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의 모양이 동정키가 된다.김민수
그 논에도 보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는 꽃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벼말고는 다 잡초였을 뿐이다. 피살이를 하면서도 물달개비나 보풀을 뽑아내면서도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얼핏 기억을 해보아도 무수하게 뽑혀져 논두렁에서 말라가던 보풀과 벗풀, 물달개비가 말라가는 흙을 붙잡고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피어났던 아련한 기억이 있다. 그것을 보면서도 그들의 삶의 끈기나 아름다움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이름에도 관심이 없었지만 그들이 논에 존재한다는 것이 귀찮게만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던 사람이 이제는 혹시나 그들이 피어 있을까 논두렁을 걷는다. 부지런한 농부의 논에서는 만날 수 없는 꽃, 조금은 게으른(?) 농부의 논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