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청동기 시대 왕궁터 '의혹투성이'

"풍수지리에 입각한 재야사학자의 가설에 놀아난 꼴" 지적

등록 2006.08.29 17:51수정 2006.08.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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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무장 관장이 범바위에 나타난 구멍들을 가리키며 조각을 위한 채석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최무장 관장이 범바위에 나타난 구멍들을 가리키며 조각을 위한 채석흔적이라고 주장했다. ⓒ 최연종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이 화순군 도곡면 신덕리에서 청동기 시대 왕궁터를 발견했다는 주장에 대해 의혹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범바위, 왕궁터를 현장 답사한 주민들도 범바위와 신덕리 왕궁터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비 전문가가 보더라도 허술한 점이 한두 가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학계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재야사학자의 가설을 화순군이 주민설명회까지 열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마저 일고 있다. 용역업체가 스핑크스에 견줄만하다고 주장하는 범바위는 자연 지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a 스핑크스에 견줄만 하다고 주장하는 화순 범바위.

스핑크스에 견줄만 하다고 주장하는 화순 범바위. ⓒ 최연종


구석기 등 고고학 분야에 권위가 있는 최무장 연천선사박물관장은 범바위 채석흔적을 보고 인위적으로 동물의 형상을 새긴 결정적 단서로 보고 있다. 바위 곳곳에 있는 큰 구멍들이 설사 청동기시대 채석흔적이라고 해도 고인돌 무덤을 만들기 위해 떼어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곳이 고인돌 채석장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 관장은 “그럴 수도 있다”는 등 다소 애매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특히 범바위에 나타난 채석흔적과 왕궁터와 연관을 짓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a 한종섭 회장이 범바위 곳곳에 있는 구멍이 채석흔적이라고 주장하며 구멍의 크기를 재고 있다.

한종섭 회장이 범바위 곳곳에 있는 구멍이 채석흔적이라고 주장하며 구멍의 크기를 재고 있다. ⓒ 최연종


화순고인돌을 발견한 이영문 교수는 범바위에 남아 있는 구멍들은 고인돌 조성과정에서 사용한 방법과는 전혀 다른 돌이 떨어진 자국에 불과하다며 이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청동기 시대에는 왕권이 존재하지 않은 것이 학계의 정설인데도 ‘왕궁터’ 발견 표현을 써가며 마치 청동기 시대에 왕권이 존재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용업업체인 건기연이 지나치게 풍수지리적으로 접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풍수지리적으로 소위 명당에 해당하는 곳을 왕궁터로 규정지은 뒤 지석천 주변에 있는 범바위 등 10여개 암벽을 왕궁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풍수지리적인 시각에서 정확한 고증 없이 눈짐작으로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풍수지리개념이 청동기시대에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a 청동기 시대 왕궁터라고 주장하는 곳. 화순군 도곡면 신덕리에 있다.

청동기 시대 왕궁터라고 주장하는 곳. 화순군 도곡면 신덕리에 있다. ⓒ 최연종


“최초의 도시국가 탄생의 근거를 도곡면 신덕리 왕궁터에서 찾았다”는 최무장 연천선사박물관장의 주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는 국가가 형성 되기 전의 부족연맹체 사회로서 도시국가라고 하지 않고 부족국가라고 하는데 이곳 왕도발견으로 최초 도시국가 탄생이라는 표현에는 오류가 있다는 설명이다.


왕궁터 좌우로 청동기 시대에 토성이 있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는 지적이다. 토성이 출현한 시기는 삼한시대 이후인데다 발굴 등 성곽전문가의 정확한 고증도 거치지 않고 토성으로 성급하게 단정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a 왕궁터 좌우 입구에 2기씩이 있다는 고인돌.

왕궁터 좌우 입구에 2기씩이 있다는 고인돌. ⓒ 최연종


해당 분야 전문가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왕궁터, 거대 조각상, 토성, 건물지 발견 등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삼한시대 마한 54개 소국중 하나인 여래비리국의 왕궁터가 신덕리 왕궁터라고 주장하면서 청동기시대와 연관시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큰 오류라는 주장이다.

관계 전문가에 따르면 비전문가인 하천용역업체가 고대 청동기시대~백제시대를 아우르는 역사 문화 분야를 조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a 왕궁터 좌우로 존재한다는 토성. 건너편 풀이 우거진 곳이다.

왕궁터 좌우로 존재한다는 토성. 건너편 풀이 우거진 곳이다. ⓒ 최연종


건기연은 청동기 시대 왕궁터 발견에 이어 도곡면 대곡리에서 소도(蘇塗) 별읍(別邑)의 흔적의 발견, 백제시대 고분발견 등에 이르기까지 하천 복원 용역을 하다 보니 역사분야까지 조사하게 됐다고 설명하지만 역사분야는 해당분야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학술연구기관 등 각계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해당분야를 조사함으로써 연구결과의 공신력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기연이 지석천변에서 발견한 역사문화유적은 특별히 새로운 게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금까지 있는 사실을 종합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 도곡면 지석천변에 있는 범바위.

도곡면 지석천변에 있는 범바위. ⓒ 최연종


용역업체가 추산한 천문학적인 예산도 난제다. 선사하천 문화단지 조성, 문화유적 보전 및 관리시설, 문화유적 탐방로 등 지석천 주변에 1단계 사업비만 493억 원으로 추정,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덕리가 왕궁터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복원을 위해서는 국비를 지원받아야 하는데 정확한 고증이 안 되면 국비지원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이번 청동기 시대 왕궁터 발견은 학계로부터 검증이 안 된 재야사학자의 가설에 입각, 예산은 물론 군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화순군이 한마디로 재야 사학자에 놀아난 꼴이라는 주장이다.

a 화순 남산 발굴결과 고려시대의 토성이 발견됐다.

화순 남산 발굴결과 고려시대의 토성이 발견됐다. ⓒ 최연종


더욱이 정확한 고증도 안 된 상태에서 추진단 구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화순군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한데다 많은 주민들을 초청해 주민설명회까지 개최한 것에 대해서도 설왕설래다.

화순군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될 수 없는 청동기 시대의 귀중한 역사문화 유적을 발견, 주민설명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a 신덕리 왕궁터 주변에서 수습됐다는 토기편.

신덕리 왕궁터 주변에서 수습됐다는 토기편. ⓒ 최연종


하지만 남산발굴 결과 토성으로 밝혀졌는데도 설명회 한 번 열지 않고 쉬쉬한 화순군이 이번에는 검증도 되지 않은 재야사학자의 가설만 믿고 주민설명회에 이어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 전문가들은 지석천 수변공원화 사업과 선사하천문화복원사업을 분리해 역사테마파크 사업은 영산강고대문화개발사업이나 고인돌공원사업 파트로 넘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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