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사랑실천협회가 구리시와 남양주시에 각각 보낸 공고문. 같은 개 사진에 포획장소와 날짜만 다르게 나와 있다. 현재까지 모두 26건에 달하는 중복사진게재 공고문이 밝혀졌다.오마이뉴스 안홍기
지난 2005년부터 경기도 구리시와 남양주시로부터 유기동물 보호와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한 민간 동물보호단체가 문서를 조작해 보조금(위탁비)을 편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단체는 지난 2002년 결성된 '동물사랑실천협회(대표 박소연)'로 2006년 8월 현재 약 3만1000여명이 회원 및 후원자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회원 규모로만 따진다면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이 단체는 올해 서울에서 대규모 동물사랑문화제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또 개고기식용반대운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민간단체다.
30일 구리시와 남양주시에 따르면, 이 단체가 유기동물 보호와 관리 근거로 제출한 문서 중 일부분이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유기동물 사진 한 장으로 두 종류의 서류를 만들어 구리시와 남양주시에 각각 제출한 뒤 보조금을 이중으로 받았다는 얘기다.
이 단체가 2005년 이후 두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모두 1억1300여만원. 구리시는 약 3530여만원을, 남양주시는 약 7500여만원을 보조했다.
개 한 마리가 구리와 남양주시에서 각각 유기?
현행 동물보호법 제7조와 경기도유기동물보호조치에관한조례 제3조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유기동물 보호와 관리업무를 민간단체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경기도조례 제7조에 의해 해당 지자체는 보호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조할 수 있다. 다만 위탁업체와 지자체는 유기동물을 발견했을 경우 그 동물의 관리자나 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구리시와 남양주시는 동물사랑실천협회와 위탁계약을 맺고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는 근거로 동물의 사진과 발견 장소·특징 등을 담은 문서를 해당 지자체에 넘겨 보조금을 받아 왔다.
구리시와 남양주시는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넘겨받은 문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했다. 또 유기동물 1마리당 1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 두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고된 일부 유기동물 사진이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5년 유기동물에 관한 구리시 공고문(537호)에 올라있는 말티즈 개의 경우, 같은 해 7월 29일 장자못공원 내에서 발견된 것으로 돼 있다. 반면 올해 남양주시 공고(245호)에는 똑같은 사진의 개가 2월 11일 화도읍 금남리 전원주택 단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나와있다.
또 올해 5월 15일 구리시가 공고한 유기동물 시츄는 지난 4월 25일 수택동 동물병원 근처에서 발견된 것으로 돼 있지만, 남양주시에는 지난 3월 18일 화도읍 창현리에서 포획된 유기동물 사진으로 공고돼 있다.
이처럼 같은 사진을 두 지자체에 번갈아가며 다른 동물처럼 올린 문서는 현재 밝혀진 것만 해도 26건에 이른다.
이 때문에 동물사랑실천협회가 보조금을 타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년새 서로 다른 지자체 공고문 20여장에 동물사진이 중복게재된 것을 단순 착오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