남서쪽으로 돌아가야 한다. 구강포는 탐진강을 비롯한 아홉 골의 물길이 모여 만들어진 강진만의 다른 이름이다.
구강포의 물길이 만들어 낸 길을 따라 다산초당에서 강진읍까지 이어지는 20리길은 다산이 유배시절에 다녔던 길이다.
이 길은 20대의 다산이 서울로 가기 위해 생가(生家)가 있는 마재마을 앞의 소내섬을 건너 두미로 향하던 길이 연상되는 길이다. 다산은 구강포를 볼 때마다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형 약전을 그리워했다. 두미협은 다산이 형 약전과 함께 천주교를 처음 접하게 된 역사적 장소이고 자신과 약전 모두 이에 연루되어 유배객의 신세가 되었으니, 이 길을 걸을 때마다 그 때를 회상했음 직하다.
두미협이 팔당댐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듯이, 구강포는 거듭된 간척사업과 제방이 건설되면서 예전의 번성했던 영화는 사라지고 맛조개, 꼬막 등을 줍는 주민들과 겨울철새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소박한 곳으로 변했다.
백련사와 다산초당은 만덕산 이쪽저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구강포를 곁에 두고 있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은 산길로 걸어서 가려면 30~40분 정도 걸린다. 백련사-다산초당 고갯길은 '다산의 숲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산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답사길이 되었다.
지금은 숲길이 말끔히 정비되었다고 하나 예전엔 풀섶을 가르고 몇 군데 진흙탕에 빠져야 했다. 초당에서 백련사 길을 택하는 것이 더 걷기에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