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집 살림은 이렇게 빠듯하지?

[재무설계로 재테크 뛰어넘기⑫] 주부, 가정 재무전문가로 거듭나기

등록 2006.09.03 11:28수정 2006.09.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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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소비라도 꼼꼼히 살펴 줄일 구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자료사진).
이유있는 소비라도 꼼꼼히 살펴 줄일 구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자료사진).오마이뉴스 김시연
[사례]전업주부인 이씨는 매달 저축 한 푼 못하는 빠듯한 살림을 산다. 평범한 직장인 남편의 월수입은 350만원. 이제 마흔을 넘긴 이씨 가족은 평균보다 높은 소득에도 저축이 안 되는 이유를 찾아봤다.

백지 위에 매달 나가는 지출 내역을 적어보고 빈 틈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도무지 줄일 구석이 없다. 세 아이 교육비로 100만원, 생활비 170만원, 교통비 30만원, 통신비 15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비정기적 가족행사비 10만원….

생각해보면 200만원 벌고도 30만원씩 저축해가며 살았던 시절이 있다. 아무리 아이들이 컸다지만 그 때보다 소득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지금 마이너스만 근근이 면하는 아슬아슬한 살림살이가 반복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생활비 170만원에 숨은 비밀

이씨는 분명 자신에게는 알뜰하지만 가족을 위해 이유있는 소비를 한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가족 모두 함께 외식 한 끼를 먹는다. 대형마트 쇼핑이 일상화되어 있고, 아이들 교육비는 남들보다 넘치게는 못 시켜도 뒤지게 하고 싶지도 않다.

먹는 것에는 아끼고 싶지 않고, 내 가족이 초라하게 보이는 것이 싫어 아이들 옷값과 남편의 옷값에도 적당히 돈을 쓴다. 그렇게 자신보다는 가족들을 위해 쓰는 경우가 많은 이씨지만 가끔 사치도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화장품과 미용실에는 또 과감하다.

결국 생활비 내역 가운데 식비·외식비·생활용품비·의류비 등에서 조금씩 과지출되고 있다. 아이들 교육비도 돌아보면 사교육 많이 시키지 않겠다던 출산 전 자기원칙을 깨고 월급이 늘어날 때마다 아이들 학원가방 한 개씩이 늘어난 셈이 됐다. 여러 항목에서 조금씩 새는 돈이 모여 생활비에서만 월 50만원을 초과지출했다.

생각을 바꿔 여러 항목에서 조금씩 줄여보기로 했다. 식비와 외식비는 합해서 70만원 이내, 의류비와 각종 생활용품비는 20만원 정도로 묶으니 그외 공과금까지 다 내고도 120만원이면 좀 빠듯하긴 해도 문제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로 매주 단위 예산범위 내에서 소비하는 습관을 갖기로 했다.


더불어 아이들 교육비도 불필요한 학습지 한두 개씩 줄이기로 하니까 30만 원은 줄어든다. 이제 나머지 80만 원을 저축에 묶기만 하면 된다.

가정주부도 재무전문가로 변신할 때


기업에는 CEO만큼 재무전문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벌어들인 돈을 잘 관리해서 합리적으로 지출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예산을 잡는 역할이 기업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가정을 100년 재무계획을 가져야 하는 기업에 비유할 수 있다. 100세까지는 예측하고 살아야 할 만큼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동안 지출은 다양한 형태로 반드시 진행된다. 그러나 소득은 40년 정도를 넘기면 불안해질 수 있다. 당연히 그 어떤 기업의 재무전문가보다 치밀한 재정 운영을 해야 한다.

그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작 이런저런 항목 나열해 놓고 지출 줄이는 것부터 해야 하나? 돈없는 사람에게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서운해 할 필요 없다. 당장 지출을 자유롭게 놔둔다고 가정의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미래에 대한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사소한 지출까지 합리적인 예산에 따라 의사결정하는 것, 게다가 그런 일련의 과정을 직업의식만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훨씬 사람을 고무시킨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가정의 재무건전성도 소득(매출) 대비 합리적인 지출(비용) 구조, 자산 대비 부채 상황에서 출발한다. 이런 기본적인 재무건전성 확립을 위해 가정 소비 주체인 여성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일부 여성들의 재테크 성공담은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낳았다. 사진은 경기지역 한 부동산중개업소.(자료사진)
일부 여성들의 재테크 성공담은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낳았다. 사진은 경기지역 한 부동산중개업소.(자료사진)오마이뉴스 남소연
재테크 귀재가 돼야 남편과 가족이 성공한다?

어느 여성지에 등장하는 성공한 주부이야기처럼 잘 나가는 동네 부동산 중개소에 간식 나르고 떡 날라 줘가며 부동산 재테크에 성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어려운 금융상품 공부하느라 며칠씩 이해하기 어려운 재테크 책을 끼고 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전 시대 어머니들이라면 일상적으로 했을 법한 재정 운영이면 충분하다. 즉, 돈 모으는 것에 욕심내고 지출에는 치열해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전 어머니들보다 좀더 세련되게 해보자. 가족들과 현재의 재정상황을 공유하며 가족들 인생 전반에 걸친 재무계획을 이야기해 보고, 그리고 나서 매달 목표대로 지출하고 저축하고 있는지 평가해 보는 것이다.

그 시간의 진행자는 주부가 제격이다. 아이들의 용돈 관리를 평가하고 가족 전체의 소비 현황을 공유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매주 외식과 쇼핑을 위해 함께 보낸 시간보다 훨씬 행복해 질 수 있다.

남편이나 아이들의 잘못된 씀씀이에 대한 막연한 불평과 잔소리를 하지 말고 합리적인 지적과 개선 방법 제시가 필요하다. 더불어 자신의 잘못된 소비지출 습관도 함께 반성하면 더욱 좋다. 그 다음 어려운 금융상품 운용이나 투자 계획은 전문가를 잘 골라 활용하는 게 낫다.

점점 여성들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 수준이 높아져 '된장녀' 논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20대 된장녀는 아니더라도 여성들의 소비지출에 대한 긴장감은 대단히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자녀에 대해서만큼은 다소 무리한 지출도 경쟁적으로 감행한다.

더불어 최근 재테크 바람 끝무렵 등장한 여성들의 재테크 성공담은 아파트 가격담합 등에 불필요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렇게 건전하지 못한 성공, 결국은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존경받기 어려운 성공에 쏟을 에너지를 합리적인 가정 재무전문가 되기로 돌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돈에 대한 건강한 가치의식을 밑바탕으로 가정의 리더로 멋지게 자리매김한다면 '재테크 귀재'보다 더 존경받는 아내,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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