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세종도 사대모화주의자와 싸웠다"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 진보·보수세력 동시 비판

등록 2006.09.07 11:58수정 2006.09.07 15:30
0
원고료로 응원
a

ⓒ 청와대

이병완(사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논란에 대해서는 보수세력을, 한미FTA 논란에 대해서는 진보세력을 맹비판했다. 기업 경영인들의 모임인 (사)인간개발연구원(회장 장만기)이 7일 아침 7시 조선호텔에서 연 '참여정부, 걸어온 길'이라는 주제 조찬강연에서다.

이 실장은 최근에 한글창제과정을 담은 팩션(fact+fiction)소설 '뿌리깊은 나무'를 재미있게 읽었다며, 세종대왕에 대한 언급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 실장은 "이 소설이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이 최만리 등 사대모화주의자들의 엄청난 방해를 뚫고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을 팩션장르를 통해 잘 표현했다"면서 "소설뿐 아니라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사대모화 학자들과 세종의 자주노선을 따르는 집현전 학사들과의 갈등 대립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세종 때 조선 자체 역법인 칠정산을 만들고 단군사당 건립해 제사를 지낸 것도 조선이 천자가 분봉한 나라가 아니라는 아이덴티티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그렇다고 세종이 꼭 자주론자였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며 "명나라가 당시로서는 엄청난 물량인 말 1만필과 소 1만두 그리고 공녀를 요청할 때 눈물을 머금고 보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압록강-두만강의 경계선을 확보했고, 우리 역사상 유일한 일본 정벌인 대마도 정벌을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전작권 문제에 대해 세종 때의 상황을 빗대면서, 노 정권이 '현실적인 자주노선'을 걷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양 극단세력, 많으면 1000명 적게 잡으면 100명 정도"

이 실장은 "참여정부에 대한 시각이 극단적인데, 양 극단은 각각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며 "많으면 1000명 적게 잡으면 100명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계속해서 "이런 상황을 빗대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신자유주의'라는 농담을 한 건데, 그걸 대문짝만하게 썼다"며 "합리적 중도, 합리적 통합이라는 게 발붙일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작권 환수에 대한 당위성과 1987년 때부터의 과정을 설명한 뒤, "전작권 환수는 참여정부의 2007년 대선을 위한 계획"이라는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면서, "내년 대선까지 이 문제 끌고 가서, 보수수구세력이 똘똘 뭉쳐서 정권을 되찾자는 것이 음모론의 본질"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의총에서 전작권 환수 반대결의안을 통과시키려다 내부 논란과 정족수 미달로 실패하자, 한 신문이 1면으로 이런 야당이 있느냐고 대갈하자, 다음 날 바로 통과시켰다"면서 "또 몇몇 언론이 2020년까지 국방비 총액인 621조원을 전작권 환수비용이라고 호도하면서 야당을 부추기는 것이 현재의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계속해서 일부 언론의 일부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사설 쓰는 '사설식 기사'라고 맹공했다. 또, 정파적 이익에 따른 기사만 생산한다면 이건 언론이 아니라 기관지나 사보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자협회가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언론 영향력과 신뢰도조사에서 신뢰하는 언론사가 없다는 응답이 45%였고, 메이저 신문사 3곳의 신뢰도가 <한겨레> 한 곳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비서실장 앞에 두고 통박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

이어 한미FTA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세력을 비판했다. 그는 "이 협상에 대한 바이러스 같은 표현이 하나 있는데,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것이다, 매국노가 나라 팔아먹는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표현이 퍼지고 멕시코가 어떻더라는 방송이 나가고 나니까 분위기가 험악해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FTA는 최대시장과 손을 잡고 테이크오프하자는 것으로 마지막 개방일 수 있다"며, "개방 안 한 나라는 다 망했다, 북한 보면 아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의 열정적인 강의와는 달리 강연 끝무렵에는 전작권과 남북문제, 현정권과 언론과의 관계, 바다이야기 파문 등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과 의견발표가 이어졌다.

이 실장은 이에 대해 "요즘 청문회 불려 다니는데 청문회보다 더 무섭다, 이런 말씀 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여기 왔다(웃음)"면서 "대통령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을 앞에 두고 맹렬하게 통박할 수 있는 이런 사회가 좋은 것"이라고 받았다. 그러면서 "도덕적으로 피폐하지 않은 정권, 역사의 다리가 된 정권, 그래서 다음 정권은 더 나아가는 정권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 저희들의 각오"라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2. 2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3. 3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4. 4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5. 5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