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종업원이면 '도박방조죄'?

경찰이 내건 단속현수막 보고 국가폭력을 생각하다

등록 2006.09.06 12:12수정 2006.09.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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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다이야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 돈 냄새는 풀풀 풍기고, 정부는 발뺌하려고 발버둥치고, 여야 정치권은 서로 네 탓 타령만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그저 기가 차고 분노만 일 뿐입니다.


이 와중에 피해보는 건 언제나 국민이죠. 이 게임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어 가정이 파탄되고 다니던 직장에서까지 쫓겨났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더군요. 보도에 따르면 이 바다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공중에 날린 돈이 6조원도 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던데.

물론 도박 게임에 정신을 못 차리고 가정파탄에 직장까지 잃을 정도로 도박게임에 몰두했다면 변명의 여지없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근데요, 이게 그 사람들만의 잘못인가요?

사실 온 국민의 도박의 장으로 달콤하게 유혹한 게 누구입니까? 정부와 정치권, 게임업자들이 아닙니까? 게임업자는 서민 주머니 빼낼 생각에 가장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게임도박을 계획했고, 정부와 정치권은 뇌물 등을 받으면서 이를 묵인한 거 아닙니까?

게임도박을 한 사람도 잘못이겠지만 잘못을 저지르라고 부추긴 근본적 원인 제공자는 분명히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비리 정부와 비리 국회의원, 비리 게임업자 등에 있습니다. 그들부터 죄를 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오늘 거리를 지나다 경찰서에서 걸은 현수막을 보았는데,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화가 나기도 하고요.


a 정부가 허가해 놓고 이제와서 공권력을 동원해 게임업주와 국민을 단속하겠다니, 더구나 먹고 살려고 취업한 게임업체 종업원이 무슨 죄라고 '도박방조'라는 죄목을 들어 처벌하려하는 겁니까.

정부가 허가해 놓고 이제와서 공권력을 동원해 게임업주와 국민을 단속하겠다니, 더구나 먹고 살려고 취업한 게임업체 종업원이 무슨 죄라고 '도박방조'라는 죄목을 들어 처벌하려하는 겁니까. ⓒ 장희용

사진에서 보았듯이 현수막에는 '가정을 파괴하는 PC 도박 그래도 하시겠습니까?'라고 써 놓고는 오는 10월 28일까지 집중단속을 한다고 써 있습니다. 단속대상은 '도박개장 죄'로 '업주'를 단속하고 '도박방조 죄'로 '종업원'을, '도박행위'로 '손님'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현수막입니다.

도박, 당연히 하지 말아야죠. 근데 웃기지 않습니까? 단속대상으로 도박개장 죄로 업주를 단속하겠다고 하는데, 물론 업주들도 돈을 벌려고 한 행위이기 때문에 단속을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정당하지만, 그들을 단속한다는 엄포에 앞서 도박개장 죄는 정부나 정치권에 있습니다.


단속하고 죄를 물으려면 그쪽부터 죄를 물어야 순서 아닌지요? 뇌물 받고 다 허가해주고 나서는 이제 와서 도박개장 죄를 묻는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네요.

더 웃긴 건 '종업원'을 도박방조 죄로 단속한다는 겁니다. 잘못이 있다면 도박게임 허가해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돈 벌려는 욕심에 뇌물을 건넨 게임업체에 있지, 먹고 살려고 취업한 종업원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도박방조'라는 거창한 죄목을 씌우려 하는 건지. 이건 분명 힘없는 사람에 대한 국가 폭력입니다.

국민이 국가에게 부여한 그 권한은 이렇게 국민을 향해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툭하면 무력 진압하고 국민 협박하는데 쓰는 공권력, 제발 저 높디높은 곳에서 세상을 조롱하며 사는,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서'라고 떠들어 대는 그 양반들한테 좀 휘둘러보시지요. 국민들은 그런 공권력을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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