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론' 믿었다 30년 뒤 거덜날라

[재무설계로 재테크 뛰어넘기⑬] '장기대출 내집마련'의 세 가지 함정

등록 2006.09.08 09:14수정 2006.09.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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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모기지론).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모기지론). ⓒ 한국주택금융공사

[사례] 30대 중반 대기업 회사원 강아무개씨는 아내의 성화로 최근 광진구에 있는 28평 아파트를 4억2000만원에 구입했다. 그동안 맞벌이를 하며 열심히 저축해서 2억4000만원(전세금 포함)이라는, 나름대로 큰돈을 모았다. 그러나 여전히 1억8000만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정말 큰맘 먹고 대출을 끼고 '저지르기'로 했다.

당장 나가는 돈이 너무 많으면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어 최대한 월 부담액을 줄이려고 30년 만기 모기지론을 받아서 해결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일단 저지르고 열심히 갚으면 집 하나는 남는다고들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집 장만을 못할 것이라는 말에 '그래 맞아' 하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이사 다니기도 싫고 집을 잘 꾸미고 살고 싶다고 매일 집을 사자고 조르는 아내 등쌀에 못 이겨, 고정금리 6.55%, 3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모기지론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구입한 상태에서 상담을 받았다. 대단히 보수적인 강씨는 내심 30년 부채상환 때문에 밤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잘한 결정일까?

① 직장 생활,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을까?

강씨 가족은 30년 동안 매월 114만 3648원씩 360개월 동안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30년 동안 모두 내야 하는 이자만도 총 2억3000여만원이다. 지금은 맞벌이를 하여 두 부부의 월소득이 550만원 정도 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과연 강씨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 일반적인 회사원들이 대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는 나이는 대략 40대 중후반이지 않은가.

또 무역회사에 다니는 부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맞벌이를 지속할 수 있는가도 고민이다. 그리고 아이 2명이 커가면서 드는 교육비와 생활비를 감안할 때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직장생활을 중단할 경우 과연 월 110여만원을 원리금으로 상환하는 것이 가능할까?

강씨가 원리금을 더 이상 내지 못할 경우 어떠한 일이 발생할 것인가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처음에 연체를 반복하다가 결국 은행 채권회수팀 독촉에 매일 시달리게 되고, 끝내 집이 경매로 넘어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아파트를 매각당하여, 대출금을 뺀 나머지 푼돈만 손에 쥐게 될 공산이 크다.

장기 모기지론은 처음에는 월 불입액의 85% 정도를 이자로 내는 수준이기 때문에 10년 동안 열심히 원리금을 상환하였더라도 대략 1억5000여만원의 원금을 갚아야 한다. 10년 뒤 원리금을 내지 못해 시세의 60~80% 선에 집이 매각될 경우 고율의 연체이자를 물고, 대출금 잔액 1억5000여만원을 제하고 나면 내 손에 남는 돈은 처음 투자금보다도 적을 수 있다.


② 집값이 오르면 되잖아!

상담 중 강씨는 만일 그런 최악의 경우가 오더라도 집값이 오른다면 처음 투자한 것보다는 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물론 과거처럼 집값이 상승한다면, 최악의 경우라도 처음 투자한 것보다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10년 후에 집값이 오를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주택가격에 대한 장기 전망을 이야기할 때는 흔히 인구통계학을 참고로 한다. 지금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집값이 정부의 온갖 고강도 대책에도 주요 지역은 상승해왔지만, 수요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때 집값이 계속 오르리라는 것을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현재의 30, 40대는 전형적인 전후 베이비붐 세대로 인구가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다. 더불어 자본주의 고등교육을 대중적으로 받은 첫 세대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전쟁세대인 부모에게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집요한 교육도 받은 세대다 보니 부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특히 불안정한 주거환경을 경험하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집 소유욕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강하다. 또 한창 고도성장을 겪으며 땅과 집으로 일확천금을 거머쥔 이른바 벼락부자를 눈으로 확인하며 자란 세대. 당연히 주거공간에 가치 이상의 비용을 과감히 지불하면서까지 집을 소유하려 한다.

그러나 2018년경에는 집에 집착하는 지금 세대들은 대부분 은퇴하게 되고 그 세대보다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세대가 그 집을 받아 사야 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절대적으로 인구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주택 수가 유지된다면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을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아파트 평당 가격이 자신의 연봉 수준인데도 집을 사려는 지금 세대의 의식이 그 세대에게도 유효할지 상식선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흐름의 시나리오라면 당연히 집값 폭락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30년의 긴 세월, 은퇴 이후까지 모기지를 갚아나갈 때, 어떤 후회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a 서초구의 한 상호저축은행에서 내건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자료사진)

서초구의 한 상호저축은행에서 내건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연기


③ 장기대출 내집마련에 따르는 3가지 위험

강씨의 경우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지만,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 때는 조건을 유심히 잘 살펴야 한다.

자칫 초기 6개월 또는 1년 동안은 타 금융사보다 대출 이율을 적게 보이게 한 후 6개월, 1년 후의 이율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더 높은 미끼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을 선택할 위험도 있다. 막상 중도해지하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고 싶어도 1~2%나 하는 중도해지 수수료 때문에 눈 뜨고 당하는 수밖에 없다.

소득공제도 15년 이상 장기 대출 상품을 선택해야 하고 공시지가가 3억이 넘는 주택은 해당 사항이 없다. 그리고 원금과 이자에 대해 소득 공제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자에 대해서만 소득 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소득 공제의 효과는 미미해진다.

또 '레버리지 효과' 운운하면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며 적당한 시점에 팔아 빚 갚고 차익 실현하면 되지, 하는 이야기도 흔하다. 온갖 유혹으로 넘쳐나는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들 속에서 우리가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강씨에게는 집을 다시 팔라고 했다. 부채를 너무 많이 지고 주택을 구입한 것이 가장 큰 위험이고, 미래 맞벌이 환경의 변화에 다른 현금흐름의 불안정성이 두 번째 위험이며, 30년 동안 110여만원씩 계속 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만일 못 내면 오른 집값으로 막연히 어떻게 되겠지 하는 가정하에 그 집을 산 것이 또한 커다란 위험이다.

그리고 다 내더라도 30년 후 그 집의 가치가 30년 동안 허리띠 졸라매고 원리금을 불입할 만한 가치를 가지겠느냐,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차라리 착실히 더 저축하여 구입 시기가 더 늦추어지더라도 부채비율을 최소화하여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

과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요즘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30년이면 수십 번 강산이 변하리라. 그 변화가 나에게 역방향으로 몰려 온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모기지론(보금자리론): 아파트 등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 10년 이상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 지렛대 효과):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 금리비용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논리.

덧붙이는 글 ※모기지론(보금자리론): 아파트 등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 10년 이상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 지렛대 효과):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 금리비용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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