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중복문서로 보조금 '꿀꺽'

구리·남양주시 공고문에 같은 동물사진... 문서조작 의혹 일어

등록 2006.09.01 08:55수정 2006.09.0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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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랑실천협회가 구리시와 남양주시에 각각 보낸 공고문. 같은 개 사진에 포획장소와 날짜만 다르게 나와 있다. 현재까지 모두 26건에 달하는 중복사진게재 공고문이 밝혀졌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구리시와 남양주시에 각각 보낸 공고문. 같은 개 사진에 포획장소와 날짜만 다르게 나와 있다. 현재까지 모두 26건에 달하는 중복사진게재 공고문이 밝혀졌다.오마이뉴스 안홍기
지난 2005년부터 경기도 구리시와 남양주시로부터 유기동물 보호와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한 민간 동물보호단체가 문서를 조작해 보조금(위탁비)을 편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단체는 지난 2002년 결성된 '동물사랑실천협회(대표 박소연)'로 2006년 8월 현재 약 3만1000여명이 회원 및 후원자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회원 규모로만 따진다면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이 단체는 올해 서울에서 대규모 동물사랑문화제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또 개고기식용반대운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민간단체다.

30일 구리시와 남양주시에 따르면, 이 단체가 유기동물 보호와 관리 근거로 제출한 문서 중 일부분이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유기동물 사진 한 장으로 두 종류의 서류를 만들어 구리시와 남양주시에 각각 제출한 뒤 보조금을 이중으로 받았다는 얘기다.

이 단체가 2005년 이후 두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모두 1억1300여만원. 구리시는 약 3530여만원을, 남양주시는 약 7500여만원을 보조했다.

개 한 마리가 구리와 남양주시에서 각각 유기?

현행 동물보호법 제7조와 경기도유기동물보호조치에관한조례 제3조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유기동물 보호와 관리업무를 민간단체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경기도조례 제7조에 의해 해당 지자체는 보호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조할 수 있다. 다만 위탁업체와 지자체는 유기동물을 발견했을 경우 그 동물의 관리자나 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구리시와 남양주시는 동물사랑실천협회와 위탁계약을 맺고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는 근거로 동물의 사진과 발견 장소·특징 등을 담은 문서를 해당 지자체에 넘겨 보조금을 받아 왔다.


구리시와 남양주시는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넘겨받은 문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했다. 또 유기동물 1마리당 1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 두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고된 일부 유기동물 사진이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5년 유기동물에 관한 구리시 공고문(537호)에 올라있는 말티즈 개의 경우, 같은 해 7월 29일 장자못공원 내에서 발견된 것으로 돼 있다. 반면 올해 남양주시 공고(245호)에는 똑같은 사진의 개가 2월 11일 화도읍 금남리 전원주택 단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나와있다.


또 올해 5월 15일 구리시가 공고한 유기동물 시츄는 지난 4월 25일 수택동 동물병원 근처에서 발견된 것으로 돼 있지만, 남양주시에는 지난 3월 18일 화도읍 창현리에서 포획된 유기동물 사진으로 공고돼 있다.

이처럼 같은 사진을 두 지자체에 번갈아가며 다른 동물처럼 올린 문서는 현재 밝혀진 것만 해도 26건에 이른다.

이 때문에 동물사랑실천협회가 보조금을 타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년새 서로 다른 지자체 공고문 20여장에 동물사진이 중복게재된 것을 단순 착오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남양주시에 보낸 공고문. 사진 날짜는 2005년 7월 29일로 돼 있지만, 공고문에는 2006년 2월 11일 포획된 것으로 돼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남양주시에 보낸 공고문. 사진 날짜는 2005년 7월 29일로 돼 있지만, 공고문에는 2006년 2월 11일 포획된 것으로 돼 있다.오마이뉴스 안홍기
박 대표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다보니 실수했을 뿐"

해당 지자체는 최근에야 문서 조작 의혹을 제보받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리시와 남양주시는 같은 사진의 동물이 공고된 사실을 확인하고 박소연 대표를 불러 경위를 파악했다. 박 대표는 두 곳 지자체 시청 담당자들을 만나 "자원봉사자들로만 단체를 운영하다보니 행정적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올해 수해 등으로 인해 워낙 경황없이 보내다보니 사진이 중복된 것을 몰랐다"며 단순 실수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복게재된 동물사진에 대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일이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동물사진의 날짜와 문서 날짜가 다른 것이 일부러 문서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진 날짜와 문서 날짜가 다른 것은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실수"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사진은 각도만 조금 다르게 찍어도 충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며 "문서를 조작하려 했다면 날짜까지 박힌 같은 사진을 실었겠냐"고 반문했다.

구리시와 남양주시는 조사를 거쳐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계약파기와 보조금 환수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고의성이 발견될 경우 공무집행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구리시청 관계자는 "조사 결과 문서 조작이 드러나면 계약파기와 보조금 환수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주시청 관계자도 "계약파기 등 행정적 조치 이외에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동물사랑실천협회 전 회원 박아무개(55)씨는 지난 25일 박 대표 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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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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