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우도를 아시나요

숨겨진 비경에다 클라이밍 명소까지... 설운장군 당산제와 염소몰이 행사도 이채

등록 2006.09.08 12:00수정 2006.09.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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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우도 가는 배에서. ⓒ 강석인

지난 2일, 때늦은 휴가를 얻어 세 가족이 남해의 작은 섬 수우도(경남 통영시 사량면)를 찾았다. 육지에서 30여분 정도 걸리는데, 선착장까지 마중 나온 민박집 주인 김평식씨의 배려로 정기 여객선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섬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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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 전경. ⓒ 강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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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남쪽에 있는 해안 등대. ⓒ 강석인


포구로 향하다가 "나선 김에 섬 구경이나 하자"며 뱃머리를 돌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다. 섬의 남쪽 해안 끝자락에서 무인 등대가 뱃길을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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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바위. ⓒ 강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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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똑섬 야외음악당. ⓒ 강석인


밀려오는 파도와 해풍을 막아선 암벽은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이방인의 눈을 즐겁게 하는 암벽이었다. 파도에 씻기고 파인 바위 형상이 해골을 연상케 한다는 해골바위, 섬에서 따로 떨어져 나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딴똑섬이 눈에 들어왔다. 둥근 바위지붕 아래 있는 갈매기, 파도소리가 오케스트라로 들리는 야외음악당, 고래 바위 등 기기묘묘한 풍경을 감상하는 동안 30여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경찰 초소를 민박집으로 개조한 방에 여장을 풀고 방파제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면 아래 망상어와 자리돔이 떼를 지어 먹이를 찾고, 어른 팔뚝만한 큰 물고기가 유영하며 어슬렁거리지만 먹이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옆자리 낚시꾼은 20~30cm 정도 되는 중치급 감성돔을 잘도 걷어 올린다. 그렇지만 손맛이 좋지 않더라도, 이렇게 조용한 포구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황금빛 노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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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식사. ⓒ 강석인


민박집 주인 내외분이 준비한 저녁상엔 적당히 삶은 돌문어와 회가 넘쳐났다. 마당에서 심은 풋고추랑 야채가 싱싱함을 더해줬다. 네 자녀를 모두 대학 졸업시켜 뭍으로 내 보내고 두 분이 오순도순 섬을 지키며 살고 있다. 산 너머 물 길러 다니던 고생담 등 지난 역정이 소주잔에 녹아들 즈음 가끔씩 들리던 배 엔진 소리도 사라지고 선착장의 가로등불만 수면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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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잡이. ⓒ 강석인


포구의 이른 아침 풍경엔 생동감이 넘쳤다.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 위로 숭어들이 여기저기서 펄쩍펄쩍 뛰어 오르고,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은빛 전어는 올 가을 풍어를 예고했다. 언덕에 오르니 종족 번식을 위해 산에 올라온 게가 수풀 속으로 몸을 숨기고, 해풍을 견뎌야 하는 야생화가 키를 낮추며 꼿꼿이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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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가. ⓒ 강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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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밭 선착장. ⓒ 강석인

멀리 초원에 묻힌 빈가는 바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몽돌해수욕장과 선착장을 잇는 다리엔 피서객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잡초 무성한 수우분교 운동장을 거닐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갔다. 물개, 숭어 등 화단에 설치한 교재는 수풀에 가려 있고 잠긴 교실 창문을 열면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쳐나올 것 만 같았다.

산책을 마치고 민박집에 들르니 방금 건져 올린 펄떡이는 전어를 썰고 구워 차린 아침상이 놓여 있었다. 풍성하다. 접시에 수북한 회를 제쳐두고 자잘하게 부순 전어 머리만 열심히 먹기가 꺼림칙했지만, 그래도 전어를 한 점 입에 넣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감쳤다. "가을전어는 깨가 서 말"이란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수우도 사람들은 매년 음력 10월 설운장군 당산제와 겨울철 염소몰이 행사를 치fms다.

설운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도술을 부린 반인반어(半人半魚)였다고 한다.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를 무찌르고 양곡을 뺏어 사람들에게 나눠줘 추앙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선을 괴롭히는 괴물로 오해받은 설운은 관군의 손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설운이 죽자 왜구는 다시 이 섬을 노략질하기 시작했으며 관에서도 한동안 이를 막지 못해 피해가 극심했다고 한다. 이에 섬사람들은 설운의 원혼 위로, 왜구를 무찔러달라는 바람, 풍어를 비는 마음을 담아 지금까지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또 겨울철에 마을 사람들은 수백 마리나 되는 야생 염소를 잡기 위해 꽹과리 등을 두들기며 염소를 한곳으로 몰아넣고 그물로 포획한다.

염소몰이 행사에서 사람들은 먼저 수컷 염소대장을 찾아내 죽인다. 염소대장을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그 해의 포획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염소대장의 일사불란한 지휘에 따라 포획망에서 잘 벗어나던 염소들도 대장이 잡히면 갈팡질팡하다가 잡힌다. 마을 사람들은 새끼 밴 염소를 반드시 놓아 주어 내년을 기약한다. 공동으로 포획한 염소를 경매해 사람들이 나눠 갖는데, 수입도 짭짤할 뿐 아니라 섬사람들이 일 년 중 육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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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코스인 신선바위. ⓒ 강석인

최근엔 이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딴똑섬 앞 신선바위와 고래바위 일대가 록클라이밍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동호인들도 자주 찾는다. 2일에도 전국에서 20여명의 클라이머들이 섬에서 등반을 즐기고 있었다. 창원에 거주하는 류재경씨를 비롯한 클라이머들이 난이도가 다양한 코스 20여곳을 개척해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등반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접근성 문제만 해결하면 세계적인 클라이밍 명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섬 수우도를 찾아 하루쯤 그곳 주민들의 순박한 삶에 젖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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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 야경. ⓒ 강석인

덧붙이는 글 | 삼천포항 여객선터미널(055-832-5033)에서 일신호가 1일 2회 운항되고, 민박 및 섬주변 관광 안내는 김평식씨(055-835-0771)에게 문의 하면된다.

덧붙이는 글 삼천포항 여객선터미널(055-832-5033)에서 일신호가 1일 2회 운항되고, 민박 및 섬주변 관광 안내는 김평식씨(055-835-0771)에게 문의 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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