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는 민물의 색이 바닷색과 달리 무섭다고 했다.조태용
섬진강을 바라보던 조카가 나를 불렀다.
"삼촌! 지난번 학교 토론회에서 나는 동강에 댐을 건설하면 안 된다고 했고, 다른 쪽에서는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으로 주장했는데 댐을 반대하는 쪽이 이겼어!"
"그랬어. 어떻게?"
"댐 건설로 홍수예방 효과는 미약한데 생태계 파괴는 심각하다고 주장했지. 반대쪽에서는 홍수조절과 경제발전에 대해 이야기하던데?"
"그래서?"
"동강댐이 건설된다고 해도 홍수예방 효과가 적고 경제 발전은 건설만이 아니라 관광이나 생태문화사업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이겼지."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조카 입에서 생태문화사업이라는 말이 나오자 나는 조금 놀랬다.
"생태문화사업이 뭔데?"
"생태계를 잘 보전해서 관광이나 탐방과 같은 사업을 하는 거지."
"그래 그렇게 되면 지역주민들이 잘살게 되는 거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지역주민들도 민박이나 뭐 이런 것으로 잘살게 되지 않을까?"
"동강에 사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인데 그 분들이 민박이나 탐방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기는 우리 동네도 관광지라서 사람들이 꽤 오기는 하지만 바다양식을 하지 않고 관광객만 상대해서 살기는 어렵지. 그래도 동강댐이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낳잖아 그지?"
"그래, 니 말이 맞다."
나는 조카가 어떤 논리를 통해 토론을 했는지 궁금해서 애써 댐 건설을 찬성해 봤지만 댐 건설은 고등학교 1학년 토론 시간에도 이기지 못하는 비약한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득보다 실이 많은 게 댐 건설임에도 정부와 건설업자들은 여전히 댐을 건설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도대체 이 나라에 얼마나 많은 댐을 만들어야 만족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는 이미 2만개 가까운 댐이 만들어져 있고 대형 댐만 120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댐 숫자로 세계 7위이고, 국토 면적 당 댐 밀도는 단연 세계 1위다. 그런데 매년 물난리가 나고 홍수로부터 대단히 취약한 나라다. 이미 댐으로 물난리를 막아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하기에는 미안한 숫자다. 그런데도 아직도 이들은 여기저기 호시탐탐 댐 건설을 위한 계획들을 수립하고 있다.
아이들도 공부 잘하기로 하고 용돈을 달라고 하면서 공부를 못하면 다시 손을 내밀기 미안한 법인데 매년 물난리를 막지 못하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이미 포화상태인 댐을 만든다고 손 벌리는 것도 창피한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민물은 댐을 무서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흘러가고자 하나 머물게 하는 것, 그래서 물을 감금하는 댐을 만든 인간을 향해 물은 물의 길이 아닌 인간의 마을과 길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조카가 민물을 무서워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자신들의 자유를 막는 인간들에 대한 원망이 민물에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들의 설움과 한탄 그리고 원망이 담겨 물색은 어두워지고 무서워지는 것은 아닐까? 조카는 물의 마음을 이해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수해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하고 참거래 농민장터에도 올립니다.(www.farmm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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