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소비라도 꼼꼼히 살펴 줄일 구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자료사진).오마이뉴스 김시연
[사례]전업주부인 이씨는 매달 저축 한 푼 못하는 빠듯한 살림을 산다. 평범한 직장인 남편의 월수입은 350만원. 이제 마흔을 넘긴 이씨 가족은 평균보다 높은 소득에도 저축이 안 되는 이유를 찾아봤다.
백지 위에 매달 나가는 지출 내역을 적어보고 빈 틈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도무지 줄일 구석이 없다. 세 아이 교육비로 100만원, 생활비 170만원, 교통비 30만원, 통신비 15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비정기적 가족행사비 10만원….
생각해보면 200만원 벌고도 30만원씩 저축해가며 살았던 시절이 있다. 아무리 아이들이 컸다지만 그 때보다 소득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지금 마이너스만 근근이 면하는 아슬아슬한 살림살이가 반복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생활비 170만원에 숨은 비밀
이씨는 분명 자신에게는 알뜰하지만 가족을 위해 이유있는 소비를 한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가족 모두 함께 외식 한 끼를 먹는다. 대형마트 쇼핑이 일상화되어 있고, 아이들 교육비는 남들보다 넘치게는 못 시켜도 뒤지게 하고 싶지도 않다.
먹는 것에는 아끼고 싶지 않고, 내 가족이 초라하게 보이는 것이 싫어 아이들 옷값과 남편의 옷값에도 적당히 돈을 쓴다. 그렇게 자신보다는 가족들을 위해 쓰는 경우가 많은 이씨지만 가끔 사치도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화장품과 미용실에는 또 과감하다.
결국 생활비 내역 가운데 식비·외식비·생활용품비·의류비 등에서 조금씩 과지출되고 있다. 아이들 교육비도 돌아보면 사교육 많이 시키지 않겠다던 출산 전 자기원칙을 깨고 월급이 늘어날 때마다 아이들 학원가방 한 개씩이 늘어난 셈이 됐다. 여러 항목에서 조금씩 새는 돈이 모여 생활비에서만 월 50만원을 초과지출했다.
생각을 바꿔 여러 항목에서 조금씩 줄여보기로 했다. 식비와 외식비는 합해서 70만원 이내, 의류비와 각종 생활용품비는 20만원 정도로 묶으니 그외 공과금까지 다 내고도 120만원이면 좀 빠듯하긴 해도 문제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로 매주 단위 예산범위 내에서 소비하는 습관을 갖기로 했다.
더불어 아이들 교육비도 불필요한 학습지 한두 개씩 줄이기로 하니까 30만 원은 줄어든다. 이제 나머지 80만 원을 저축에 묶기만 하면 된다.
가정주부도 재무전문가로 변신할 때
기업에는 CEO만큼 재무전문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벌어들인 돈을 잘 관리해서 합리적으로 지출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예산을 잡는 역할이 기업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가정을 100년 재무계획을 가져야 하는 기업에 비유할 수 있다. 100세까지는 예측하고 살아야 할 만큼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동안 지출은 다양한 형태로 반드시 진행된다. 그러나 소득은 40년 정도를 넘기면 불안해질 수 있다. 당연히 그 어떤 기업의 재무전문가보다 치밀한 재정 운영을 해야 한다.
그 시작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작 이런저런 항목 나열해 놓고 지출 줄이는 것부터 해야 하나? 돈없는 사람에게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서운해 할 필요 없다. 당장 지출을 자유롭게 놔둔다고 가정의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미래에 대한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사소한 지출까지 합리적인 예산에 따라 의사결정하는 것, 게다가 그런 일련의 과정을 직업의식만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훨씬 사람을 고무시킨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가정의 재무건전성도 소득(매출) 대비 합리적인 지출(비용) 구조, 자산 대비 부채 상황에서 출발한다. 이런 기본적인 재무건전성 확립을 위해 가정 소비 주체인 여성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